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폐지를 주 내용으로 하는 '바살리아법' 시행 초기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 '위 캔 두 댓'의 한 장면. 정신장애인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자립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정신병원 폐지를 주 내용으로 하는 '바살리아법' 시행 초기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 '위 캔 두 댓'의 한 장면. 정신장애인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자립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라포르시안] 건강세상네트워크는 29일 성명을 통해 개정 정신보건법(이하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과 함께 정신질환자를 위한 돌봄인프라 구축 및 사회적 편견해소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강세상은 "정신건강복지법이 5월 3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신건강복지법은 그 동안 관련 인권단체에서 문제제기를 해 논란이 되어 왔던 강제입원조항과 복지지원내용을 포함하고 있기는 하지만 강제입원요건강화 및 지역사회 복지인프라 구축 등의 개정의 여지가 남아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신건강복지법은 강제입원조항이 강화되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신건강복지법 제44조 ‘경찰에 의한 입원신청’조항은 인권침해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세상은 "이 조항은 지난해 5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강신명 전경찰청장이 치안업무 강화로 경찰공무원이 자·타인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해서 법률에 근거해 인신을 구속하고 입원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이 조항을 두고 당사자 그룹이나 노숙인 인권단체에서는 전문의료인이 아닌 경찰관이 치안업무의 성격으로 입원신청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직까지 정신질환자를 향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낙인이 강하게 존재한다는 점도 우려했다.

건강세상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많은 강제입원 환자들이 퇴원하게 되면 아직 이들에게 치료와 케어를 제공할 수 있는 지역사회 복지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 돌봄의 몫은 고스란히 가족에게 전가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들 가족과 가족이 없는 환자들은 질병보다 더욱 가혹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어린 시선과 마주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지역사회 내에 정신질환 환자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돌봄인프라와 환자 및 가족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 상황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건강세상은 "질병을 이유로 환자를 차별하고 또 잠재적인 범죄자로 낙인찍어 인신을 구속하는 것은 반드시 엄격하게 경계해야 할 사안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며 "정부는 환자에 대한 인권보호를 위해 엄격한 법률적 보호장치와 함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인프라도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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