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응급의료현장 폭력추방 긴급정책토론회 열려..."응급실 안전은 환자 생명과도 직결"

[라포르시안] 응급의료 현장의 폭력 근절에 대해 의료계와 시민단체, 사법단체, 정부 모두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제시한 해법은 제각각이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응급의료현장 폭력 추방을 위한 긴급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대한응급의학회, 병원응급간호사회, 응급구조사회, 의사협회, 병원협회, 환자단체연합, 소비자시민모임, 소방청, 경찰청,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의료계는 격앙된 목소리로 주취자 등에 의해 발생하는 응급실 폭력 행위는 의료진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위해를 가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정부와 사법당국의 적극적인 대응과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호중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이 하루에 40~50명의 응급환자를 진료한다. 만약 폭행을 당해 진료를 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하다"면서 "응급환자가 들어왔을 때 음주측정을 하고, 혈중알코올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결박치료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성엽 가톨릭대 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응급실에서 폭력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이 잘 만들어져 있다. 특히 대부분의 주에서 의료진을 폭행한 자에 대해 무조건 징역, 최대 사형까지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민간 경비인력이 폭력 행위자의 신체를 구속할 권한을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그런 권한도 없을뿐더러 가이드라인이나 감시 체계조차 구축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류현욱 응급의학회 법제이사는 법과 제도의 강화를 주문했다. 

류 이사는 "비응급환자의 응급실 출입을 차단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반의사불벌죄가 독소조항으로 작용해 피해 의사들이 경찰서에서 합의를 종용당하고 있다"면서 "주취자에 대한 처벌 감경 조항을 없애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적용도 고려해야 한다. 민간경비원이 난동자를 제압하도록 관련 장비 사용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응급의료기금을 활용한 지원도 주문했다. 

류 이사는 "응급의료 현장의 안전은 종사자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국민의 권리이며, 응급 환자의 생명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응급의료기금 지원사업을 활용해 경비인력을 확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들을 지원하는 등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 토의에서 정은희 병원응급간호사회 회장은 응급실에서 제3자 녹취 허용을 제안했다. 

정 회장은 "주취자의 처벌 감경 조항을 없애고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경찰을 상주시키는 체계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원활한 증거수집을 위해 제삼자 녹취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력 피해를 본 의료인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응급실 폭행범을 테러리스트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인술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 폭력은 피해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 그런 사건이 발생하면 환자의 상태도 나빠진다"면서 "응급실 폭행범을 테러리스트로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처벌 강화 주장은 환우회와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혔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 대표는 "응급실 폭력 추방 대책으로 기승전 경찰 책임, 수가, 의료인 보호 이런 방식으로는 안 된다"면서 "법의 문제이기보다는 제도와 문화, 정책의 문제인 것 같다"고 시각을 달리했다. 

안 대표는 "반의사불벌죄를 없애고 벌금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폭행의 범위가 너무 넓다. 멱살만 잡아도 폭행에 해당하기 때문에 과도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응급의료기관에 경찰을 배치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대통령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 대표는 "전국에 403개 응급의료기관이 있다. 3교대로 근무하려면 1,200명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국민청원을 내자"고 제안했다. 

윤명 소비자모임 사무총장도 "의료계는 벌금형 폐지,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을 폭력 근절 방안으로 제안하는데 악용의 소지가 있다"고 경계했다.

복지부는 처벌 강화보다는 국민 인식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박재찬 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어느 곳보다 안전이 확보되어야 할 응급실에서 폭행이 발생한 것을 보고 참담함을 느꼈다"며 "법과 제도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무엇보다 먼저 응급실 이용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왜 폭력이 발생하는지 고민하고 어떻게 응급실을 이용해야 하는지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인식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올 하반기에 응급실 이용 문화 개선에 방점을 두고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익산 응급실 폭행 사건을 계기로 비난의 화살을 받은 경찰은 적극적인 대응을 약속했다. 

최주원 경찰청 형사과장은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료인을 폭행하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사건 발생시 신속하게 출동해 대응할 것"이라며 "특히 병원측과 협의해 순찰선에 응급실을 추가하고 비상벨 설치도 고민하겠다. 신고가 접수되면 최대한 빨리 출동해 먼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의 제지에 불응하면 법 테두리에서 강력히 대응하고, 의료인 폭행 동기, 범행의 중요도, 재범 위험성 등을 엄정하게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익산 응급실 폭행 사건에 대해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최 과장은 "익산 응급실 사건은 법과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해 대응했다. 사건 발생 10일 만에 가해자가 구속된 점만 봐도 그렇다"면서 "당시 신고를 받고 3분 만에 경찰이 출동했는데 이미 상황이 종료된 후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표창원 의원은 토론회 시작전 개회사만 하고 본회의 참석을 이유로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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