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 커졌지만 여전히 반대..."대응 TFT 해체해야"

[라포르시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공공의료 중요성이 재확인되면서 공공의료 확충 요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20일 첫 확진자를 치료한 인천의료원을 비롯해 서울의료원와 국립중앙의료원, 대구·경북지역 등의 공공병원이 초기부터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정부는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2월 말부터 지방의료원 등 43개 공공병원에 기존 입원환자 소개 명령을 내리고 경증환자 치료를 위한 전담병원으로 지정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의료기관은 67개이다. 이중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울산대병원, 동강병원, NK세종병원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 근로복지복공 산하 병원, 국군병원 등의 공공병원이다.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 지역에서 대구의료원을 비롯해 근로복지공단 대구의료원, 대구보훈병원 등의 존재는 공공병원의 존재 이유를 각인시켰다. 이들 병원은 기존 입원환자를 전원하거나 퇴원 조치한 후 병원 전체를 코로나19 경증환자 치료 공간으로 발빠르게 전환해 감염병 유행으로 인한 건강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또다른 신종감염병 등장에 대비해 공공의료 확충의 중요성은 더 커졌지만 전체 의료기관에서 공공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병상수 기준으로 2012년 11.7%에서 2018년 10.0%로 감소했다. 기관수 기준으로는 공공의료 비중이 2012년 6.1%에서 2018년 5.7%로 줄었다.

이런 이유로 시민사회는 또다른 신종 감염병 출현에 대비해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3월 3일 오전 9시 30분 의협 코로나19대응대책본부에서 미래통합당과 간담회를 갖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사진 왼쪽부터 최대집 의협 회장,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3월 3일 오전 9시 30분 의협 코로나19대응대책본부에서 미래통합당과 간담회를 갖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사진 왼쪽부터 최대집 의협 회장,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이런 가운데 최근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가 '공공의료 대응 TFT'를 구성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의협은 정부와 여당이 공공의대 설립법안 입법을 추진하지 지속적으로 입법저지 활동을 벌여왔다. 의협이 구성한 '공공의료 대응 TFT'는 국립공공의대 설립 저지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의협은 이 TFT를 통해 공공의대 신설 논의를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전국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는 8일 성명을 내고 "의협이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시급한 과제로 제기된 공공의사인력 양성에 제동을 걸기 위해 TFT을 확대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건 코로나19 국난 극복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19 사태는 우리나라 의사인력 부족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코로나19 확진환자가 계속 늘어났지만 최전선에서 이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감염내과 의사는 턱없이 부족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사인력의 피로도는 높아가고, 번아웃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의사인력 부족은 코로나19 대응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의사인력 부족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배출하는 의사 수는 계속 제자리 걸음이다.

2017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한국이 2.3명(한의사 포함)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3.4명)보다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의과대학 입학정원은 2006년 이후 14년째 3,058명으로 동결된 상태이다. 취약지의 공공의료를 전담할 의사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국립공공의대 설립법안은 의료계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인력 부족은 양질의 진료를 어렵게 하고 공공의료 수행에 차질을 빚게 한"며 "공공병원들은 의사를 구하지 못해 필수진료과를 페쇄하고, 막대한 의사 인건비 지출 때문에 적자폭이 커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적정 의사인력을 확충하지 않으면 이같은 부실진료와 공공의료 파행의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명확하게 확인됐듯이 의사인력 확충은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국가적·사회적 과제이고 더 이상 회피하거나 미뤄둬서는 안 되는 시급한 해결과제"라며 "의협은 더 이상 의사인력 확충 과제를 외면해서도 안되고 거부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하며 의협을 향해 공공의료 대응TFT 해체를 촉구했다.

정부와 국회에는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 의대정원 확대 등의 정책을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는 국립공공의대 설립, 의대정원 확대, 공중보건장학생 선발 확대 등 의사인력 확충계획을 시급히 추진하고, 의사들의 근무조건과 의료환경 개선, 의사쏠림과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꼼꼼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국회는 4.15 총선이 끝나자마자 임시국회를 열어 공공의사인력 확충을 위한 국립공공의대 법안을 통과시키고, 의사인력 확충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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