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교수가 전공의·간호사에 폭언·폭행..."엄중 문책하고,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해야"

[라포르시안] 병원 내에서 교수가 간호사나 전공의에게, 전공의 선배가 후배에게, 간호사 선배가 후배에게 가하는 폭언과 폭행은 고치기 힘든 고질병인가 싶다.

잊을 만하면 병원내 구성원 간의 폭언·폭행 사건이 터진다. 더는 숨길 수 없을만큼 곪아 터진 상처처럼 외부로 드러나는 폭언·폭행 사건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최근 전북의 한 대학병원 정형외과 소속 한 전공의가 선배 전공의와 교수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당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번에는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교수가 전공의와 간호사를 향해 지속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가한 사건이 드러났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2일 성명을 통해 "최근 부산대병원에서 정형외과 K교수가 같이 일하는 간호사와 전공의들에게 지속적으로 폭언과 폭력을 가해온 사실이 밝혀졌다"며 "K교수는 간호사를 향한 성희롱 발언과 인격을 모독하는 폭언은 다반사였고, 전공의들에게는 주먹질, 발길질, 날카로운 수술용 기구를 이용한 위협 등 심각한 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교수의 직분과 사제지간이라는 관계에서 권력을 휘두르며 기분에 따라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번에 전공의와 간호사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해 문제가 된 K교수는 과거에도 비슷한 전력이 있었다고 한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K교수는 2009년에도 부산대병원 응급실에서 전공의, 원무팀 직원, 환자, 보호자에게 무차별 폭언과 폭행을 행사했음에도 다음날 '술을 마셔서 기억이 안 난다, 만약 그랬다면 미안하다' 는 말 한마디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보건의료노조는 "K교수가 그동안에도 지속적으로 간호사와 전공의를 대상으로 폭언ㆍ폭행을 일삼아 왔다"며 "그럼에도 긴 시간 동안 재발되는 폭언ㆍ폭행이 드러나지 않은 것은 병원의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병원 노동자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병원 노동자들의 폭언ㆍ폭행ㆍ성희롱 노출은 다른 사업장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2017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8.7%가 폭언을 겪었고, 폭행과 성폭력을 경험한 경우도 각각 8.5%, 8.0%에 달했다. 폭언의 가해자가 의사인 경우가 30.9%로 나타났다.

그러나 병원의 폐쇄적인 조직문화 탓에 폭언ㆍ폭행ㆍ성폭력을 겪고도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보다는 참고 넘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폭언을 겪은 경험자의 82.3%, 폭행 피해 경험자의 67.3%, 성폭력 피해자의 75.9%가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했다. 병원 노동조합이나 고충처리위원회, 법적 대응이나 제도적 장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응답은 폭언이 1.4%, 폭행이 4.3%, 성폭력이 3.2%에 그쳤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병원 전공의는 포함되지 않지만 이들의 고충도 다르지 않다"며 "4년간의 전공의 과정을 마치기 위해서는 교수 눈 밖에 나서는 안 되기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문제 삼기보다 대부분 참고 넘긴다. 이는 개별 구성원의 인권이 존중받고 보호되지 못하는 폐쇄적인 병원 조직문화를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접수된 회원 민원의 20%가 병원내 폭언 및 폭력에 관한 내용이었다.

대전협은 "실제로는 참고 참다가 겨우 용기를 내서 연락한 전공의들의 수에 불과하다"며 "이 중에는 견딜 수 없어 사직한 전공의도 있다. 정말 많은 전공의들이 폭언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현실"이라고 했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기에 항상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엄격한 위계질서, 상명하복의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갖게된다. 그런 분위기가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 형성을 방해하고, 내부 구성원들의 인권침해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병원은 내부 폭력 사건이 발생할 시 가해자가 누구더라도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고 마땅한 징계조치를 취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며 "의사의 폭언·폭행 사건이 불거진 부산대병원도 이 사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가해자를 엄중히 문책하며, 이후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부산대병원은 최근 인사위원회를 통해 K교수의 징계를 결정하고, 부산대 측에 K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 회부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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