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서 여당, 전체 의석 5분의3 차지...보건의료 공약 '의대정원 확대' 제시
시민사회 "공공병원 확충 없는 의대정원 확대는 기만"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5일 밤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5일 밤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라포르시안] 지난 15일 치러진 4.15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의석까지 포함해 180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163석과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서 비례대표 17석을 포함해 과반이 넘는 180석을 확보하면서 '슈퍼여당' 시대를 열었다.

단일 정당이 국회 전체의석(300석)의 5분의 3에 해당하는 180석을 확보한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여당은 개헌을 뺀 다른 입법활동에서 강력한 의회권력을 갖게 됐다.

사상 유례가 없는 거대 공룡여당 탄생으로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에서 어떤 입법활동을 전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맞아 보건의료공약 핵심 공약으로 감염병 대응체계 강화, 공공·지역의료 체계 기반 강화를 제시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등 위상 및 역할 대폭 강화 ▲보건복지부에 보건의료 전담 복수차관제 신설 ▲감염병 전문 연구기관 설립, 감염병 전문병원 및 음압병상 확충 ▲보건의료체계 전면 개편 ▲의대정원 확대 ▲의과대학 정원 조정 ▲의사과학자 육성 등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발표한 보건의료 공약.
더불어민주당이 제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발표한 보건의료 공약.

민주당은 질병관리본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키고, 위상과 역할을 크게 강화할 방침이다. 지자체와의 상시적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6개 권역에 질병관리본부 지역본부를 설치하고 5개 검역사무소를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역학조사 인력 및 관련 조직도 대폭 보강한다.

질병관리청 승격과 복지부 보건의료 전담 복수차관제 신설은 의료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사안이고 야당도 동의하고 있어 21대 국회에서 큰 무리없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질병관리본부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질병관리청 승격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공공·지역의료 체계 기반 강화를 위한 의대정원 확대는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 법안과 함께 적극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선진국과 의료인력이 부족하고 의대정원 동결 정책 유지로 인해 의료현장이 상시적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의사인력 부족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배출하는 의사 수는 계속 제자리 걸음이다.

실제로 2017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한국이 2.3명(한의사 포함)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3.4명)보다 낮은 편이다. 반면 의과대학 입학정원은 2006년 이후 14년째 3,058명으로 동결된 상태이다.

민주당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 필수의료 및 공공의료 전담인력을 확보하고 지역별 불균형을 해소해 지역 의료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응급의료와 분만 등 필수진료 분야와 공공의료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의대정원 확대를 우선 추진하고, 의대가 없는 지역은 신설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에서 야당과 의료계의 반대로 물거품이 된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법안' 제정이 21대 국회에서 재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공공의대 설립법안은 공공의료인력 양성을 위해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 공공보건의료기관 복무를 조건으로 학비 등을 지원하는 국립보건의료대학을 설립하고, 국립중앙의료원을 공공의대 교육병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의료계가 이 법안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국회의 입법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채 20대 국회 회기 만료와 함께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의료인력의 과감한 확충을 요구하는 국민적인 여론을 적극 수용하겠다"며 "의대정원 확대를 통해 필수의료 및 공공의료 전담인력을 확보하고 지역별 불균형을 해소해 지역 의료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했다.

한편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여당에서 공공의료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공공병원 확충 의지가 없다는 비난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코로나19 거점치료병원으로 전국의 공공병원이 도맡아 나섰고, 상당수 확진환자를 격리치료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보면서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졌다.

그러나 전체 의료기관에서 공공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병상수 기준으로 2012년 11.7%에서 2018년 10.0%로 감소했다. 기관수 기준으로는 공공의료 비중이 2012년 6.1%에서 2018년 5.7%로 줄었다.

시민사회는 공공병원 확충 없는 의대정원 확대는 대국민 기만이나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의사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민간중심 의료체계에서 늘어난 의사인력이 감염병이나 국가재난상황을 맞아 적재적소에서 역할을 할 수 없다"며 "이들이 공공적 역할을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이 늘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건의료분야 정책질의를 통해 여당에서 공공병원 확충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민주당의 공약에 공공병상 확충 계획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코로나19 사태로 민간병원은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로지 공공병원만이 재난 시기 환자를 돌볼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고, 이런 공공의료기관이 너무 적어 지역사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치료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슈퍼여당'으로 탄생한 민주당이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법 제정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16일 오전 '21대 국회에 코로나19 극복 5법 추진을 제안한다'는 성명을 내고 "공공병원의 의료인력을 양성하여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19 사태로 공공병원 확충이 시급한 사회적 과제로 제기됐다"며 "공공병원에 양질의 의사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국립공공의과대학 설립법이 발의되었지만 의사인력 확대에 반대하는 의협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21대 국회는 공공의사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법을 시급하게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인력 확충을 위한 특별법 제정도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21대 국회는 의사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특별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며 "의사인력 확충 특별법에는 공공의료·필수의료·지역의료에 필요한 인력을 안정적으로 충원할 수 있도록 의대 정원 확대, 지역별 의사인력 쏠림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사 선발과 지역병원 의무복무를 내용으로 하는 지역의사 특별전형제도 시행, 의사인력 양성·수급·교육훈련·임상연구에 대한 지원 등의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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