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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를 행사 도우미처럼 춤추며 접대하게 만들고" 노동인권이 사라진 병원한림대의료원 산하 5개 성심병원서 불거진 간호사 인권침해 논란..."보건의료 분야 구조적 문제...인권감수성 키워야"

[라포르시안] 병원 내에서 간호사를 상대로 한 부당 노동행위와 인권침해 행위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한림대의료원 산하 5개 병원에서는 재단 행사에 간호사를 반강제적으로 동원해 춤 연습을 시키고 본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복장을 입게한 채 행사에 참여토록 한 게 보도되면서 보건의료 분야에서 여성종사자의 열악한 인권실태가 재조명되고 있다. 

비단 이런 일이 특정 병원의 사례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다수 병원에서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이와 유사한 인권침해 행위가 자행됐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앞서 작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 12개 병원의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전공의 등 여성보건인력 1,130명을 대상으로 여성종사자에 대한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정리한 '보건의료분야 여성종사자 모성보호 등 인권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권위는 이 조사에서 병원내 성 차별, 모성보호, 직장 내 폭력 및 성희롱 등의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했다.

간호사 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면접조사 내용을 보면 한림대의료원 산하 병원에서 발생한 것과 유사한 각종 성차별과 성희롱에 관한 증언이 담겨 있었다.

 한림대의료원 산하 병원에서 벌어진 일처럼 간호사에게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시키면서 기존의 정형화된 여성의 역할을 요구해 감정노동에 시달린다는 증언이 많았다.

한 간호사는 "무슨 행사 때마다 항상 불려갔어요. 간호사들 오프자들이라든지 말로는 자원봉사라고 하는데 도우미라든지 그런 분들처럼 양 옆에 서 있고. 병원에 이사장이 외부 손님이 온다 그러면 협력업체가 온다고 하면 양 옆에 유닛 매니저들 수간호사들이랑 함께 또 얼굴 이쁜 애들만 데리고 가요. 양 옆에 일렬로 서가지고 오면은 '솔' 톤으로 꼭 '어서오십시오' 인사 하게끔 한다"고 말했다.

회식 등의 자리에서 남성 의사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춤을 추거나 장기자랑을 하도록 동원되기도 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림대의료원 산하 병원에서 벌어진 상황과 상당히 유사했다.

심층면접에 참여한 한 간호사는 "접대를 해야 되는 거였다. 젊은 애들. 젊은 애들 몇 명 모아놓고, 노래 부르고 춤추고 아이돌 댄스 추는 거다. 그래서 그걸 과외 업무를 해야 되는 거다”는 증언을 했다.

또 다른 간호사는 “입사하고 얼마 안 있다가 병원에 무슨 행사가 있었다. 신규 간호사들 불러다놓고 장기자랑 시키는 그런 게 있었는데 간호사 식구들 한복 입혀놓고 거기서 인사 시키고 이런 다과 같은 거 다 나르게 하더라"고 자신이 겪었던 일을 토로했다.

회식 자리에서 의사에 의한 간호사 성희롱에 대한 증언도 있었다.

“회식자리가 정말 문제인 것 같아요. 저는 총각이랑 뭐 둘이 꼭 러브샷을 하래요. 굳이. 어 근데 걔가 총각은 아닐 것인데? 뭐 여기서 처녀 아닌 간호사가 있나?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거랑, 그리고 술을 먹으면서 그런 거. 막 분위기가”
환자나 보호자에 의한 성희롱도 빈번하게 벌어진다.

한 간호사는 “병실에서도 뭐 환자나 보호자들이 술 먹고 와가지고 간호사들 신체부위 찍고. 몰카 찍고. 찍지 마라 이랬는데 계속 찍고. '뭘 그러나 그런 것 가지고 그냥, 웃고 넘기면 되는 일 가지고 왜 그러냐'”고 하더라는 경험담을 털어놨다.

의사가 회식 자리에서 간호사를 성희롱한 사례에 대해 증언한 내용도 있었다.

한 간호사는 “회식자리가 정말 문제인 것 같다. 저는 총각이랑 뭐 둘이 꼭 러브샷을 하라고. '근데 걔가 총각은 아닐 것인데? 뭐 여기서 처녀 아닌 간호사가 있나?' 이런식으로 말하는 거랑, 그리고 술을 먹으면서 막 분위기를(만든다)"고 하는 성희롱 피해 사례 증언도 나왔다.

왜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인인 간호사를 상대로 한 이런 인권침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걸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은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간호사 직종에 대한 차별적 인식 때문이다. 

보고서는 " 간호 직종은 전통적으로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직종인데, 그렇기에 병원 내에서 담당하는 역할의 전문성과 중요성이 저평가되고 성적인 존재로 인식되는 차별적 편견 속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또한 병원내 폭력 및 성희롱이 빈번한 이유로 간호사와 여성 전공의 모두 병원의 무관심과 대응 부족, 그리고 부적절한 관리 행태를 꼽았다. 병원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예방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폭력 및 성희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문제로 병원간 환자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친절서비스 강화'라는 명목으로 간호사에게 요구하는 감정노동의 강도가 더 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친절 경쟁' 속에서 환자나 보호자, 혹은 병원 내 상급자로부터 가해지는 성희롱마저 참고 견뎌야 한다는 압박이 은연중에 가해진다.

앞서 공선영 사회건강연구소 연구위원이 '보건의료산업 노동자의 감정노동 실태조사 분석' 결과를 보면 감정노동 개선대책을 묻는 조사에서 ‘환자(보호자)가 폭언, 성희롱, 폭력을 행사할 때 피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는 항목(3.74점)의 요구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면 구조적 차원에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병원 조직의 인권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개선과 함께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이 절실하다.

인권위는 "복지부는 의료기관 인증 평가 및 의료서비스 질 평가 체계에 관련 지표를 넣어 의료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성평등 수준 향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도록 하게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며 "의과대학, 간호대학 등 보건의료분야 종사자 교육 훈련 기관은 보건의료분야의 성평등 이슈에 대한 교육 훈련 내용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지속적 연구를 수행할 뿐 아니라 간호대 학생들과 전공의들이 관련 내용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 훈련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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