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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퇴원 대란’ 우려는 과연 온당한가[뉴스&뷰]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앞두고 제기되는 또다른 편견과 낙인
이미지 출처: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소재로 다룬 영화 '날,보러와요'의 한 장면.

[라포르시안] 오는 5월 30일부터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다.

정신건강복지법은 기존 '정신보건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법안의 명칭도 바꾼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정신보건정책은 정신질환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배제하는 것으로 일관해왔다. 그 과정에서 정신질환자 강제입원과 인권침해 문제가 끊이질 않았다.

이름이 바뀐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를 격리와 배제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 그 속에서 치료하고 재활을 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지지체계를 구축하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정신건강복지법의 핵심 내용은 강제입원 제도 개선을 통한 정신질환자 인권보호 장치를 강화하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복지서비스 지원 근거 마련, 전 국민 대상 정신건강증진사업 근거 마련 등이다.

그런데 이 법의 시행을 앞두고 '정신질환자 퇴원 대란'이라는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비자발적 입원의 제재 규정을 담은 정신건강복지법 제43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등'에 관한 규정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존 정신보건법은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반면 새로 시행되는 정신건강복지법은 비자발적 입원의 경우 2주간 기간을 정해 입원을 한 후 국공립병원 소속 전문의 등을 포함한 소속이 다른 정신과 전문의 2명 이상이 일치된 소견을 보여야 입원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강제입원 필요성에 대한 진단은 ▲정신질환자가 정신의료기관등에서 입원치료 또는 요양을 받을 만한 정도 또는 성질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정신질환자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위험)이 있어 입원 등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 두 가지 모두 해당할 때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기존에는 자타해 위험성과 치료 필요성 중 하나만 충족하면 강제입원 요건에 해당됐지만 앞으로는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강제입원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경정신의학회 "수많은 정신질환자, 치료 기회 박탈당하고 퇴원할 수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은 정신건강복지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정신질환자 퇴원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해 왔다.

정신질환자의 인권 개선과 '탈원화'라는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법이 시행되면 오히려 정신질환자가 진료받을 권리를 박탈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건강증진법에 따라 강제입원의 적정성 여부를 심사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력이나 관련 예산 확보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학회는 "비자의 입원 2주 이내에 국공립병원 소속 전문의 등을 포함한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등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일치된 소견을 요구하는 조항이 우려의 대상"이라며 "이를 시행하기 위한 정부의 예산확보는 전무하고 국공립의료기관 전문의 10~20명 충원만 논의되고 있으며, 이런 대책만으로 매년 17만 건에 이르는 입원 심사를 한다는 것은 실행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정신건강증진법이 시행되면 정신병원 입원환자 중 절반 가량이 퇴원을 해야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정신질환자는 총 8만1,625명에 달하며, 이 중 강제입원 환자는 5만6,1724명이다. 정신병원에 4만6,773명이, 정신요양시설에 9,401명이 강제입원해 있다.

학회는 5월 말 시행되는 정신건강증진법의 강제입원 기준에 8만여명의 정신질환 입원환자 중 4만여명이 퇴원을 해야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제입원 적합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수많은 정신질환자가 적절한 치료 기회를 박탈당하고 퇴원해야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자를 사회로부터 배제하기 위한 격리·수용 방식의 입원치료 중심 정신보건사업을 유지해 왔다. 게다가 공공정신병원 인프라가 부족해 민간 정신병원 중심의 서비스 공급체계와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안전망도 크게 부실한 상태다.
 
정신질환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수용하는 입원치료 중심의 정신보건 정책 기조 속에서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따른 인권침해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5월 말 시행되는 정신건강증진법은 정신질환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입원치료 중심에서 불필요한 입원을 제한하고 지역사회 복귀를 강화하는 '탈원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탈원화'로의 정신보건사업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시민사회나 의료전문가들도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문제는 정신질환자를 입원치료 중심에서 지역사회 복귀 중심으로 전환할 만큼의 사회안전망이나 지역사회 인프라가 확충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작년 6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용인정신병원 실태를 통해 본 정신병원의 현황과 공공성 강화과제'를 주제로 한 긴급토론회에서 김소윤 연세대학교 의료법윤리학 교수는 "탈원화 정책에 따른 사회적 인프라가 제대로 준비도 안됐는데 관련 법이 시행될 경우 결국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미조직위원장은 "탈원화로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외국의 경우 몇 년의 준비기간을 거치면서 지역의 돌봄인프라를 구축하는 노력이 있었다"며 "탈원화로 가기 위한 지역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했는지, (병상수 감소 등으로 인력감축시)병원에 근무하는 노동자가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노력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신질환자를 배제와 격리의 대상이 아니라 탈원화를 통한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포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충분한 준비와 사회적 지지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당연하다.

지난 2월 14일 서울대병원 후문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모여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강제입원 규정 강화로 정신질환자 퇴원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신경정신의학회에 강력히 항의했다. 사진 출처: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페이스북 페이지.
 

'정신질환자 퇴원 대란' 우려에 감춰진 뿌리깊은 편견과 차별 

다만,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정신질환자의 '퇴원 대란'을 우려하는 시각에는 뿌리깊은 편견과 차별이 자리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심지어 정신질환자를 '예비 범죄자'로 바라보는 시각도 은연 중에 드러낸다. 최근 언론을 통해 조명된 일부 범죄의 피의자가 조현병 환자라는 점을 언급하며 정신건강증진법 시행으로 조현병 등을 앓고 있는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요건이 강화돼 입원치료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비정신질환자보다 훨씬 높을 것이란 편견에서 비롯된 인식이다.

자주 언급되고 있지만 대검찰청의 2011년 범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비정신질환자의 범죄율과 비교해 1/10도 되지 않는다. 2010년 한 해 동안 일어난 전체 범죄 110만8,307건 중 비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범죄는 53만2,929건이고,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범죄는 4,136건이었다.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추진 공동행동은 "의료계와 일부 언론매체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8만여 명의 입원환자 중 절반 정도인 4만명이 강제입원 요건 불충족으로 퇴원하면 마치 '사회 혼란'이나 '퇴원 대란'이 올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며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거나 정신질환자의 퇴원이 곧 사회 혼란인 것처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강제입원제도 개편에 따른 사회적 지지체계 구축과 제도를 보완하는 게 중요하다. 의료전문가 단체의 의견도 '퇴원 대란' 우려가 아니라 그런 쪽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앞서 영국의 1960년대 수용병원 폐쇄정책 실패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영국은 1962년 정신질환자의 탈시설화와 지역사회보호를 위해 대규모 정신병원 폐쇄정책을 도입했다. 하지만 지역사회 지지체계 구축이 안 된 상태에서 정신병원 폐쇄 정책이 선행되자 대도시에 노숙자가 증가하는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영국은 한 차례 실패를 겪은 후 대형 정신병원의 단계적 폐쇄와 강제입원 및 장기입원 억제, 그리고 지역사회 내 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강화함으로써 탈시설화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한 정신보건 전문가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을 앞두고 정신질환자의 탈원화에 대해서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건 또다른 차별과 낙인에 다름아니다"며 "또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을 앞두고 복지부와 지자체에서 정신질환자를 위한 사회적 지지체계 확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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