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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정부의 ‘정신건강 종합대책’은 틀렸다
  •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6.02.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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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정부가 '정신건강 종합대책'이란 걸 마련했다. 우울과 불안, 중독 등의 정신건강 문제가 계속 늘고, 이로 인한 자살과 범죄 등으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면서 국민 정신건강 문제의 사전 예방과 조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부가 마련한 정책은 '정신과 진료 문턱을 낮추고 조기에 집중 치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의 종합대책은 너무 실망스럽다. 종합대책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의학적 치료 대책'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 정신건강의 문제를 초래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는 외면하고, 모두 개인의 책임이란 전제 아래 치료 중심의 의료접근성 강화 대책에만 매몰돼 있다. 정신건강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이 지나치게 단편적이기 때문이다. '자살하는 사람은 우울하고, 우울한 사람이 자살한다'는 식의 인식의 오류마저 보인다.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 편하고 빠르게, 적은 비용부담으로 의료접근성을 보장하는 건 필요하다. 그러나 종합대책 중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가정 검진도구 개발·보급,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5년주기 정신질환 실태조사, 노인의 정신건강 종합검사 실시 등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설명하기 제작된 인포그라피. 이미지 출처: 보건복지부

이런 식의 대규모 정신건강 검사(스크리닝)는 자칫 위양성 환자를 대거 양산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실제로 교육청 주관으로 각급 학교에서 실시하는 정서·행동발달 선별검사에서 상담·치유가 필요한 주의군이 대거 발생해 논란이 인 적도 있었다. 검사에 참여한 학생들이 설문에 정확하게 답하지 않았거나 사실과 다르게 표기한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가정 검진도구를 개발해 보급했을 때의 상황도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부모의 전적인 판단에 따라 아이의 정신건강 상태를 왜곡할 수도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

정신건강 검사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의 조기발견과 조기치료 효과로 이어진다는 근거도 미약하다.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도 대규모 정신건강검진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정신건강에 대한 스크리닝(선별검사)이 과연 효과적인지, 스크리닝을 통해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을 발굴하더라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지 등에 대해서 명확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대책도 마찬가지다. 동네의원에서 정신건강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생애주기별 정신건강서비스 지원이란 명분으로 대규모 정신건강 검사 및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게 정신건강 향상에 이득이 되는지에 대한 근거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세우려면 의학적 치료보다 사회 구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영유아 시기부터 사교육으로 내몰리고, 청소년기에 겪게되는 치열한 학업경쟁과 왕따 문화, 커지는 세대간 갈등, 고용불안, 심화되는 소득불평등, 취약한 복지제도 등의 문제가 정신건강 문제를 초래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국가의 책임이 크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발표한 대책은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된다는 식이다.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셈이다. 2년 전 발생한 '송파 세모녀 자살'이나 장애를 앓고 있는 자식이나 형제를 살해하고 자살하는 사건이 잇따르는 배경을 들여다보면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이 너무 부실하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이 사망한 이후 남겨진 다른 가족에게 큰 짐이 되고,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에 70대 아버지가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40대 아들을 둔기로 때려 살해한 사건도 사회 구조적 문제와 무관치 않다. 실직으로 인해 우울 증상을 보이는 가장에게 정신과 치료를 쉽게 받도록 하는 게 과연 어떤 도움이 될까. 치료와 함께 재취업, 경제적 지원방안 등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소용없다.

결국 의학적 치료에 앞서 사회 구조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부의 정신건강 대책에 대해서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우울증이나 자살 등이 증가하는 문제를 사회 구조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의학적 관점으로만 접근해 개선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약을 복용하고 고통을 잊음으로써 사회적 문제는 은폐돼 버리고 사회는 기형적으로 되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신건강 종합대책에 담긴 알코올 등의 중독 문제에 대한 선별검사 강화, 자살 시도자에 대한 심리상담 및 사후관리,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 의무화 등의 정부 대책이 우려스러운 이유다. 의학적 치료 대책보다 사회안전망 구축이 먼저다. 그보다 앞서 정신건강 문제와 이로 인한 자살과 범죄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 책임이 크다는 걸 명확히 해야 한다.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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