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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병은 대학병원, 아니면 동네의원...보험료 추가 부담없이 보장성 확대"보건의료 정책·보장성 확대 방향 등 국민 인식조사 결과...지역·소득계층간 의료격차 해소 요구 커

[라포르시안] 우리나라 국민은 향후 보건의료 정책 수립에 있어서 의료접근성, 보장성, 서비스의 질 등 보건의료 체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였다. 특히 소득계층 간, 지역 간 의료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우선시해야 생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전달체계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병원은 대형병원과 동네의원 사이에서 그 역할과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국민 2명 중 1명 꼴로 중소병원의 의료 질이나 신뢰도 등의 측면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보였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에 따른 건강보험료 인상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았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1차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 과정에서 이러한 국민 인식과 정책 수요를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보건의료 정책 추진 방향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방향 등에 대해서 국민 인식 조사 및 정책 수요 분석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정리한 '미래 보건의료 정책 수요 분석 및 정책 반영 방안' 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는 'OECD Health Data' 등의 관련 보고서를 통한 문헌 조사와 함께 작년 11월부터 12월 사이 만 19~69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건의료 정책 수요 웹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반적인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88.7%가 ‘보통’ 또는 ‘만족’이라고 평가했다. 지역 규모가 작을수록,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경향을 보였다.

의료서비스를 접근성, 보장성, 의료의 질로 세분해 각각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접근성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고 의료의 질과 보장성 만족도는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의료 접근성, 보장성, 의료서비스의 질 등 모든 지표에서의 만족도는 지역 규모별, 소득 수준별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는데, 특히 모든 지표에서 소득이 낮을수록, 농어촌 지역일수록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규모별 의료 접근성 만족도를 보면 대도시와 농어촌 지역 거주자 간에 큰 격차를 보였다.

의료 접근성 만족도는 대도시 거주 응답자가 7.0점, 중소도시 거주 응답자가 6.6점, 농어촌 거주 응답자가 6.3점으로 나타났다. 가구 소득 수준별로 의료 접근성 만족도에 격차가 났다. 소득 최상위 가구의 접근성 만족도는 7.3점인 반면 소득 최하위 가구의 접근성 만족도는 6.4점에 그쳤다.

소득 수준별로 보면 소득 최상위 가구에서 '의료 이용에 제약이 없다(매우 그렇다+그렇다)'는 응답은 61.2%인 반면 소득 최하위 가구는 35.2%로 큰 격차를 보였다.

전반적인 의료서비스 만족도의 경우 소득 최상위 구간 응답자의 만족도(만족+매우 만족)도는 49.3%로, 소득 최하위 가구의 만족도(33.4%)와 비교해 15.9%p 더 높았다.

전체 국민의 절반 정도(50.7%)가 의료비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부담스러운 의료비 항목은 ‘검사비용(29.8%)’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수술비용’(22.3%),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 의약품’(20.2%) 순이었다.

표 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 보건의료 정책 수요 분석 및 정책 반영 방안' 보고서

의료전달체계 개편 관련해 동네의원 의사를 사전에 선택해 지속적으로 건강 상태를 관리할 수 있는 단골의사(주치의) 지정과 먼저 단골의사에게 진료 받은 후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아 대형병원(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편할 것이라는 응답률이 57.6%(매우 불편+불편)로 더 높았다.

주치의 지정 및 주치의를 통한 상급종합병원 이용에 대해서 소득 최하위 가구의 부정적 인식은 51.9%인데 소득 최상위 가구는 60.0%로 소득이 높은 가구일수록 부정적 의견이 더 높게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4명 중 1명은 동네의원 이용 후 1개월 이내에 동일 질환으로 대학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네의원 이용 후 동일 질환으로 대형 병원을 이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대상자의 이유를 분석한 결과, 자의에 따른 대형병원 재방문이 50.8%를 차지했다.

동일 질환으로 동네의원 진료 후 대형병원을 이용한 이유로는 '보다 전문적인 검사·치료를 위해 동네의원에서 대형병원으로 의뢰’가 47.4%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다 신뢰할 수있는 검사 결과를 얻기 위해서 본인이 선택 또는 진료의뢰서요청’(29.0%), ‘상급종합병원 이용을 위해 동네의원에서 진료의뢰서만 발급’(12.6%), ‘최신 의료장비와 의료시설이 더 좋아서’(6.5%),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대형병원 진료비 부담이 낮아져서’(2.8%) 순이었다.

