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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열악한 한국 정신병원의 구조적 문제를 뚫고 나온 ‘송곳’용인정신병원 사태로 입원환자 인권유린·민간위탁 문제 등 공론화…제대로 준비 안된 ‘탈원화 정책’ 우려도 높아

[라포르시안] "분명히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송곳 같은 인간이"

인기 웹툰을 드라마로 만든 '송곳'에 나오는 대사다. 이 말처럼 한국의 정신병원과 정신보건사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내밀한 정신병동의 벽을 뚫고 밖으로 튀어 나왔다. 그것도 한꺼번에 봇물 터지듯.

용인정신병원 노동조합이 지난 9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이 파업에 나선 건 용인정신병원의 환자인권 유린과 직원에 대한 부당한 정리해고와 처우, 그리고 정신병원의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용인병원유지재단이 운영하는 용인정신병원은 국내 정신병원 가운데 처음으로 정신의학연구소를 설립하고, 최초로 체계화된 직업재활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국내 3대 정신병원 중 하나로 꼽혀왔다. 1987년부터 서울시로부터 병원 운영권 위수탁 계약을 맺고 일종의 공공정신병원으로서 역할도 수행해 왔다.

용인정신병원 전경. 이미지 출처: 다음지도 화면 갈무리

그러나 용인병원유지재단이 지난 2009년 7월 현 이효진 이사장에 의한 3세 경영체계로 들어가면서 수익성을 추구하는 경영 방침이 심화되고 갖가지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지난 2014년에는 서울시의 특정감사를 통해 ▲환자 급식재료 허위청구(구내식당 식자재 허위납품 등) ▲의약품 특정업체 수의계약 ▲법인카드의 불분명한 사용 ▲운영비로 비상근 임원에 대한 임금 지급 등 11개의 부정사항을 지적받았다.

용인정신병원유지재단은 이 같은 감사결과를 놓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다가 이듬해인 2015년 9월 서울시와 위탁계약을 해지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후 병원의 경영상 문제를 이유로 장기입원환자와 의료보호환자 강제퇴원 종용, 직원 정리해고 등의 논란이 잇따랐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조합이 지난 2월 설립됐다.

노조 설립 이후 재단 측은 교섭권이 없는 노사협의회와의 논의를 통해 직원 150명을 해고하는 정리해고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입원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동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그 과정에서 의료급여환자를 중심으로 강제퇴원을 추진하면서 논란을 초래했다.

지난 5월 11일에는 노조원 19명을 포함한 20명의 정리해고 명단을 발표하면서 노조 측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이후에도 노사 교섭이 진전을 보지 못했고, 결국 지난 8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회의마저 결렬되면서 9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단순히 병원 노사 간 갈등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용인정신병원 사태에는 국내 정신병원과 정신보건 정책이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함축돼 있다.

정신질환자를 사회로부터 배제하기 위한 격리.수용 방식의 입원치료 중심 정신보건사업, 공공정신병원 인프라 부족에 따른 민간 중심의 공급체계,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부실 등이 누적된 결과와 다를 바 없다. 지난 수십년간 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입원과 입원환자 인권침해 문제가 끊이질 않고 불거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용인정신병원 사태는 한국 정신병원의 구조적 문제에 접근하는 첫 관문이다.

너덜너덜 손상된 용인정신병원 환자복<사진 윗쪽>과 입원환들이 병원내 청소와 일부 업무<사진 아래>까지 담당하고 있다. 사진 제공: 전국보건의료노조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인권유린과 차별 상시적으로 이뤄져"저소득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 합리화 시키는 수가 구조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양승조.정춘숙.이용득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윤소하 의원, 그리고 전국보건의료노조 공동주최로 '용인정신병원 실태를 통해 본 정신병원의 현황과 공공성 강화과제'를 주제로 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의료노조 용인병원유지재단지부 홍혜란 지부장은 병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환자 인권유린과 노동력 착취, 직원에 대한 부당한 처우 실태를 공개했다.

홍 지부장이 공개한 내용은 보건의료노조가 용인정신병원의 노조 설립 이후 임단협 교섭을 추진하면서 파악한 내용이기도 하다.

