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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내 노동현실이야말로 중증상태...노동권·인권 침해 만연보건의료노조, 의료기관내 갑질·인권유린 실태조사 결과 공개

[라포르시안] 식사 시간이나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건 당연할 정도이고, 교대근무를 위해 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도 시간외수당을 못 받는 병원노동자가 수두룩했다.

간호사 10명 중 6명은 폭언을 경험했고, 10명 중 4명은 '태움'이라는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희롱과 성폭력을을 경험했다는  비율도 높았다. 병원의 비용절감을 위해서 감염 예방물품을 지급받지 못하거나 업무에 사용하는 각종 의료용품을 개인의 사비로 구입하는 일도 만연했다. 

병원의 노동현실은 응급처치가 필요한 중증외상 상태나 다를 바 없었다.

전국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는 의료기관내 갑질과 인권유린의 심각성을 알리고 근절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2017년 12월 18일부터 2018년 2월 24일까지 2개월여간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에는 전국 54개 병원에서 1만1,662명의 조합원이 참가했다. 병원특성별로는 국립대병원 5개(2,350명 20%), 사립대병원 16개(5,842명, 50.1%), 특수목적공공병원 7개(1,136명, 9.7%), 지방의료원 12개(928명 8%), 민간중소병원 9개(1,271명, 10.9%), 기타 특수병원 5개(135명, 1.2%) 등이었다. 직종별 응답자는 간호사가 66.1%(7703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의료기사 16.9%(1970명), 사무행정 6.1%(717명), 간호조무사 5.6%(648명), 기타 직종 5.4%(624명) 순이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노동기본권 침해가 병원계 전반에 걸쳐 성행하고 있었다. 특히 시간외근무에 대한 보상과 교육, 회의, 각종 병원 행사 참가에 따른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준비를 위해 일찍 출근하고, 업무를 다 마치기 위해 퇴근이 늦어져도 시간외수당을 받지 못한 사례가 59.7%에 달했다. 직종별로 보면  간호사의 경우 시간외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70.6%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간호조무사 44.4%, 의료기사 41.7%, 사무행정이 35%, 기타직종 26.8%가 시간외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

근무시간외에 업무관련 교육이나 회의, 워크숍 참석시에도 별도의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46.8%로 조사됐다. 병원이 공식적으로 진행한 각종 행사에 동원되어 시간외근무를 하게 된 경우에도 별도의 수당이나 지원이 없다는 응답이 47.6%였다.

휴가 사용도 본인의사와 상관없이 이뤄진다는 응답이 많았다.

휴가가 강제로 배정된 사례가 있다는 응답자가 39.3%였고, 병상가동율이 낮거나 환자가 적다는 이유로 근무시간이 수시로 변경되거나 휴무나 반차가 강제적으로 배정된 사례가 있다는 응답이 38.3%로 집계됐다. 원하지 않는 휴일근무나 특근근무를 강요받았다는 응답이 30.7%나 됐다. 정해진 휴가일수를 모두 보장받는다는 응답은 35.5%에 불과했고, 일부만 보장받는다는 응답이 48.5%, 전혀 보장받지 못한다는 응답이 12.8%로 나타났다.

식사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식사시간을 어느 정도 보장받고 있는가에 질문에 '100% 보장받는다'는 응답은 25.5%에 그쳤다. 응답자의 49.9%가 일부만 보장받고 있다고 답했으며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22.9%로 조사됐다.

병원내 태움 문화도 심각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간호사의 40.2%가 태움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최근 미투운동으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성희롱-성폭행 사례도 심각했다. 조사 결과 간호사의 13.2%, 간호조무사의 7.4%, 의료기사의 7.8%가 성희롱과 성폭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근무 중 욕설이나 반말, 무시, 모욕적 언사 등 폭언을 경험한 사례는 56.2%였다. 직종별로는 간호사가 65.5%로 타 직종에 비해 폭언을 경험한 사례가 많았고, 간호조무사 48.5%, 의료기사 37.4%, 사무행정이 33.5%, 기타 직종 35.9%로 조사됐다. 폭행을 당한 사례는 7.6%였다.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데도 병원의 각종 행사에 동원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직원들의 개인의사와 무관하게 QI경진대회나 장기자랑대회, 체육대회, 학술대회 등 병원행사에 동원된 사례는 46.1%나 나타났다. 특히 간호사 직종이 54.7%로 타 직종에 비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근무시간 외에 본인의사와 무관하게 봉사활동이나 캠페인, 홍보활동에 동원한 경우도 23.9%였다. 업무와 관련 없는 행사에 참여해 단체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춘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25.3%에 달했다. 직종별로는 간호사 31.2%, 의료기사 17.5%, 간호조무사 14.4%, 사무행정 10.5%로 조사됐다. 본인의사와 무관하게 특정단체나 특정종교에 가입할 것을 강요당하거나 이들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가하도록 강요받은 사례도 7.5%였다.

부당업무를 강요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의료기관인증평가시 업무과 관련 없는 청소 및 환경정리, 병원주변 풀뽑기, 침대 및 철창 닦기, 주차관리, 담배꽁초 줍기 등의 업무를 강요받았다는 응답이 51.5%에 달했다. 직종으로는 간호사가 60.3%, 간호조무사 47.7%, 의료기사 36.9%, 사무행정이 21.1%였다. 병원 특성별로는 사립대병원이 59%로 가장 높았다.

거짓 서류나 문서를 조작하여 진실을 은폐하는 행위를 강요하는 등 부정한 행동을 강요받았다는 응답도 8.9%였다. 병원특성별로는 정신·재활·요양병원이 16.3%로 가장 많았고 사립대병원도 11.2%였다.

재단이사나 병원장, 임원 등 병원 고위직으로부터 집안일이나 개인 업무를 지시받았다는 응답자(3%)도 있었다.

의료기관에서 환자안전과 감염관리가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비용절감을 이유로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일도 많았다.

환자들의 감염예방을 위해 사용하는 장갑이나 마스크 등을 병원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지급을 제한하거나 지급하지 않은 경험을 했다는 응답이 19.1%였다. 특히 특수목적공공병원(19.2%), 지방의료원(14.5%), 국립대병원(11.1%) 등의 공공병원에서도 이런 일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적지 않았다.

현재 근무하는 곳에서 과잉진료나 무자격자진료, 불법 의료행위, 1회용품 재사용, 리베이트 수수 등을 목격하거나 경험한 응답자는 12.6%였다. 직종별로는 ▲간호사 14.7%, ▲간호조무사 11.3%, ▲의료기사 10.6%로 나타났고, 특성별로는 사립대병원이 17.1%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병원이 직원들에게 정치후원금과 병원발전기금 등을 강제적으로 모금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었다.

병원이 직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정치 후원금을 납부하도록 강요받은 경험은 10.1%였다. 병원특성별로는 특수목적공공병원 16.1%, 사립대병원 10.9%, 국립대병원 9.9%, 민간중소병원 6.8%, 지방의료원 3.3% 순이었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병원 발전기금이나 특정 목적의 기부금을 강요받은 경험도 21.1%에 달했다. 병원 특성별로는 사립대병원이 28.4%로 가장 높았다.

보건의료노조는 "환자가 안전한 병원, 노동이 존중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올해 한 해 동안 의료기관에 만연해 있는 태움, 공짜노동, 속임인증, 비정규직 등 4가지를 완전히 근절하기 위한 '환자안전병원·노동존중일터 만들기 4out운동'을 전면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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