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유무 큰 영향...병상 공급량 많아도 공급구조 나쁘면 의료 질 악화
진료권별 병상총량제·급성기 종합병원 신설 병상기준 강화 등 필요

[라포르시안]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분포에 따라 지역별로 사망률과 재입원율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역 내에 급성기 병상이 많아도  적절한 입원진료를 할 수 있는 일정 규모의 종합병원이 없으면 의료 질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의 병상 공급구조와 의료자원의 적절한 분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31일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료생활권을 56개 중진료권으로 구분하고, 각 지역 간 의료이용 양상을 비교 분석한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KNHI_Atlas) 구축 연구(연구책임자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중간결과를 공개했다.

의료이용지도 구축을 위해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의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구수, 지역 내 의료기관 이용률(자체충족률), 의료기관까지의 이동시간을 산출해 의료생활권을 구분하고 이에 따른 의료자원과 의료이용, 건강결과를 분석했다. <관련 기사: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보면 의료체계 개혁 방향이 보인다>

중간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급성기 병상수는 2016년 현재 인구 1,000명당 6.2개로 OECD 평균(3.3개)의 1.9배이다.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 병상이 50% 이상인 OECD 국가와는 반대로 우리나라는 300병상 미만 중소형 의료기관 병상이 전체의 69%로 중소형병원 중심의 공급구조를 갖고 있다.

56개 중진료권 중 인구 1,000명당 급성기 병상이 가장 많은 지역은 9.9개, 가장 적은 지역은 3.6개로 진료권간 2.8배 격차가 났다. 특히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없는 곳은 고성, 영월, 진천, 거제, 사천, 김천, 서산, 당진, 속초, 시흥, 이천 등 11개였다.

중진료권 중 인구 1,000명당 입원이용량이 가장 많은 곳은 377건, 가장 적은 곳은 155건으로 2.4배 차이가 났다. 중진료권 중 자체충족률이 가장 낮은 곳은 진천으로 32%에 그쳤다. 자체충족률이 50% 이하인 곳도 14개였다.

중진료권별 중증도보정 사망비(권내 이용 기준). 표 출처: 건강보험공단
중진료권별 중증도보정 사망비(권내 이용 기준). 표 출처: 건강보험공단

중진료권별 의료결과를 살펴보면 중증도 보정 사망비가 가장 높은 곳은 이천·여주(1.7)로 가장 낮은 강릉·평창(0.8)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중증도 보정 사망비가 가장 낮은 강릉·평창은 주변 지역 중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존재하지 않는 속초(1.5), 영월(1.3)보다 낮았다. 인구 1,000명당 급성기 병상은 6.6개로 전국 평균(6.2개)보다 소폭 많았으며, 급성기 병상의 63%가 300병상 종합병원에 의해서 공급되고, 700병상급의 지역거점 의료기관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증도 보정 사망비가 가장 높은 이천·여주는 인구 1,000명당 병상수는 3.7개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으며, 급성기 병상 100%가 300병상 미만 의료기관에 의해 공급되는 구조였다. 자체충족률도 45.4%(평균 64%)로 의료자원이 취약했다.

중진료권별로 위험도 표준화 재입원비를 보면 가장 높은 곳은 여수(1.4), 가장 낮은 곳은 천안·아산(0.8)으로 1.8배 이상의 격차가 벌어졌다.

재입원비율이 가장 낮은 천안·아산은 인구 1,000명당 급성기 병상은 5.7개(전국 평균 6.2개)이며, 급성기 병상의 40%가 300병상 종합병원에 의해 공급됐고, 지역거점 의료기관 기능을 하는 종합병원이 존재했다. 인구 1,000명당 입원 또한 204건으로 전국 평균에 비해 낮았으며, 자체충족률은 81.1%였다.

반대로 재입원비율이 가장 높은 여수는 인구 1,000명당 급성기 병상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준(9.6개)이지만 급성기 병상의 13%만 300병상 종합병원에 의해 공급됐고, 지역거점 의료기관 기능을 수행하는 병원은 없었다. 인구 1,000명당 입원도 334건으로 전국 평균 225건에 비해 높았으며, 자체충족률은 72.8%였다.

연구책임자인 김윤 서울대의대 교수는 “과도한 병상의 공급은 입원 의료이용과 재입원의 증가로 나타났으나 병상 공급량이 많아도 공급구조가 좋은 경우 의료이용과 의료결과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불필요한 입원 및 재입원을 예방하고, 입원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병상의 공급구조를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증도 보정 사망비가 가장 높은 이천, 여주와 사망비가 가장 낮은 강릉, 평창.
중증도 보정 사망비가 가장 높은 이천, 여주와 사망비가 가장 낮은 강릉, 평창.

한편 세균성폐렴을 비롯해 협심증, 천식, 고혈압, 당뇨 등 적절한 외래의료이용을 통해서 입원을 예방할 수 있는 외래진료 민감질환의 입원율에도 300병상 종합병원 존재 여부가 영향을 미쳤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외래진료 민감질환 입원율은 인구 1만명당 181건으로 나타났으며, 유아와 노인에서는 각각 5배·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전국 252개 시군구 중 인구 1만명당 외래진료 민감질환의 입원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해남(545건), 가장 낮은 곳은 용인시 수지구(76건)로 파악됐다.

외래진료 민감질환의 입원율이 가장 낮게 나타난 용인시 수지구는 지역박탈지수가 가장 낮아 사회경제적 여건이 양호하고, 인구 만명당 일차의료의사수도 3.2명으로 상대적으로 많았다. 인구 1,000명당 300병상 미만 병상수는 0.9개였다.

가장 높은 외래진료 민감질환의 입원율을 보인 전남 해남은 지역박탈지수가 높아 사회경제적 여건이 취약하고, 인구 1만명당 일차의료의사수는 1.7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인구 1,000명당 300병상 미만 병상수는 가장 높은 수준인 13.4개였다.

김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역 간 의료변이에 대한 사회적 의제를 만들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시작점이며, 병상의 절대적 총량을 늘리기보다는 의료의 질과 효율성 측면에서 중소병원의 진료기능을 명확히 하고, 급성기뿐 아니라 요양병원-요양원 등 협력체계를 갖고 상생하는 길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병상 공급량을 적정화하고, 입원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시도 및 진료권별 병상총량제, 급성기 종합병원 신설 병상기준 강화, 지역거점 병원 육성, 적정 규모 이하의 중소병원 기능 전환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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