병원 노조에 따르면 용인정신병원에서는 건강보험 환자와 의료보호 환자에 대한 차별이 상시적으로 이뤄졌다.

단적인 예로 건강보험 환자가 입원한 병동에는 24시간 온수가 공급되지만 의료급여 환자 입원병동에는 아침, 저녁 1시간씩 제한적으로 온수가 공급됐다.

환자복도 건강보험 환자는 매일 교체가 이뤄졌지만 의료급여 환자는 환자복이 찢어질 때까지 입어야하고, 찢어지면 반바지로 만들어서 제공했다.

환자들의 식사 질에서도 차별이 이뤄졌다. 건강보험 환자는 당뇨식, 저염식 등의 치료식을 제공한 반면 의료급여 환자는 치료식이 제공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환자들이 배식해서 나누어 먹어야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병원의 인력 부족으로 인해 의사의 작업치료의뢰도 없이 입원환자에게 청소와 세탁물 수거, 배식 등의 업무를 시켰고, 심지어 이사장이 키우는 개를 관리하게 하거나 기숙사 공사 등의 작업에 동원하기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용인정신병원에서 이뤄진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인권침해적 상황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부의 차별적인 수가보상 정책에서 비롯된 측면도 크다.

정신과 질환의 경우 건강보험 환자는 행위별 수가를 적용받는 반면 저소득층 환자인 의료급여는 정액수가제가 적용되고, 보상 수준의 격차가 크다. 건강보험의 경우 해마다 수가가 인상되지만 의료급여의 정액수가는 2008년 이후 8년째 한차례 인상도 없이 동결된 상태다.

이 때문에 정신과 질환에서 건강보험과 비교해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비와 외래진료비가 턱없이 낮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의 의료급여는 외래의 경우 2011년 기준 건강보험의 67% 수준, 입원은 64% 수준에 불과하다.

의료급여 정신질환자가 외래진료를 받을 때는 1일당 2,770원의 정액수가를 적용받아 효과가 좋은 치료제가 있어도 제대로 처방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저소득층 정신질환자의 경우 조기치료 기회를 상실하고 상태가 악화되면서 장기입원으로 반복하는 일이 잦다. 의료급여 정신질환자에 대한 건강권 침해나 다를 바 없다.

용인정신병원에서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는 여기에서 비롯됐다. 정신과 질환에 대한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의 수가 차별 정책은 정신병원의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와 인권침해를 합리화 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용인정신병원 측이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진료비가 낮아서 경영난을 심화시킨다는 이유로 강제 퇴원을 추진한 게 단적인 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소윤 연세대학교 의료법윤리학 교수는 "용인정신병원보다 훨씬 더 열악한 상태의 병원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신병원 관련 법 시행을 앞두고 여러 곳에서 정신병원 관련 문제를 다룰 것이고, 용인정신병원 문제가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용인정신병원 사태를 계기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용인정신병원 실태를 통해 본 정신병원의 현황과 공공성 강화과제'를 주제로 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공공병원 민간위탁, 의료공공성 방치이자 국가의 의무 저버리는 것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사태를 통해서도 공공병원의 민간위탁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용인정신병원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민간이 공공병원을 위탁 운영하면서 당초 취지와 달리 공공성은 외면하고 지나치게 수익성을 추구하는 쪽으로 왜곡된 경영 행태가 드러나게 된다.

특히 용인정신병원을 위탁 운영하는 용인병원유지재단은 3대째 경영권이 세습됐고, 그나마 2대째까지 의사가 경영을 맡았지만 3대째 넘어오면서 비의사 출신의 현 이사장이 경영을 맡으면서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용인병원유지재단지부 홍혜란 지부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이사장의 개인사업장 업무에 병원 직원을 동원하고, 개인적인 행사에도 직원을 동원해 일을 시켰다"며 "재단이 설립한 미술관에서 주말 등에 병원 직원이 근무를 하는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서울시와의 위탁계약이 해지되자 병원 직원들의 고용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와 용인정신병원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가 위탁계약을 해지한 이후 서울시립용인정신병원에서 근무한 직원들을 고용 승계하겠다고 했음에도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고용을 책임지겠다며 시립병원에 남지 못하게 종용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경영난을 주장하며 직원들과 협의도 없이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면서 반발을 샀다.

