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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②-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 그들이 떠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권용진(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

[라포르시안]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병원이 전쟁터나 다를 바 없다고 한다. '백의의 천사'는 사라진 지 오래고 전쟁터와 같은 병원에서 생존하기 위해 '백의의 전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노동집약적 산업'이라 불리는 의료서비스 분야가 노동학대의 현장이 되고 있다.
이게 다 인력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특히 간호인력난은 심각하다 못해 비명이 터질 지경이다. 만성적인 인력부족 상황에서 고착화 된 열악한 근무환경에 견디다 못한 간호사들이 하나둘 병원 현장을 떠나고 있다. 해결책은 딱 한 가지. 적정 의료인력을 확충하는 것 뿐이다. 그만큼 일자리를 창출할 여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행히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가 바로  ‘일자리 창출’이다.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일자리위원회까지 설치했다. 어쩌면 좋은 기회다.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전쟁터처럼 변한 보건의료 분야부터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적정 의료인력 확충은 의료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게다가 개별 병원이 인력을 확충하기에는 한계가 너무 많다. 국가가 나서서 책임지고 적정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팔을 걷어야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전국보건의료노조가 보건의료 분야에서 약 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그 이야기를 여기에 싣는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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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한다. 6시에 집을 나서고 6시 40분쯤 병원에 도착한다. 옷을 갈아입고 병동에 올라가면 7시다. 7시 반부터 인계시간이지만, 병원에 근무한지 얼마 안 되는 간호사는 30분쯤 먼저 도착해서 인계를 받기 위해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7시 반부터 인계를 시작하고 8시쯤부터 일을 시작한다. 맡은 환자들의 상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의사선생님들의 회진도 함께 해야 한다.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다시 지시사항이 작성되고 어떤 환자는 검사를 하고 어떤 환자는 퇴원을 준비해야 한다. 검사를 가기 위해서는 검사실에 연락해서 일정을 잡고 환자이송반을 호출해야 한다.

#. 늘 업무가 컴퓨터처럼 맞아서 돌아가질 않기 때문에 조금 늦어지거나 빨라질 때 생기는 환자들의 불만을 받아내는 것도 온통 간호사들의 몫이다. 요즘 청소아주머니들은 용역업체 직원이라서 병동수간호사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병실 하나 청소하는 것도 사정을 해야 하긴 마찬가지다. 물론 동료들 중에 일부는 그 아주머니들에게 함부로 하는 불친절한 사람들도 있다.

#. 이렇게 오전이 가고 점심시간이 되어도 식당에 내려가지 못할 때가 많다. 때를 거르는 일이 어쩌다 있는 일은 아니다. 병동마다 처지가 다르지만, 너무 바쁜 병동은 아예 병동으로 도시락을 배달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8시간 근무가 끝나도 내가 맡은 일이 끝나지 않으면 퇴근이 어렵다. 일이 누적되면 환자들의 치료스케줄이 어긋나기 때문에 그날 일은 반드시 그날 끝내야 한다.

#. 한 병동에서 누군가 한명이 휴가를 가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의 스케줄이 한꺼번에 조정되어야 한다. 한 달에 한번 근무표를 짜기 때문에 중간에 갑작스런 일이라도 생기면 그 사람의 빈자리는 늘 동료들이 채워야 한다. 갑자기 지원받을 인력도 없고 하루 이틀 정도 생기는 문제는 그 병동동료들이 알아서 채워야한다. 그러니 휴가도 눈치를 봐야하고 어지간히 아파도 출근을 해야 한다. 이것이 병동간호사로 살아가는 예의다. 오늘도 여섯시가 되어서야 병원을 나선다.”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의 평균 근로시간은 9시간이 넘는다. 8시간 근무로는 3교대 근무가 이어지질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 달 동안 며칠은 낮 근무를, 또 며칠은 오후부터 저녁근무를, 4-5일은 꼬박 밤을 새는 밤 근무를 한다. 생체 리듬이 일정하게 유지되기 어렵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간호사들은 자녀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으로 양육을 하게 된다.

최근 임신부를 보호한다고 임신부의 밤 근무를 금지시켰다. 병동에 임신부 하나가 생기면 평균적으로 다른 사람의 밤근무가 하나 늘어난다. 임신은 축하받아야 할 일이지만,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출산하고 나면 육아휴직을 가지만, 그 자리는 계약직 대체인력으로 채워지기 때문에 한 가족이 아니다. 그들도 정규직 자리를 알아보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좋은 자리가 나면 이직한다. 계약직 동료에게 그 이상의 소속감을 요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요즘 수간호사들은 사직하는 간호사 면담을 위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작은 병원으로 갈수록 지방으로 갈수록 심각하다. 대도시의 대형 병원들이 간호사를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춘을 대도시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 큰 병원에서 기술을 습득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라도 같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비난할 수도 없다.

요즘 병원은 전자의무기록을 쓰기 때문에 의무기록을 기록하는 시간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한다. 의료소송이 늘어나면서 자칫하면 간호사에게 불리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의무기록은 정확하고 꼼꼼하게 작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근무시간에 이럴만한 시간은 없다. 보통 복사해서 붙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친절한 서비스를 강조하면서 환자들도 똑똑해져서 간호사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장 고객의 소리함에 의견을 쓴다. 그런 일을 당하게 되면 자신의 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되도록 모든 감정을 자제하고 냉정하게 환자를 대해야 한다. 환자와의 따뜻한 관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 병동간호사실에 보호자가 가져오는 모든 선물은 친절하게 설명하지만 야박하게 돌려줘야 한다. 병원은 점점 비인간화가 되어가고 있다.

응급실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취객들에게 희롱이나 폭언을 당하기 일 수다. 이 사람들을 모두 고발할 수도 없다. 대부분이 취약계층이고 오갈 데가 없는 사람들이 많다. 호스피스 병동에 근무하는 동료들은 늘 죽음을 지켜본다. 아무리 사명감이 높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정신적인 쉼이 필요하다.

이것이 병원 간호사의 삶이다. 우리사회가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병원이란 직장에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근로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사명이란 말로 그들의 삶을 파괴할 수는 없다. 그들이 떠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고 환자는 점점 위험해 지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환자 안전을 위한 인력기준을 제정하고 그에 맞게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 간호대학을 늘리는 것보다 면허를 가진 간호사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근로조건을 만드는 것이 더 우선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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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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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차간호사 2017-07-09 09:59:24

    데이인데 7시에 병동 출근, 9시간 근무하는게 힘들다면 난 그병원 가고싶다.. 우린 데이 5시반까지 출근해서 6시 인계받고 점심안먹고 빨라도 5시에 퇴근하는데... 어디좋은 병원인가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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