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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태움 악습, 인성 문제 아닌 의료인력 부족 구조적 문제"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보건의료인력특별법' 제정 등 제도개선 촉구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라포르시안]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간호사 대상의 '집단 괴롭힘'(태움)과 같은 인권침해를 해소하려면 적정 의료인력 확충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간호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강도의 업무가 요구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태움이 필요한 것처럼 왜곡된 인식이 자리잡고, 인력충원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는 대물림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민숙 전국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지난 22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최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자살 사건과 관련해 병원내 의료인력 부족과 간호사 인권침해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27년차 간호사이기도 한 박 부위원장은 "태움이라는 게 재가 될 때까지 새카맣게 태운다라고 하는 간호사들 사이의 은어로, 대단히 아픈 용어"라며 "저도 간호사할 때 태움을 당하기는 했지만 그것을 태움이라고 생각을 못 하고 훈육 과정의 일환이다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인권의식도 많이 높아지면서 태움 문화가 더 많이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극단적인 선택은 폭발 직전의 인력부족과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내몰린 폭발직전의 간호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간호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병원을 떠나는 게 벌써 오래 전부터 지속해 온 일이라고 했다. <관련 기사: [연속기고②-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 그들이 떠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박 부위원장은 "이 사건의 정확한 내용은 수사과정을 통해서 밝혀지겠지만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신규 간호사가 직무 적응교육 기간에 받은 직무 스트레스라든지 과도한 업무량과 정말 긴 노동시간, 실수에 의한 사고 책임이 신규 간호사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몬 것으로 판단이 된다"며 "SNS에 보면 '병원을 출근하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버스가 전복되어서 출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할 만큼 태움이 어마어마하게 정신적으로도 심각한 상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대한간호협회가 복지부와 함께 작년 12월 28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의 중간분석 결과를 보면 근로기준법 상 근로조건 관련 내용 위반에 따라 인권침해를 경험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는 응답자가 69.5%에 달했다.

지난 12개월 동안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냐고 물었을 때 ‘예’라고 응답한 비율이 40.9%에 달했고, 가장 최근에 괴롭힘을 가한 가해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직속상관인 간호사 및 프리셉터가 30.2%로 가장 많았다.

지난 2015년에 국가인권위원회와 보건의료노조가 공동으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여자 전공의 등 1,000여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건의료 분야 여성종사자의 인권실태 조사에서도 병원내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이 드러났다.

당시 인권위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2개월 동안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11.7%가 신체폭력을, 44.8%가 언어폭력을, 6.7%가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 전공의는 응답자의 14.5%가 신체폭력을, 55.2%가 언어폭력을, 16.7%가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보건의료노조가 매년 실시하는 보건의료 노동자 대상의 실태조사에서도 폭언이나 폭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간호사의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작년 조사에서는 간호사의 11. 4%가 폭행을, 10. 5%는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이 간호인력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부위원장은 "신규 간호사들은 보통 보름정도, 길어야 한 달 정도 수습기간을 갖고 업무를 알려준다. (병원에서는)신규 간호사들도 실제적으로는 수습기간에 1명의 간호인력으로 투입을 해 버린다"며 "신규 간호사는 업무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신규 간호사를 교육하는 프리셉터라고 하는 선배 간호사도 자신이 돌봐야 할 환자가 많이 있는 상황에서 교육까지 해야 하니까 엄청난 업무적인 스트레스와 고민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서로 스트레스로 인해 태움 문화로 나타나는 거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태움이나 이런 집단 괴롭힘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절대로 안 되는 일이다"며 "간호사들의 태움문화가 악습이기도 하고 잘못된 관행인데. 간호사의 인성에 관련한 문제가 아니라 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분석했다.

특히 태움 관행이 환자의 안전에 직결되는 간호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초반부터 강하게 훈육하는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논리도 반박했다.

그는 "(병원이)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치료하는 곳이기 때문에 굉장히 긴장해야 되고 실제적으로 교육이나 훈련들이 굉장히 엄격한 것도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간호사에 대한 인권유린의 형태로 집단 괴롭힘의 형태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렇게 태우고 하면 잘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긴장을 해서 실수를 연발하게 되고, 스스로 간호사의 소명의식과 자부심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만성적인 간호인력 부족이 간호사의 태움 같은 인권침해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환자안전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우려했다.

박 부위원장은 "신규 간호사를 인력으로 투입하지 말고 적어도 6개월~1년 정도는 교육기간으로 둬 충분하게 선배 간호사한테 일을 다 배운 다음에 숙련된 상태로 환자들에게 간호서비스를 제공해야 환자의 생명과 안전과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그런데 지금은 배우면서 한 명의 간호인력으로 투입을 해 한 사람의 간호인력으로 도저히 신규 간호사가 일을 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태움도 일어나고 의료서비스 질 저하도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간호사 1명이 환자를 돌보는 수도 사실은 호주나 캐나다는 1명이 4명의 환자를 돌본다. 일본은 간호사 1명이 7명의 환자를 돌보는데, 우리나라는 간호사 1명이 20명의 환자를 돌본다. 그러다 보니 노동강도가 어마어마하다"며 "간호사 법정인력 기준이 있지만 병원이 지키지 않고 있다. 대학병원 정도 돼야 간호사 1명당 20명의 환자를 돌보는 수준이고, 지방에 있는 민간 중소병원을 보면 간호사 1명이 50명의 환자를 담당하기도 한다. 환자를 간호한다기보다 환자를 정말 보는 수준"이라고 간호인력 부족의 심각성을 전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면 국회에 계류 중인 '보건의료인력특별법' 제정 등의 제도개선이 곡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인력특별법은 적정 의료인력 확충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비롯해 현행법에 미비한 보건의료인력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해 놓았다.

박 부위원장은 "보건의료인력법은 정부가 보건의료 인력의 양성, 수급, 유지, 관리, 지원에 대한 종합계획을 세우고 인력 실태조사도 하고 인력을 전담하는 기구도 만들어서 체계적인 인력 정책을 추진하자는 내용"이라며 "거의 3년째 국회에 계류하면서 통과 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국회가 열리면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해 인력법이 통과가 되고 인력기준이 제대로 마련이 되면 간호사의 태움 문화나 병원 현장에 있는 구조적인 인력부족 문제가 80% 정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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