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한 달째 엇갈린 평가...강제입원 환자 퇴원 소폭 늘어

지난 2월 14일 서울대병원 후문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모여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강제입원 규정 강화로 정신질환자 퇴원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신경정신의학회에 강력히 항의했다. 사진 출처: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페이스북 페이지.
지난 2월 14일 서울대병원 후문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모여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강제입원 규정 강화로 정신질환자 퇴원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신경정신의학회에 강력히 항의했다. 사진 출처: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페이스북 페이지.

[라포르시안]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을 금지하는 내용의 '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지 1개월이 지난 가운데 정부와 관련 전문가 단체가 서로 다른 평가를 내렸다.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한 달째를 맞아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평가한 반면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앞서 경고한 문제점이 하나하나 현실화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건복지부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5월 30일부터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으로 퇴원 환자가 소폭 증가했지만 일각의 우려와 달리 정신병원 강제입원 환자의 대규모 일시 퇴원 등의 혼란은 없었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1개월 간 강제입원 환자 중 퇴원한 환자는 1일 평균 약 227명(입퇴원관리시스템 집계)으로, 법 시행 전 1일 평균 약 202명(심평원 추계)에 비해 다소 높아졌다. 

다만, 입퇴원관리시스템 상 퇴원자 수는 기존의 강제입원 환자가 퇴원 처리 후 자의입원하는 경우도 포함돼 실제 퇴원자 수보다 과다 추계될 수 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시행 전후 자의입원을 포함한 전체 입원·입소자 수를 보면 법 시행 후인 6월 23일 현재 입원·입소자 수는 7만6,678명으로 작년 12월 31일(7만9,343명) 대비 2,665명, 올해 4월 30일(7만7,081명) 대비 403명이 감소했다. 

전체 입원·입소자 수에서 자의입원·입소 비율은 법 시행 후인 지난 6월 23일 현재 53.9%로, 지난해 12월 31일 35.6%, 올해 4월 30일 38.9%와 비교해 18.3%p~15.0%p 정도 상승했다. 

복지부는 "이러한 변화는 법 시행 이후 자타해의 위험이 없는 환자는 의료진이 치료 필요성 등을 환자와 가족에게 설득하고 환자 스스로 의사결정을 통해 입원하는 문화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복지부 차전경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정신건강복지법의 시행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법적, 정책적 패러다임을 인권과 복지를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아직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지만 현장 및 관련 학회와 협의회 구성 등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제도를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에 따른 대규모 퇴원대란이 일시 유보됐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학회는 "복지부가 준비 부족을 인식해 출장 진단 배정이 어려운 경우 같은 병원 2인 진단으로 입원 연장이 가능하도록 예외 조치를 허용해 대규모 퇴원이 연기된 휴화산 같은 상태일 뿐으로 12월 31일 이후 대규모 퇴원 우려는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하루 전인 지난 5월 29일 각 의료기관에 공지한 ‘추가 진단전문의 예외 규정 시행방안’을 통해 추가 진단을 할 전문의가 부족할 경우 오는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다른 병원이 아닌 같은 병원 소속 전문의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예외규정의 적용이 종료되는 12월 31일 이후부터는 현장에서 큰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앞서 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달 25일 긴급 임시대의원 회의를 열고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 정신건강 의료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과 대책을 논의했다.

임시대의원 회의에서 학회 제영묘 회장은 “개정 정신보건법이 졸속으로 마련된 결과 수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당장 이 법 시행으로 인해 퇴원될 환자들에 대한 대책이 너무나 미흡하다”며 “작금의 상황은 신경정신의학회가 마치 반인권 세력인 것처럼 정부가 여론을 호도하고 퇴원한 환자들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이날 회의에서 정신건강복지법 관련 문제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학회는 이 성명서를 통해 "그동안 제기해 온 문제점이 하나하나 현실화 되고 있다"며 "비자의 입원 환자에 대한 출장 진단 전문의 배정이 적시에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실제 출장 진단을 시행하는 전문의들은 비현실적으로 과도한 출장 진단 수요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정부 주무 부서는 민간 정신병원에 대한 부당한 압력을 중단하라"며 "특히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정의료기관 미신청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출장진단 배정 불가 위협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또한 "공정하고 독립적인 출장 진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공립의료기관을 비롯한 공공의료 영역에서의 '출장진단 전담 전문의'를 신속히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주무 부서와 신경정신의학회가 공동으로 '정신의료정책 및 제도개선을 위한 민관 공동위원회'를 결성할 것도 제안했다.

학회는 "민관공동위원회를 통해 개정법과 시행령, 규칙 등의 문제점을 신속히 개선하고, 이에 바탕한 정신보건법 재개정안을 준비해야 한다"며 "우선 정신질환자들의 치료환경 개선 및 안전한 지역사회복귀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안 마련을 선행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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