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환경 개선 위해 신규간호사 10만명 추가배출..."문제의 본질 외면한 단편적인 대책"

한 간호대학의 '나이팅게일 선서식’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한 간호대학의 '나이팅게일 선서식’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병원의 만성적인 간호인력 부족과 높은 이직률의 근본 원인을 간과한 채 간호대학 입학정원 확대라는 단편적인 대책을 또다시 되풀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20일 발표한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신규간호사 10만명 추가 배출, 간호사 태움·성희롱 등 인권침해 방지, 간호사 야간근무 보상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간호계는 복지부가 간호사의 노동환경 개선을 정책과제로 선정하고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 측면에서는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30~40%에 달하는 신규 간호사의 이직률, 간호사 선후배 간 태움 문화, 그리고 '저비용 노동착취' 등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적정 간호인력을 확충하기 힘들게끔 하는 의료제도에 있음에도 그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그 많은 간호학과 졸업자는 다 어디로 갔나?>

경력단절 후 취업하지 않는 유휴 간호인력이 약 20만명에 달하는 데도 불구하고 향후 5년간 신규 간호사 10만명 추가 배출을 제시한 건 '간호사들이 일하기 좋은 병원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복지부 처우개선 대책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대한간호협회는 복지부가 의료현장의 활동 간호사 부족 문제를 간호대학 입학정원 확대를 통해 해소하려는 것에 우려를 제기했다.

간호협회는 "입학정원의 급격한 확대(정원 외 편입학 포함)는 간호교육의 질 저하와 신규 간호사 이직률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며 "밑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은 의료기관의 현실을 개선하려면 무엇보다 신규 간호사의 이직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간호사의 야간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수당 지원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호협회는 "야간근무 간호사에게 수당을 지원하고자 하는 방향성은 바람직하나,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의료기관들의 근로기준법 준수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현재 의료기관들은 연장근로, 야간근무, 휴일근무 수당 미지급, 포괄임금계약 체결 등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가 만연한 실정이다. 이러한 불법적인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수당 지원 보다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도 복지부 대책에 우려를 표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1일 공식 입장을 통해 "복지부가 내놓은 종합대책에는 간호사 노동환경과 처우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저임금 해결과 임금격차 해소대책, 높은 노동강도와 엄청난 업무량 경감대책, 빈번한 시간외근무 줄이기 대책, 직접적인 간호인력 확충 대책이 빠져 있다"며 "복지부가 내놓은 종합대책의 근본적인 한계점"이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복지부가 건강보험 가산 수가의 70% 이상을 간호사 처우 개선에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가장 시급한 간호사 저임금을 해소하고 임금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의료취약지 간호인력 인건비 지원책이나 응급의료 취약지 파견간호사 인건비 지원책은 취약지 간호인력 수급난을 해결하기 위한 임시방편은 될지언정 저임금과 임금격차로 인한 간호인력 수급난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봤다.

교대근무제 개선 대책의 일환으로 시간제 간호사 산정기준을 현실화 하는 방안이 병원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시간제 간호사는 교대근무에 필요한 인수인계와 업무연속성, 협업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시간제 간호사 활성화는 변형근무와 시차근무 등 최소인력을 운영하여 노동강도를 높일 우려가 있고, 저임금 나쁜 일자리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간호대 입학정원을 확대하는 정책도 실효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간호인력 부족은 배출되는 간호사의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발생하는 높은 이직률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복지부가 최근 공개한 '2011~2016년 보건의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간호사 수는 35만 6000명에 달하지만 활동 간호사 수는 18만명에 불과했다. 

간호사 면허자는 2004년 20만 2,012명에서  2014년 32만 3,041명으로 지난 10년 동안 60% 가까이 증가했다. 그 동안 간호학과 신설 및 증원으로 인해 매년 신규 면허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신규 간호사 배출을 확대하면 병원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낮은 간호인력 확보가 쉬울 수 있다. 경력직 간호사가 빠진 자리를 신규 간호사로 메우는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서 대한병원협회에서는 간호대학 입학정원 확대를 꾸준히 주장해 왔다.

간호인력 부족 대책으로 신규 간호사 배출 확대에 초점을 맞출수록 전체 간호사의 근무환경 개선과 처우 향상은 늦춰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현재 매년 2만명의 간호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1년 내에 그만두는 간호사가 33.9%에 이르고, 2016년 기준 간호사 면허 등록자 35만6000명 가운데 보건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는 절반 수준인 17만9989명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의료기관 이직이 심각하다"며 "간호인력 공급 확대보다는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의 이직방지를 위한 실질적이고 실효성있는 노동환경 개선과 처우 개선 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도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의료산업노련은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현재 간호사들이 직면한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표면적인 대책으로 접근해서는 부족하다"며 "간호사의 적정인력 확충을 대학정원의 변경을 통해 해결하기로 하는 방법은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한 것으로, 간호사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병원 내 쾌적한 노동환경에서 환자들을 대하는 간호사의 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간호사의 시간외 근로에 대한 적법한 수당을 지급하도록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산업노련은 "노동에 따른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우회적인 대책으로 덮기만 해서는 안 된다. 시간외 근로에 대한 수당이 적법하게 지급된다면 수많은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도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외면했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정부차원에서 병원으로 하여금 간호사의 처우개선을 의무화 시키고 수많은 위법사항들을 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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