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공공병원비정규직 등 다양한 부문서 노조 출범…노조탄압 부당노동행위도 여전

지난 7월 31일 열린 서울시립서남병원의 노동조합 설립총회 모습. 사진제공: 전국보건의료노조
지난 7월 31일 열린 서울시립서남병원의 노동조합 설립총회 모습. 사진제공: 전국보건의료노조

 [라포르시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노동조합 조직률은 27.8%에 달한다. 특히 아이슬란드(85.5%), 핀란드(69.0%)·스웨덴(67.7%) 등 북유럽 국가들은 60%를 넘는 수준이다.

반면 한국의 노조조직률은 2015년 말 기준으로 10.2%에 불과하다. 지난 2011년 7월부터 복수노조가 시행됐지만 노조조직률은 거의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소폭 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노동존중 사회를 구현'한다는 큰 목표 아래 다양한 노동 관련 공약을 제시했다. 그 중에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국가위상에 걸맞는 노동기본권 보장 ▲10%에 불과한 노조가입률과 단협적용률을 높이기 위한 법제도 개선 추진 등이 포함됐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보건의료 부분에서 노동조합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7일 전국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립대병원을 비롯해 공공병원, 비정규직 등의 부문에서 보건의료노조에 가입하는 신규 사업장이 크게 늘었다.

부문과 직종별로 신규로 노조가 출범된 곳을 보면 사립대병원 중에는 일산동국대병원과 건양대병원에서 지난 6~7월에 노조가 출범했다.

공공병원 부문에서는 국립교통재활병원, 광주시립제2요양병원, 서울시서남병원 등 3곳에서 노조가 출범했고, 지방자치단체 공공·민간위탁 부문에서는 대구 광역 및 자치구(군)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보건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했다.

비정규직 부문에서도 노조 설립이 잇따랐다.

지난 4월 성빈센트병원을 시작으로 부산대병원, 의정부성모병원, 순천의료원, 전남대학교병원 등에서 청소 및 주차관리 등 용역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문재인 정부하에서 전국적으로 보건의료분야 신규 노조(지부) 설립이 잇따르는 건 바로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 낸 촛불정부의 영향이자, 초기업 산별노조로서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신규 조직화사업에 재정과 사람을 투자한 결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처럼 보건의료 부문 사업장에서 노조 신규 설립이 잇따르는 건 그만큼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특히 일부 병원에서는 여전히 전근대적인 노동 현실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강도 높은 업무강도에 시달리거나 낮은 급여 수준과 임금체불 등이 만연해 있는 병원 사업장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노조가 출범한 건양대병원에서는 직원들이 근무시간 중에는 핸드폰을 반납해야 하고, 한여름에 간호사 스테이션 등에 에어컨도 틀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간호사 인력 부족으로 육아휴직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립요양병원의 경우 인력 부족으로 근무여건이 상당히 열악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병원사업장 교대근무자의 통상 밤 근무수가 6개 정도이지만 이 병원은 밤 근무가 11개 이른다. 하지만 열악한 근로조건 탓에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출범한 서울시서남병원 노조는 오는 9월 이화의료원에서 서울의료원으로 수탁기관 변경이 예정되면서 근로조건저하 등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높다. 

표 출처: 고용노동부
표 출처: 고용노동부

노조가 새로 출범한 병원에서는 노사 갈등도 예고하고 있다.

일산동국대병원의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을 마치고 단체교섭에 들어갔지만 병원장의 단체교섭 불참 및 면담 거부로 노사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건양대병원 노조는 사측에 8월 중순경 단체교섭을 시작할 것을 요구한 상태이다. 노조가 출범하자 병원 측에서는 서울노동청 노동협력관과 서울 지노위 공익위원 출신 인사를 노사상생 부원장으로 새로 임명했다.

일산동국대병원과 건양대학교병원의 노동조합 가입대상은 각각 900여명 정도로 추산되며, 지금까지 병원마다 500여명 이상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노동자가 중심이 된 부산대병원비정규직 노조는 위탁업체를 상대로 시간외 수당 일부 미지급 및 무료노동에 대한 체불진정을 준비 중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신규 가입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 곳곳에서는 노동조합 설립을 감시하고, 방해하고 탄압하는 전근대적인 사용자들의 불법 부당노동행위가 멈추지 않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 채택한 ‘노동존중사회’, ‘노조 조직률 제고’를 실현하기 위해서 근로감독관 증원 등을 통한 노조 가입 및 활동과 관련한 탄압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일벌백계 차원에서 철저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나마 대형병원과 공공병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조직률을 보이고 있지만 동네의원은 사업장 특성상 조직화가 힘들어 열악한 노동조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동네의원에서 근무비율이 높은 간호조무사는 저임금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지난해 2월 공개한 의원급 의료기관 소속 간호조무사의 임금과 근로조건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간호조무사의 29.7%인 621명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은 "병원계도 3차 대형병원과 공공병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조직률을 보이고 있지만 문제는 중소 영세병원"이라며 "특히 동네의원의 경우 사업장 특성상 조직화가 가장 어렵다. 일단은 간호조무사협회와 함께 동네의원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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