동네의원 의료서비스에 불만족한다고 응답한 대상자들의 불만족 사유를 분석한 결과, ‘치료 효과가 좋지 않아서’(26.6%), ‘질병 진단을 신뢰할 수 없어서’(25.8%), ‘의료진(의사 및 간호사)에 대한 신뢰가 낮아서’(20.1%) 등 의원급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응답을 주로 꼽았다. 동네의원을 이용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할 만한 경력이 있는 의사나 전문의가 진료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중소 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  표 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 보건의료 정책 수요 분석 및 정책 반영 방안' 보고서

의료전달체계에 있어서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병원에 대해서는 의료 질이나 신뢰도 등의 측면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았다.

조사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47.4%는 중소병원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중소병원을 잘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큰 병이면 대학병원을, 일상적인 병이면 동네병원을 가는 게 나아서’라는 응답이 54.9%로 가장 많았다. 이용했지만 치료 효과가 좋지 않았다거나 진단을 신뢰할 수 없어서라는 응답도 9.8%에 달했다.

앞으로 우리나라 보건의료서비스에서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으로는 전체 응답자의 27.3%가 ‘암 등 중대한 질병이라도 큰 경제적 부담 없이 의료 이용을 하는 것’을 꼽았다. 

다음으로 ‘응급 상황 시 이용할 수 있는 응급실, 중환자실 등이 충분한 것’ 18.5%, ‘가까운 곳에 진료 받을 수 있는 의원(또는 병원)이 있는 것’ 15.4%, ‘내 증상과 치료 계획에 대해 의사에게 충분히 질문하고 설명을 듣는 것’(9.8%), ‘지속적 진료를 통해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관리해 줄 수 있는 주치의가 있는 것’(9.6%) 순이었다.

표 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 보건의료 정책 수요 분석 및 정책 반영 방안' 보고서

국민이 지향하는 적정 건강보험 보장률 수준은 현재보다 약 10%p 높은 약 73%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서 가장 우선시해야 할 방향으로는 ‘계층, 질병 경중에 상관없이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치료, 검사에 대한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는 응답이 45.1%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경증 질환(감기 등)보다 중증 질환(암, 난치병 등)에 대해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35.8%였고, ‘장애인, 노인, 소아 등 건강이 취약한 계층에 대한 지원을 우선 늘려야 한다’가 19.0%로 조사됐다.

보장성 확대에 따른 건강보험료 추가 부담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더 높았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따른 건강보험료 추가 부담에 대해 조사한 결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찬성하지만, 국민건강보험료의 추가 부담은 반대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57.1%를 차지했다.

이어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된다면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이 26.1%, ‘현재 보장성 수준을 유지하고 나머지 진료비는 개인이 선택적으로 대비하도록 한다’는 응답은 16.9%였다.

표 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 보건의료 정책 수요 분석 및 정책 반영 방안' 보고서

소득 수준별로는 소득이 높을수록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된다면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고, 건강보험 자격별로는 지역 가입자의 64.1%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찬성하지만 국민건강보험료의 추가 부담은 반대한다’고 응답해 직장 가입자(55.0%)보다 부정적인 의견이 더 높았다.

20년 후 보장성과 의료비 부담수준에 대한 정책 방향을 질문한 결과, ‘현재 건강보험료와 의료비 부담 수준 유지’라는 응답이 전체의 58.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현재보다 많은 건강보험료를 내는 대신 병·의원 이용시 현재보다 낮은 의료비를 부담’은 27.4%였으며 ‘현재보다 적은건강보험료를 내는 대신 병·의원 이용 시 현재보다 많은 의료비를 부담’하겠다는 응답은 9.6%였다.

보고서는 "향후 보건의료 정책 방향을 수립할 때 지역 간 의료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고,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불충분한 필수 의료서비스를 어느 지역에서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공적 투자의 확대도 필요하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과 신뢰 구축과 함께 중소병원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전문병원’을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건강보험 재정 지출 효율화, 새로운 건강보험 재정 충당 기반 개발, 건강보험과 민간 의료보험의 건전한 역할 설정 등 보장성 확대를 위해 다각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향후 보장성 확대와 건강보험료 인상은 국민이 실제 체감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장성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구축한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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