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 상담·익명 문의 뺀 공식 민원만 2년간 50여건 달해…“수련평가기관 존재 이유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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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송명제)에 수련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전공의에 대한 욕설과 폭행,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부당한 처우와 관련해 민원 접수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협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2년간 비공식 상담과 익명 문의를 제외하고 접수된 공식 민원만 50여 건에 달한다고 1일 밝혔다.

대전협에 접수되는 수련 관련 민원 중 가장 심각한 사안은 바로 교수·스태프·과장급에 의해서 가해지는 전공의에 대한 욕설과 폭행이다.

대전협 정용욱 복지이사는 "욕설과 폭행은 수련 과정 중인 전공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모 병원의 성희롱 관련 건과 같이 병원 수련교육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않는 한 드러나기 힘들다"면서 "병원 측에 사실확인을 요청하더라도 재발방지만 약속할 뿐 구조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은 근무조(턴)에 두는 것을 방치하는 등 실제 개선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전공의가 진료 중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일방적인 폭언과 폭행을 당하는 일도 빈번하다.

정 이사는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병원 측에서 수수방관하거나 오히려 병원의 평판 등을 고려해 전공의에게 굴욕적인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재발방지를 위한 내부적 개선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공의 수련 및 전문의 취득을 위한 기준인 '전공의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및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과 전혀 상관없는 부분에서 전공의에게 징계 및 수련취소 근거가 될 수 있다며 부당한 강제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민원도 있다.

정 이사는 "최대 주80시간 근무에 맞춘 당직표를 대외용으로 두고, 실제적으로는 주 100시간이 넘는 근무를 강요하면서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오히려 '전문의 자격 취득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협박하는 일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근거 없는 징계 협박으로 당직을 강제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는데 타과 전공의가 미달되면 해당 과의 과장과 스태프 선에서 해결하는 게 아니라 가정의학과 전공의 등의 당직수를 대폭 늘리고, 이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징계할 수 있다고 압박하는 상황도 많다"며 "게다가 이러한 강제당직이 당연한 교육의 일환이라며 정당한 당직비 등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상 규정된 정당한 처우를 보장받지 못하는 일도 빈번하다.

대전협에 따르면 수련병원이 전공의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급여 및 당직비 등을 조절해 통보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정 복지이사는 "당직비 등을 근로기준법에 맞게 지급하라는 판례가 잇따르자 본봉 시급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줄이고 나머지를 당직비로 계산하는 꼼수로 근로계약을 개악하려는 수련병원들이 생기고 있다"며 "병원 경영 악화를 이유로 전공의와의 어떠한 협의나 양해 없이 일방적으로 급여 당직비, 휴가비 등 수당을 미지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피교육자이자 근로자라는 이중적인 신분 때문에 전공의들은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근로시간을 훨씬 넘어서는 업무시간에 대해 '교육받고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애매한 대답을 들어도 반박할 수가 없다"며 "이의를 제기하면 근거도 없이 '수련을 취소당할 수도 있다'며 협박까지 하는 수련병원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회를 통과한 '전공의특별법'과 하위법령에 관련 규정을 포함시켜 전공의의 최소한의 수련받을 권리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수련평가기관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지만 제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대전협 측에 민원을 접수하는 전공의들이 끊임없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정 이사는 "병원 사용자들의 협의체인 병원협회가 스스로 수련평가를 하고 있는 현재의 비정상에서 벗어나 전공의특별법에서 규정되는 수련평가기구는 정상적이며 공정한 방향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전협은 신설될 수련평가기구의 객관성과 독립성 확보를 통해 적극 나설 방침이다.

대전협 송명제 회장은 "전공의 특별법이 통과되고 나서 수련의 질 및 근무환경에 대한 민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전공의들 자신이 수련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을 갖게 되는 측면에서 좋은 방향이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수련을 담당했던 기관이 너무나도 무책임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상황이다. 대전협은 이런 점을 시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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