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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사회의 현주소 보여준 '의료인 폭행 근절 규탄대회'참가인원 200~300여명 불과..."병원내 폭행 되풀이되는 이유 알 수 있어"

[라포르시안] 지난 8일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열린 의료기관 내 폭력 근절 범 의료계 규탄대회'는 의사 사회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 뼈아픈 집회였다.

이날 집회는 지난 1일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응급실 의사 폭행 사건을 규탄하고 경찰의 강력한 법 집행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익산 응급실 의사 폭행은 손가락 골절로 익산의 한 병원 응급실을 찾은 40대 남성 환자가 자신을 진료한 의사를 무차별 폭행해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힌 사건이다. 

환자가 진료 중인 의사를 무차별 폭행했음에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즉각 분리하지 않아 '감옥에 갔다 와서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받는 등 2차 피해를 입었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의료계 곳곳에서 규탄하는 성명서가 발표되고, 보건복지부도 즉각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익산 응급실 진료 의사 폭행 사건 피의자를 구속하고,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취지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현재 5만8,000여명이 동의할 정도로 호응이 뜨겁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의협은 올바른 의료제도를 정부에 촉구하기 위해 이달 6일 개최 예정이던 기자회견까지 취소하고 경찰청 앞 집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의협은 이날 집회에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등 의료계 단체 관계자와 회원 약 2,000여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집회 당일 서대문 경찰청 앞에 모인 집회 참가 인원은 300명 안팎(의협 추산 800명, 경찰 추산 400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집회 지원을 위해 나온 의협 직원과 취재 기자를 제외하면 200명 안팎이다.

집회에 참석한 의료계 단체도 치과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에서 회장이 직접 참석했고, 병원협회, 간호사협회 등은 사실상 불참했다.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원로 의사는 "진료실에서 의사가 폭행당하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안타까운 상황에서도 집회 참가 인원이 200명도 안 되는 현실이 너무도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한 회원은 "만약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가 일터에서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 아마도 광화문 광장이 이를 규탄하는 노동자들로 가득했을 것"이라며 "이번 집회를 보면 익산 응급실 폭행 사건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의협의 한 임원은 이런 상황에서 집행부가 어떻게 대정부 투쟁에 나설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는 "집회 참석자들 면면을 보면 16개 시도의사회 회장은 물론 전문과목 의사회 회장들도 대부분 불참했고, 의협 대의원들도 거의 오지 않았다"면서 "회원이 무차별 폭행을 당해 공분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 정도인데, 문재인 케어를 저지하기 위해 투쟁하자면 과연 얼마나 참여할지 안 봐도 뻔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각에서는 집행부가 투쟁에 나서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대집 회장의 '최소 6개월 투쟁 준비론'이 단순히 책임을 면하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최대집 회장은 최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의료계가 집단행동을 하려면 최소 6개월 최대 1년 이상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최근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열린 의사파업권 주제 세미나에 참석해서도 "일각에서는 당장 파업에 돌입해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 의료계는 그런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며 "역량을 고도화하기 위해 여러가지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박진규 기자  hope11@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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