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빅데이터·지리정보 연계한 '한국형 다트머스 아틀라스' 올 연말쯤 구축
지역간 의료이용 형평성 개선·의료전달체계 확립 정책 근거자료 제공

[라포르시안] '지역에 따라 입원환자 사망률이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지역에 따라 응급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지역에서 급성기 병상이 증가하는 건 지역민의 건강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올 연말쯤 '한국판 다트머스 아틀라스(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KNHI-Atlas)' 구축 사업이 완료되면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누구나 쉽게 찾아보는 일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제작은 미국 '다트머스 의료정책 및 임상진료 연구소'(Dartmouth Institute for Health Policy and Clinical Practices)의 '다트머스 아틀라스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하며 시작했다.

지역별로 메디케어 가입자의 퇴원 후 30일 이내 재입율을 시각화해 보여주는 다트머스 아틀란스(Dartmouth Atlas of Health Care) 홈페이지 화면.
지역별로 메디케어 가입자의 퇴원 후 30일 이내 재입율을 시각화해 보여주는 다트머스 아틀란스(Dartmouth Atlas of Health Care) 홈페이지 화면.

다트머스 아틀라스는 지도상의 지리공간정보와 지역별 의료이용 빈도를 연계해 시각화한 '의료이용지도'이다. 이를 통해 의료취약지를 살펴 볼 수 있고 개별 지역에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가늠하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1993년부터 시작된 다트머스 아틀라스 프로젝트는 메디케어(Medicare) 자료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연계해 특정 지역의 기본적인 의료자원 정보부터 개별병원에 관한 정보, 의료질 평가 자료, 질환별 지역내 사망률과 재입원율, 의료비용 등 방대한 의료데이터가 세부 항목별로 지리정보와 연계해 구축했다. 다트머스 아틀라스 홈페이지(http://www.dartmouthatlas.org)에 접속하면 누구나 관련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영국도 지난 2010년부터 다트머스 아틀란스를 참고해 보건의료자원의 공급과 의료이용, 결과를 지역별로 산출하고 지도와 연계한 'NHS Atlas'를 제작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건강보험공단 주도 아래 서울대 의과대학 김윤 교수가 연구책임을 맡아 4년째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제작 사업을 추진 중이다.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는 건강보험 빅데이터에 담긴 가입자들의 보험료, 진료내역, 의료기관 정보 등을 공간정보와 매칭해 지도상에 연계하는 방식이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을 통해 지역별 환자의 의료이용행태, 의료자원의 지역적 분포 및 교통인프라 등을 고려한 의료이용지도를 구축하고, 향후 보건의료 정책수립 시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지역간 의료이용 변이를 파악하고 합리적인 의료이용을 방해하는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의료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이용지도의 가치는 높다. 국내 보건의료 체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지역간 의료자원 수급불균형과 붕괴된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개선하는 정책을 수립할 때 필요한 근거자료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유무가 지역간 의료이용 변이 발생에 큰 영향

공단은 지난 4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19층 프레스룸에서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 연구’를 주제로 국내외 전문가를 초청해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의료이용지도 구축 경과를 공개했다.

연구책임자인 서울대 김윤 교수는 환자 특성, 의료자원, 공간DB 데이터 등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료생활권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의료자원과 의료이용 및 건강결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향후 보건의료 정책 수립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의료이용지도 제작을 하면서 연구팀은 우선 인구 수와 의료수요의 자체충족률, 병원까지 교통시간 등을 기준으로 전국을 56개 중진료권과 15개 대진료권으로 구분했다.

진료권역을 구분한 후 각 진료권별로 입원의료, 일차의료, 심뇌혈관질환, 응급.분만의료, 중증질환(암) 등에 따른 병상수급과 의료이용행태, 의료취약지, 중증도보정사망률, 건강결과 결정요인 등을 분석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의료이용지도 관련 여러 건의 연구결과를 보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존재 여부가 사망과 재입원 여부에 미치는 영향이 컸고 지역간 의료이용 변이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모든 중진료권에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인구 1,000명당 2병상 이상 공급하는 경우 사망과 재입원이 5%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단순 병상 공급의 증가보다 병상 공급 구조의 개선이 사망과 재입원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인구 1,000명당 급성기 병상 1병상 증가는 사망비율을 3% 감소하는 반면 재입원율을 6% 높였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병상이 2개 이상인 지역에서는 사망율이 25%, 재입원율이 24% 더 낮았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없는 지역의 '퇴원 후 30일내 사망'을 100으로 했을 때 300병상 종합병원 병상이 2개 이상인 지역의 퇴원 후 30일내 사망이 75에 그쳤다.

