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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①-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 어쩌다 일터가 아닌 전쟁터가 된 병원나영명(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

[라포르시안]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병원이 전쟁터나 다를 바 없다고 한다. '백의의 천사'는 사라진 지 오래고 전쟁터와 같은 병원에서 생존하기 위해 '백의의 전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노동집약적 산업'이라 불리는 의료서비스 분야가 노동학대의 현장이 되고 있다.
이게 다 인력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특히 간호인력난은 심각하다 못해 비명이 터질 지경이다. 만성적인 인력부족 상황에서 고착화 된 열악한 근무환경에 견디다 못한 간호사들이 하나둘 병원 현장을 떠나고 있다. 해결책은 딱 한 가지. 적정 의료인력을 확충하는 것 뿐이다. 그만큼 일자리를 창출할 여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행히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가 바로  ‘일자리 창출’이다.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일자리위원회까지 설치했다. 어쩌면 좋은 기회다.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전쟁터처럼 변한 보건의료 분야부터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적정 의료인력 확충은 의료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게다가 개별 병원이 인력을 확충하기에는 한계가 너무 많다. 국가가 나서서 책임지고 적정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팔을 걷어야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전국보건의료노조가 보건의료 분야에서 약 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그 이야기를 여기에 싣는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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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 직원이 임신하면 ‘축하해’ 하면서도 속으로는 ‘지금이 그럴 때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임신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 출산휴가는 고작 3개월밖에 눈치보면서 쓰는 현실, 누가 아기를 많이 낳으라고 하나요?”
“이러니 그 많은 간호사들이 면허증만 따놓고 현장에서 일을 안 하는 거다”
병원의 임신순번제를 다룬 SBS 뉴스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2017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 중 임신결정의 자율성이 없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30.5%나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임신부의 건강과 아기의 건강한 출산을 위해 임신중 쉬운 업무로 전환하도록 하는 제도가 있지만 10%에 불과했다. 반면에 임신중 초과근로를 경험한 비중이 48.5%나 됐고, 법으로 금지돼 있는 임신중 야간근로 경험도 17.9%나 됐다. 여성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여성사업장인 병원이 사실상 모성보호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인력 부족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간호인력은 인구 1천명당 5.2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 9.1명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입원환자수를 보면 미국이 5명, 일본이 7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5~20명이다. 의사수도 적다. 인구 1천명당 우리나라 의사수는 1.68명으로 OECD 국가 평균 3.11명에 비해 턱없이 적다. 이러다보니 의사업무를 간호사에게 떠넘기는 PA(Physician Assistant)제도가 횡행하고 있다. 간호사로 하여금 의사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PA제도는 엄연히 의료법상 불법이다. 의료법 위반은 또 있다. 의료법상 간호사인력 기준인 3등급 미만 병원이 86.2%로 결국 86.2%에 해당하는 병원이 의료법상 간호인력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다.

보건의료인력 부족은 열악한 근무조건과 업무량 증가,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지고, 이는 또다시 높은 이직률과 짧은 근속년수로 이어진다. 보건의료노조의 2017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사이에 응답자의 57.5%가 이직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가 2016년 병원별 이직률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산대병원(16.4%), 충남대병원(13.47%), 원주연세의료원(14.1%), 건대충주병원(14.3%) 대학병원들도 꽤 높은 수준이었고, 인천의료원(13.79%), 광명성애병원(21.56%), 부평세림병원(21.4%), 메트로병원(31.6%) 등 중소규모병원의 이직률은 훨씬 더 높았다. 대한간호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신규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무려 33.9%나 됐다.

이 같은 높은 이직율 때문에 병원사업장에는 신규간호사가 100일간 이직하지 않고 버텨주면 <100일 잔치>를 차려주고, 사직까지도 본인이 원할 때 하지 못하고 순서를 정해서 해야 하는 사직순번제까지 벌어지고 있다. 근속년수도 짧다. 보건의료노조가 2016년에 실시한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호사들의 평균 근속년수는 7.7년에 불과했다. 병원간호사회가 2013년에 실시한 병원간호인력의 배치현황 실태조사에서도 조사대상 196개 병원 간호사의 평균 근무년수는 8년에 불과했다. 면허 대비 간호사 활동률은 44%에 불과하다.

이같은 높은 이직률과 짧은 근속년수는 환자안전을 위협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잦은 이직과 신규입사자 비중 증가는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 숙련성, 전문성, 책임성, 연속성, 협업성을 담보할 수 없게 한다. 이것은 의료적으로 심각한 문제이며,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최고의 국정과제가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호 국정사업으로 국가일자리위원회를 구성했고, 일자리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보건의료분야야말로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창출할 수 있는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이는 첫째, 환자안전이 담보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100세 국민건강사회를 만들기 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점, 둘째, 보건의료산업이 노동집약적인 산업임과 동시에 기술집약적인 산업이고, 신성장산업으로서 취업유발계수와 고용창출효과가 매우 높다는 점, 셋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모든 병상으로 확대 시행함으로써 일자리도 늘리고 환자만족도와 국민 호응도가 높은 보호자 없는 병원제도도 완성할 수 있다는 점, 넷째, 인력쏠림현상으로 인한 건강불평등과 지역의료 불균형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 다섯째,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양질의 적정인력 확충 재원을 건강보험료와 국민건강증진기금, 보건의료예산, 일자리예산 등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를 갖고 있다.

지난 6월 14일 보건의료분야 노·사·전문가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용섭 국가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국가일자리위원회에 보건의료분과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고 “보건의료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의 성공적 모델을 만들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이것은 보건의료분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행진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 신호탄은 <환자만족-직원만족-국민만족의 좋은 병원, 좋은 의료제도 만들기>로 결실 맺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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