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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 존재의 이유 각인시킨 코로나19..."공공병상 최소 30%로 늘려야"여야 보건의료공약에 공공병원·의료인력 확충 대책은 빠져
시민사회, 공공의료 대폭 확충·상병수당 도입 등 총선요구안 제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24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감염병 대응을 위해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재난생계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사진 제공: 무상의료운동본부

[라포르시안]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4월 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2개월 넘게 지속되는 코로나19 유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치러지는만큼 각 정당에서도 보건의료 공약에 감염병 대응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 표심잡기에 나섰다. 

정당별로 총선 보건의료 공약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질병관리본부를 독립된 청으로 승격 ▲검역인력 대폭 충원 ▲보건복지부에 복수차관제 도입 ▲감염병 전문연구기관 설립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지역별 음압치료병상 확충 ▲감염병 대응 연관산업 육성 ▲의대정원 확대 등을 주요 총선공약으로 내놨다.

미래통합당은 ▲질병관리본부를 질방관리청으로 승격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 종합관리 ▲5개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마스크 등 위생용품 구입비 세액공제 ▲권역외상센터·응급의료센터 지원 확대 등을 주요 보건의료 공약으로 발표했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의 보건의료 공약으로 ▲전국민 필수의료 보장을 위한 공공보건의료 구축 ▲주치의제를 통한 병의원 정상화로 국가건강관리책임제 실시 ▲보건의료 인력 OECD 수준으로 확대 ▲'국민 건강 불평등 해소 위원회'로 보건의료 전면 개편 ▲상병수당·건강보험만으로 병원·생계비 부담 해결 ▲저소득층·장애인·이주민·어르신 건강 안전망 구축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애주기별 건강관리 서비스 도입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여야 정당의 4.15 총선 보건의료 공약에 신종감염병 예방과 치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가감염병전문병원 설립, 공공병원과 공공의료인력 양성 등의 근본적인 대책이 빠졌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지난 1월 20일 첫 확진자를 치료한 인천의료원을 비롯해 서울의료원와 국립중앙의료원, 대구·경북지역 등의 공공병원이 초기부터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정부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2월 말부터 경증환자 치료를 위한 전담병원지정을 위해서 지방의료원 등 43개 공공병원의 전체 환자를 타 기관으로 전원조치하는 소개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 지역에서 대구의료원을 비롯해 근로복지공단 대구의료원, 대구보훈병원 등의 존재는 공공병원의 역할과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이들 병원은 기존 입원환자를 전원하거나 퇴원 조치한 후 병원 전체를 코로나19 경증환자 치료 공간으로 발빠르게 전환해 감염병 유행으로 인한 건강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의 고통 담아내지 못하는 정당은 모두 공멸할 것"

시민사회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언제 또다시 신종감염병이 등장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는 2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감염병 대응을 위해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재난생계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각 정당에서 감염병 대응을 위한 정책공약으로 공공병상 및 공공의료인력 확충, 건강보험 상병수당 도입 등을 약속하고 이를 적극 실행할 것을 요구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번 총선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공공의료 강화와 최소한의 삶 보장을 위한 정책 각축이 되리라는 일말의 기대는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며 "거대 양당에 공공의료 확충 공약은 전무하다시피 하고 감염병 등 재난시기 생존보장을 위한 정책은 언급조차 없다"고 강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여야 정치권을 향해 ▲공공의료기관 최소 30% 확충 ▲의사·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력을 공공인프라로 확충 ▲상병수당을 도입하고 재난상황에서 의료비 경감 등 생계대책 제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공공제약사 설립 등의 총선요구안을 제시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대구에서는 공공병상이 없어 확진자 2300여 명이 집에서 입원을 기다렸고, 사망자의 23%가 입원도 해보지 못하고 숨졌다"며 "역대 정부를 구성해온 거대 양당 등 정치권은 공공병상 10%인 현실이 부른 비극에 국민 앞에 사과하며 이제라도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공공의료기관 확충이 단 한 줄도 없는 선거공약을 전면 폐기하고 다시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 전환을 앞두고 개인보호구 착탈의 교육을 받고 있는 서울의료원 간호사들.

