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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부족' 근본 원인은 방치하고…헛도는 병원내 괴롭힘 근절대책직장 괴롭힘 명문화·신고센터 운영·예방교육 강화..."인력확충·노동환경 개선 먼저해야"
한 대학병원 병동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라포르시안] 정부가 직장내 괴롭힘을 근절하는 방안으로 근로기준법 등에 직장 괴롭힘 금지 의무를 신설하고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의료 분야에서도 의료법 등에 간호사의 '태움문화' 등 직장 괴롭힘 금지 의무를 신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병원에서의 간호사 태움 같은 직장내 괴롭힘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방치한 채 겉으로 드러난 표면적인 증상에만 손을 대는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근절대책'을 심의·확정했다. <관련 기사: 정부, 간호사 태움 등 '직장 내 괴롭힘' 근절 종합대책 마련>

의료, 교육, 문화예술․체육 등 주요 분야에 대해서는 분야별로 맞춤 대책을 추가했다.

복지부가 마련한 대책을 보면 의사협회와 간호협회 내에 신고ㆍ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직장 괴롭힘 조기발견을 위해 주기적인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직장 괴롭힘 등 인권침해로 형사처벌을 받은 의료인에 대해 면허정지 등 강력한 제재가 가능하도록 오는 12월까지 의료법 개정을 추진한다.

인권침해 대응체계 마련 여부 등을 의료기관 평가에 반영하고, 오는 10월까지 의료기관내 인권침해 피해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기로 했다. 의료인 양성·보수 교육에 직장 괴롭힘 방지 내용을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이 병원 내에서 발생하는 간호사 태움문화나 수련병원에서 의사 선후배간 폭언과 폭행 등의 직장내 괴롭힘을 근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병원 내에서 의료인간 태움이나 폭언·폭행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원인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집단 괴롭힘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 간호사 직종의 태움 문화만 봐도 그렇다. 만성적으로 간호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강도의 업무가 요구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태움이 필요한 것처럼 왜곡된 인식이 자리잡게 됐다. 특히 간호사 인력충원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는 직장 괴롭힘의 대물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간호사 선후배 간 태움이라 악습이 간호인력이나 업무시스템 등의 업무환경의 영향을 받아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강지연 동아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는 2016년 4월에 발간된 '대한간호학회지(제46권 제2호)에 게재한 '간호사의 직장 내 괴롭힘 경험에 관한 근거이론 연구' 논문을 통해 "간호사의 직장 내 괴롭힘은 단순한 개인 간의 다툼이나 갈등이 아니라 업무 환경과 개인의 성향 등 복잡한 맥락적 조건 속에서 발생했다"며 "특히 병동의 조직문화와 간호업무의 특성은 괴롭힘의 피해자가 가해자로 전환되거나, 병동 내에서 괴롭힘이 대물림되는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 병원에서는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인한 높은 업무강도와 열악한 근무환경에 지친 간호사들이 병원을 그만두거나, 더 나은 환경을 갖춘 병원으로 이직하는 일이 고착화됐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신규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33.9%이고, 간호사 평균 근속연수는 5.4년에 불과하다. 상당수 간호사들이 늘 사직서를 품고 산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경험이 많은 간호사 대신 신규 간호사 인력이 빈자리를 메우게 되고, 간호업무 수행의 연속성과 숙련성, 책임감은 떨어지고 의료 질 하락을 초래한다.

부족한 인력으로 빡빡한 간호업무를 수행하는 일이 만성화 하다 보니 간호사 직종 내부에서 폭언과 임신순번제 등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은 겉돌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환자안전과 간호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태움과 같은 직장 괴롭힘이 어느정도 필요하다는 왜곡된 인식도 생기고 있다.

최근 발표된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18'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임상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적었고,  간호조무사를 포함한 임상간호사 수는 인구 1,000명당 6.8명으로 OECD 국가 평균(9.5명)보다 2.7명이 적었다.

이렇게 인력이 부족한 상황을 방치한 채 병원내 괴롭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괴롭힘 방지 교육을 실시한다고 어떤 효과가 생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들은 직무스트레스와 감정노동에 영혼이 소진되는 괴로움에 시달리다, 결국 병원을 그만두거나 외국 병원으로 이직을 꿈꾸는 것이 탈출구가 되고 있다. 이렇게 지금 한국의 간호현장은 폭발 직전"이라며 "인력부족으로 밥먹을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뛰어다녀야 하는 간호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시간외근무와 장시간노동을 실질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확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촉구하고 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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