홍 지부장은 "재단은 경영상 위기를 겪고 있다고 자처하면서도 구체적인 경영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환자를 퇴원시키고 병원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등 적법한 해고 회비 노력을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병원의 강제퇴원 조치에 불안해 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허 지부장이 '원치 않으면 퇴원하지 않아도 된다'는 환자 권리를 안내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10일 징계 해고 조치를 취했다.

노조에 따르면 현 이효진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지난 8년간 직원의 임금이 동결됐고, 상여금 체불과 연말정산액 및 연차수당 미지급 등의 근로기준법 위반도 윗따랐다.

반면 직원들의 임금이 동결된 8년 동안 이사장의 급여는 월 9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인상됐다.

공공정신병원을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지 않고 민간에 위탁하면서 경영진의 자질에 따라 의료공공성 파괴와 의료의 질 하락이 초래되고, 비용절감과 수익성을 추구하는 비정상적인 경영행태가 심화된 것이다.

'탈원화 정책'은 옳다, 그러나 제대로 된 준비가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마련한 '정신건강 종합대책'이 용인정신병원의 환자 건강권 침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발표한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통해 정신질환자의 불필요한 입원을 제한하고 지역사회 복귀를 강화한다는 목표 아래 의료급여 입원환자의 초기 입원수가는 인상하는 대신 입원기간이 길어질수록 일당정액 수가를 깍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신병원의 의료기관평가 결과와 연동해 서비스 질이 낮은 기관을 중심으로 병상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통한 처방 활성화로 입원 위주의 치료에서 지역사회 관리로 전환하는 정책 방안도 제시했다.

지금까지의 정신건강 관련 정책이 정신질환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입원치료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불필요한 입원을 제한하고 지역사회 복귀를 강화하는 '탈원화'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2월 25일 발표한 '정신건강 종합대책' 중에서

이러한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시민단체나 전문가들도 대부분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문제는 정신질환자를 입원치료 중심에서 지역사회 복귀 중심으로 전환할 만큼의 사회안전망이나 지역사회 인프라가 확충돼 있느냐는 점이다.

용인정신병원처럼 병원 리모델링과 수익성 등의 이유로 의료급여 입원환자를 내쫓으면서 '탈원화'로 합리화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실제로 용인병원유지재단은 이러한 정책 정책 방침을 근거로 이미 200여명(150여명은 무연고환자)의 환자를 강제 퇴원 시켰고, 추가로 의료급여환자 등을 퇴원시키고 병상을 축소하겠다는 운영계획을 마련했다.

그런 측면에서 강제입원 요건과 절차를 강화하고 조기퇴원을 유도하는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의 내년 5월 시행을 앞두고 준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소윤 연세대학교 의료법윤리학 교수는 "내년에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정신보건보이 그대로 시행되도 괜찮은 건지, 과연 그대로 시행할 수 있는 준비가 한국사회에 돼 있는지 모르겠다"며 "(탈원화 정책에 따른)사회적 인프라가 제대로 준비도 안됐는데 관련 법이 시행될 경우 결국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탈원화 정책이 옳은 방향이지만 그렇게 가기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용인정신병원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는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미조직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별도의 발언기회를 얻어 "탈원화로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외국의 경우 몇 년의 준비기간을 거치면서 지역의 돌봄인프라를 구축하는 노력이 있었다"며 "탈원화로 가기 위한 지역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했는지, (병상수 감소 등으로 인력감축시)병원에 근무하는 노동자가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노력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앞서 보건복지부 면담에서 탈원화 정책 추진과 관련해 2~3년의 준비기간을 두고 병원과 지역사회, 병원 노동자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두고 가야한다는 요구를 했다"며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탈원화 정책을)시행하겠다는 게 발표되지도 않았는데 용인정신병원에서는 폭력적인 방법으로 탈원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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