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자본 우회투자 논란 이어 설립주체 법적지위에도 문제…시민단체 “사업계획 완전 철회해야”

[라포르시안]  제주특별자치도에 중국 녹지그룹이 설립을 추진하는 '제1호 외국영리병원'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 의료자본이 중국 현지기업과 협력해 우회적으로 영리병원 사업에 진출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외국영리병원 사업을 추진하는 설립 주체가 법적 지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문제를 제기하자 사업계획서를 자진 철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서비스분야 투자활성화대책 추진에 따라 외국영리병원 유치 실적을 달성하려는 지방자치단체와 보건복지부의 성과 조급증이 지난해 싼얼병원 사태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관련 기사 : 中 녹지그룹, 제주 외국영리병원 설립 신청 철회…싼얼병원 꼴 나나? >

'의료영리화·민영화 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와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20일 오후 2시부터 제주도청 앞에서 원희룡 도지사 면담을 요구하며, 영리병원 설립에 항의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범국본과 제주운동본부는 이날 집회에서 "박근혜 정권과 원희룡 제주도정은 의료산업 활성화라는 허울 좋은 미명아래 제주도민과 전국민의 건강권을 파괴할 영리병원을 다시 제주에 추진하고 있다"며 "녹지국제병원은 중국자본의 외피를 둘렀지만 국내의료자본이 중국을 우회한 영리병원이 아닌가 하는 의혹에 대해 뚜렷한 해명을 하지 못한 채 의문투성이며, 근본적으로 부동산 투기가 주사업인 자본에게 공공성이 생명인 의료를 맡긴다는 발상자체도 문제"라고 비난했다.

양 단체는 "영리병원은 투자자본에게 반드시 수익을 내야하므로 의료비를 폭등시키고 꼭 필요한 필수의료를 제대로 행하지 않게되고, 국민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런 식으로 제주도에 전국 제1호 영리병원이 설립되어 의료민영화의 물꼬가 터진다면 제주도는 물론 국내 공공의료와 건강보험 체계를 붕괴시키는 시발점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선거에서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도입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것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양 단체는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도입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원희룡 도지사는 제주도민을 우롱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녹지국제병원 설립 추진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박근혜 정권은 영리병원 정책을 중단하고 국민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도 20일 논평을 내고 제주도를 향해 외국영리병원 사업계획을 완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그동안 제주녹지병원이 국내 자본의 우회투자일 가능성에 대해 해명을 요구해왔지만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은 녹지그룹이 100% 출자한 외국인 투자법인이라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복지부 해명자료에는 녹지국제병원의 투자자는 국내법인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어 제주도의 해명은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 또한 최근까지 복지부도 출자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므로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관련 해명자료 바로 가기)

갖가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복지부와 제주도가 녹지그룹에서 사업계획서를 다시 제출하면 절차에 따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건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제주도는 (녹지그룹의)사업계획서를 다시 제출할 의사를 밝히고 있으며, 복지부도 향후 재검토할 의향이 있을을 밝히고 있다"며 "여전히 복지부와 제주도가 이번 사안의 심각성과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전국민적 우려를 무시하고 있음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녹지그룹의 영리병원 설립 신청 자진 철회는)원희룡 도지사의 말대로 '국내법인이 외국인을 내세워서 우회적으로 영리병원에 접근할 가능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국내법인이 개입한 정황과 그 배후는 누구인지, 여기에 제주도와 복지부는 어떻게 관계되었는가를 철저히 조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외국영리병원 도입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제주도와 복지부는 녹지국제병원뿐 아니라 외국영리병원도입 시도 자체를 당장 그만둘 것을 요구한다"며 "우리는 제주도뿐만 아니라 경제자유구역 어느 곳에서도 국민의 건강을 팔아 돈벌이를 하려는 영리병원을 막아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녹지국제병원 설립 주체는 국내법인이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법적지위 요건 불충분" 한편 복지부는 20일 제주도로부터 중국 녹지그룹의 외국영리병원 사업계획서 승인에 대한 철회 신청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녹지국제병원 개설주체인 그린랜드헬스케어(주)는 중국 녹지그룹(외국법인)이 출자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국내법인)에서 다시 출자해 설립됐다.

결국, 녹지국제병원의 설립 주체인 그린랜드헬스케어가 국내법인이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라는 의미다.

복지부는 전문가 자문과 내부 실무검토를 통해 그린랜드헬스케어가 외국인투자촉진법 상의 '외국인'에만 설립을 허용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관련 규정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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