지역의 급성기 병상 공급 구조와 입원결과의 상관관계에서도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병상이 1병상 증가할 때마다 재입원비율이 7% 감소했다.

병상공급이 의료비 지출 미치는 영향의 분석도 이뤄졌다. 인구 1,000명당 1병상이 증가할 경우 의료비는 약 3만원이 증가했다.

이미지 출처: '2018년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연구' 자료
이미지 출처: '2018년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연구' 자료

이런 분석을 근거로 인구 1,000명당 300병상 이상 1병상 증가 시 연간 17건의 입원건수가 줄고, 재입원비율은 7% 정도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입원취약지에 300병상 이상 병원이 배치되면 퇴원 후 30일내 사망률은 25% 줄고, 계획되지 않은 재입원율은 24% 감소해 전국적으로는 사망률과 재입원율이 각각 5%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시도 및 진료권별로 병상 총량제 도입, 종합병원 신설 병상기준 강화, 적정 규모 이하 중소병원 기능전환, 지역책임병원 지적 기준 설정 등을 보건의료 정책이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기도 및 진료권별로 병상수급을 분석해 공급과잉 지역에 병상 신증설을 제한하고, 급성기 종합병원의 신설 기준을 300병상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은 진료기능 평가를 통해 취약지 종합병원은 지역책임병원으로 육성하고 일반 병원은 회복기병원으로 기능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을 제안했다.

응급의료 공급 구조와 건강결과의 상관관계 분석도 이뤄졌다.

분석 결과 인구 10만명 당 응급의료센터 수가 많아도 사망비가 1.16배 높은 반면, 300병상 이상 적정 규모의 응급의료센터가 존재하면 중증응급환자 사망비가 24% 낮아진다. 또 응급의료센터까지 이동시간 90분 이상, 자체충족률이 30% 미만 지역의 중증응급환자 사망비가 높았다.

즉 응급의료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적정 규모의 응급의료센터 운영 여부, 응급의료센터와의 접근성, 지역내 의료이용 자체충족률 등이 응급환자의 건강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응급의료 공급량이 많은 중진료권은 사망비를 낮추지 못하고 자체 충족률 개선과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았으나 응급의료 공급 구조가 좋은 중진료권은 자체충족률이 높고, 부적절 초기이용률과 중증질환자 중증도보정 사망비가 낮고 응급의료 접근성이 짧았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석 결과에 따라 적절한 응급의료의 공급을 위해서는 응급 현장 단계에서 증중도 분류 및 처치 역량을 강화해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응급의료 취약진료권에 대한 지원을 통해 지역별 미충족 수요을 보완하는 기능(농어촌형 지역응급의료센터)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책을 제안했다.

지역응급의료센터가 공급과잉인 지역에는 법적 기준 미충족 센터와 적정 수준 이하의 센터는 지정을 취소하는 대신 과소지역의 응급의료센터를 확대하고, 300병상 이하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증축과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의료의료지도는 의료개혁의 단초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효과적인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효율적인 방법으로 제공' 하는 길을 찾는 데 있다.

그런 면에서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는 의료자원의 과잉공급과 수도권 대형병원의 환자 집중 현상, 응급·분만 등 의료취약지 해소 방안 마련과 효율적인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을 위한 보건의료 정책 수립 활용에 그 목표를 두고 있다.

의료이용지도를 구축하고 활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성과는 의료자원의 적절한 분배와 의료이용의 형평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의료정책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수립 근거와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의료이용지도 구축을 위해 실시한 연구결과를 보면 지역간 의료이용 변이를 분석하고, 부적절한 의료이용과 의료자원 배치 문제를 분석해 정책적 대안을 찾아냈다.

의료이용지도는 국내 의료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전문가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무원, 일반인 등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시각화로 보여줌으로써 의료체계 개혁 필요성에 대한 대중적인 공감대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의료이용지도 구축에 있어서 시공간 자료를 효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시각화가 상당히 중요하다. 의료이용지도의 시각화 방법에 대한 연구는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맡고 있다.

박종현 건보공단 빅데이터운영실 센터장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현재까지 구축된 의료이용지도 시스템을 소개하고 "오는 12월 말까지 시각화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후 해당 웹사이트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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