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등 공공병원 중심으로 코러나19 전담병원 역할 톡톡
공공의료 비중 점점 축소돼...문재인 정부도 공공병원 확충 의지 부족

[라포르시안] 지난 1월 19일 국내 첫 확진환자가 발생한 이후 코로나19 유행 사태가 2개월 여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2월 중순 이후부터 대구의 신천지 신도를 중심으로 하루에 수백 명씩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격리치료를 위한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렸다. 치료를 위한 음압병실은 물론 환자를 돌볼 의료인력 부족으로 애를 태울 때 공공병원은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한 인천의료원을 비롯해 초기에 여러 명의 환자를 돌본 서울의료원와 국립중앙의료원, 집단 감염으로 쏟아지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통째로 비우고 치료 전담병원으로 전환한 대구·경북 등의 공공병원 역할이 컸다.

실제로 정부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2월 말부터 경증환자 치료를 위한 전담병원지정을 위해서 지방의료원 등 43개 공공병원의 전체 환자를 타 기관으로 전원조치하는 소개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대구 지역에서는 대구의료원을 비롯해 근로복지공단 대구의료원, 대구보훈병원 등의 존재는 공공병원의 역할과 중요성을 분명히 보여줬다. 

이들 병원은 기존 입원환자를 전원하거나 퇴원 조치한 후 병원 전체를 코로나19 경증환자 치료 공간으로 발빠르게 전환해 감염병 유행으로 인한 건강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와 의료지원을 위해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 컨테이너 45개를 설치한 모습. 사진 제공: 근로복지공단
코로나19 환자 치료와 의료지원을 위해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 컨테이너 45개를 설치한 모습. 사진 제공: 근로복지공단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의 경우 음압병상이나 별도의 격리시설이 없는 건물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병원 본관 전체를 봉쇄해 환자 치료공간으로 활용하고, 병원 외부에 설치한 컨테이너로 모든 지원부서를 옮기면서까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사태를 통해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공공의료를 획기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공공의료 인프라는 점점 더 축소되고 있어 국가적인 감염병 재난에 적극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 높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병상수 기준으로 2012년 11.7%에서 2018년 10.0%로 감소했다. 기관수 기준으로는 공공의료 비중이 2012년 6.1%에서 2018년 5.7%로 축소됐다.

공공의료 비중이 100%에 달하는 영국은 물론 호주(69.5%), 프랑스(62.5%), 독일(40.6%), 일본(26.4%), 미국(24.9%) 등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표 제공: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
표 제공: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

지난 10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복지부 소관의 추경예산안에는 호남권에 이어 충청권과 영남권 감염병 전문병원 2곳 설계비 45억원이 반영됐을 뿐 공공의료 확충 예산은 미반영됐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으며, 메르스나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출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공공의료 비중을 현행 병상수 기준 10%에서 20% 수준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규모 감염이 발생한 대구는 인구가 약 25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국가지정음압병상은 경북대병원 5개와 대구의료원 5개 등 고작 10개 병상에 그쳤다. 반면 계명대 동산의료원과 파티마볃원, 영남대의료원 등 지역의 민간병원에서 갖추고 있는 음압병상이 훨씬 더 많았다.

대구만 이런 게 아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공공병원에 설치된 국가지정 격리병상은 경남도 전체에 4개뿐이고, 경북도는 3개, 전남도는  4개에 그치고 있다.

남인순 의원은 “우리나라는 민간의료기관에 90% 이상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후진적인 보건의료체계에 머물러 있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수립한 보건의료정책을 실행할 직접적인 수단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 등 공공병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해 환자 치료에 전념하도록 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공공의료기관 확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코로나19)환자가 급증하면서 유일하게 지방의료원과 국립병원을 중심으로 공공병원만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을 보라"며 "신종플루 때도 거점병원 역할을 했던 진주의료원이 강제 폐업되면서 현재 진주의 코로나19 확진자들은 마산병원으로, 마산병원에 입원 중이던 환자는 목포까지 보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는 적극 나서고 있지만 공공의료 확충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2018년 10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에도 공공병원 확충 대책을 빠진 채 공공병원 간 협력적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민간의료기관에도 적극적 역할을 부여하는 계획만 담았다.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 분야의 근본적인 문제는 공공의료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데서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알맹이 없는 종합대책이란 지적도 나왔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한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도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

한 공공병원 원장은 "'공공병원 없는 공공의료는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공공의료 인프라가 열악해서 생기는 문제는 민간의료기관을 이용해 보완하겠다는 것은 모순된 정책"이라며 "공공병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충해 국민들이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것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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