특히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또다른 신종감염병 등장에 대비해 공공의료 확충의 중요성은 더 커졌지만 전체 의료기관에서 공공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되레 축소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병상수 기준으로 2012년 11.7%에서 2018년 10.0%로 감소했다. 기관수 기준으로는 공공의료 비중이 2012년 6.1%에서 2018년 5.7%로 줄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코로나19는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올 겨울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따라서 공공의료기관 확충은 당장 생존의 요구이며, 국회가 나서 공공병상은 최소 30% 수준으로 반드시 확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지자체당 혹은 권역별로 지역 거점 공공병원을 매입 또는 확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대전·광주·울산·서부경남에 공공의료원을 설립하고, 청도대남병원과 부산침례병원을 매입하고, 대구동산병원을 공공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공병원 확대와 함께 여기에서 근무할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력도 대폭 확충해야 한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의사·간호사 인력 부족문제가 이어져 왔다. 사태 초기부터 보건소와 병원에 전문인력 공백이 생겼고 특히 대구·경북지역은 개인들의 헌신과 군 의료인력 동원이 없었으면 감당이 불가능했다"며 "정부가 공공의료 인프라로 공공의료기관에서 공적 역할을 수행할 의사·간호사를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국립공공의과대학 설립법안 제정과 병원의 간호인력 확충을 위해 노동조건 개선과 환자 당 간호인력 적정기준 법제화를 실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건강보험 '상병수당' 도입도 절실하다. 상병수당이란 건강보험 가입자가 업무상 질병 외에 일반적인 질병 및 부상으로 치료를 받는 동안 상실되는 소득 또는 임금을 현금수당으로 보전해 주는 급여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50조에 '공단은 이 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외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신·출산 진료비, 장제비, 상병수당, 그 밖의 급여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지만 수십 년째 유명무실한 상태로 남아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콜센터 노동자 집단감염사태 등에서 보듯이 아파도 쉴 수 없는 한국의 노동조건 때문에 감염병 차단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며 "무엇보다 상병수당(질병수당)이 존재하지 않아 입원하면 소득이 끊겨 생계가 어려운 나라다. OECD 대부분의 국가들은 건강보험에서 당연히 치료 시 소득보장을 하고 있다. 한국도 즉시 상병수당을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동자의 유급휴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프면 쉰다'는 노동환경이 정착되게끔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꼭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이 아니더라도 아프면 쉴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며 "외국처럼 코로나19 기간 중 해고도 금지해야 한다. 정리해고가 손쉽다면 상병수당이나 유급휴가 모두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했다.

코로나19등의 신종감염병 유행에 대비해 치료제와 백신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공공제약사 설립도 요구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은 치료제와 백신 공급에 달려 있지만 백신은 감염병의 자연소멸 가능성 등 위험요소 때문에 이윤창출과 비용회수 전망이 불투명해 민간 제약사들이 생산·공급을 꺼리는 분야"라며 "이를 적시에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하려면 공공제약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건강보험을 통한 검사비와 치료비 지원이 방역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는 점이 확인된만큼 보장성 강화대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 국고지원 규정 강화 및 제대로 된 이행 ▲1차 의료 강화를 위한 주치의제도 도입 ▲의료공공성 무너뜨리는 의료 민영화 정책 중단을 총선요구안에 포함시켰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총선요구안을 발표하고 곧 각 정당에 질의를 발송해 의견을 듣고 그 결과를 공표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각 정당이 제대로 된 코로나19 대응 약속을 내놓기 바란다. 감염병의 불안과 공포, 절박한 생계위협이라는 다중고를 겪는 국민들의 고통을 담아내지 못하는 정당들은 모두 공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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