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 활성화 등 고려해 현실에 맞는 결정" 언급...시민단체 "개설 허가시 공론화 결과 뒤집는 폭거"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3일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안에 있는 '녹지국제병원'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봤다. 사진 제공: 제주특별자치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3일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안에 있는 '녹지국제병원'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봤다. 사진 제공: 제주특별자치도

[라포르시안] 국내 첫 외국영리병원인 제주특별자치도의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여부를 놓고 다시 논란이 거세다.

앞서 제주도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가 지난 10월 4일 녹지국제영리병원 관련 숙의형 공론조사 결과 공개를 통해 ‘녹지국제영리병원 개설 불허’로 원희룡 도지사에게 권고했으나 원 지사가 이런 결정을 뒤집고 개설 허가 쪽으로 결론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민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제주도가 지난 3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원희룡 지사는 이날 서귀포시 동홍동 복지회관에서 지역주민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 병원 운영 방안, 마을 주민 입장들을 고려해 금주 중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여부) 결론을 내릴 방침”이라며 "병원 운영, 인수 등 여러 대안을 놓고 내부적으로도 논의를 많이 거친 상태이며 마을 주민들의 의견 또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또 녹지국제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채용 인력 등에 대한 문제를 알고 있는 상황이며, 직접 현장을 찾아 시설을 점검하고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으니 현실에 맞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다.

이런 발언은 지난 10월 공론조사위의 개설 불허 권고를 전달받은 후 “공론조사 위원회의 불허권고를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밝힌 입장과는 확연히 달라진 뉘앙스다. <관련 기사: 원희룡 제주지사 "녹지국제병원 개설 불허 공론조사위 권고 존중">

원희룡 지사의 발언을 놓고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쪽으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린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4일 성명을 내고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도민 공론화 결과를 뒤집고 영리병원을 허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지난 10월까지 무려 3개월간 도민들이 벌인 숙의토론 결과를 뒤집겠다는 것이고, 불과 38.9%만이 찬성하고 58.9% 주민들이 반대한 압도적 여론을 무시하겠다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공론화 토론은 제주시 조례에 명시된 법적 근거를 토대로 진행된 것으로, 원희룡 도지사는 공론조사가 전에도 이에 따를 것이라고 했고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이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혀왔다"며 "하지만 원 지사는 자신의 약속을 뒤집는 건 물론이고, 민주주의까지 짓밟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녹지국제병원이 개설되면 제주도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도 영리병원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녹지국제병원과 같은 영리병원은 하나 들어서면 지역의료비를 덩달아 올리는 ‘뱀파이어 효과’까지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녹지국제병원 개설은)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리병원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시발점이며 궁극적으로 한국의 건강보험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원희룡지사가 이런 민주적 결정을 뒤집고 국내 1호 영리병원을 허용한다면 이는 민주주의를 철저히 짓밟고 한국 의료체계를 민영화로 몰아넣는 폭거 중 폭거가 될 것"이라며 "원희룡 지사는 역사에 죄인으로 남고 싶지 않다면 즉각 영리병원 불허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도 4일 성명을 내고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즉각적인 불허 결정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원희룡 도지사는 제주도민이 민주적으로 결정한 녹지국제병원 불허결정을 뒤집지 말라"며 "제주 영리병원 허가는 우리 국민들이 용납할 수 없는 민주주의에 반하는 행패요, 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문재인 정부 역시 녹지국제병원 불허를 위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최근 정부 여당은 물론 보수야당에 의한 의료민영화 행보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늘 날 의료영리화 반대라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결정이 내려진다면 윈희룡 지사를 포함한 의료민영화에 찬동하는 모든 자들은 횃불 같은 저항에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의료연대본부 제주지역지부도 지난 3일 긴급논평을 내고 "원희룡 도정은 3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녹지영리병원에 대한 주간정책회의 결과를 보면 사실상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으려는 술수로 가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공론조사 결정은 원희룡 지사 자신이 결정한 것으로, 다수가 참여해 오랜 시간 진행한 공론조사 결과를 지금 와서 뒤집으로 하는 것은 어느 누가 보아도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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