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준사법입원 도입 방식으로 전면개정 촉구..."이대로 시행되면 민간정신병원 진료공백 우려"

이미지 출처: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소재로 다룬 영화 '날,보러와요'의 한 장면.
이미지 출처: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소재로 다룬 영화 '날,보러와요'의 한 장면.

[라포르시안]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오는 5월 말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에서 비자발적 입원(강제입원) 관련 규정을 법원이나 준사법기관에서 입원심사를 하고 강제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사법입원·준사법입원' 도입 쪽으로 전면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시행까지 50여 일을 앞둔 정신건강복지법은 강제입원 여부를 소속이 다른 정신과 전문의 2명 이상의 일치된 소견을 바탕으로 결정토록 하고 있다. <관련 기사: ‘정신질환자 퇴원 대란’ 우려는 과연 온당한가>

신경정신의학회는 10일 성명서를 통해 "개정 정신보건법은 논의와 의견수렴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지난 19대 국회 회기 말에 졸속으로 심의 및 통과되면서 법 개정의 원래 취지인 환자의 인권보장을 구현하지도 못하면서,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건강권을 침해하는 법이 되었다"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환자의 인권 보장이라는 가치와 탈수용화에 100% 공감하기에 정신보건법 TFT를 결성해 비자의 입원 과정에서의 완전한 인권보장을 구현하기 위한 재개정을 주장해왔다"고 밝혔다.

작년 9월 헌법재판소가 구 정신보건법의 강제입원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제3자'에 의한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둘 것을 제시했으나 개정 정신보건법(정신건강복지법)은 이런 구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개정 정신보건법은 이러한 헌재의 판결 취지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조사원에 의한 일부 대면조사를 제외하면 여전히 서류상으로만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처럼 부실화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역할과 책임을 오로지 2차 진단 의사에게 지우고 있으며, 2차 진단을 실시할 전담인력도 확보하지 못해 민간의료기관 소속 전문의들을 대거 동원할 계획을 추진함으로써 민간정신의료기관의 진료공백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신건강복지법이 정신과 전문의에게 강제입원에 따른 각종 서류구비 의무를 떠넘기고 법적인 보호장치는 마련하지 않아 자칫 의사들이 법의 올가미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작년 9월 말 의정부지방검찰청은 30명이 넘는 정신과 전문의를 입원 당일 서류미비를 이유로 약식기소한 바 있다. <관련 기사: 검찰이 기소한 정신과 의사 53명…“정신장애인 탈원화 정책 과정서 희생양 삼아”>

학회는 "개정 정신보건법은 정신과 의사에게 각종 서류구비 의무와 벌칙 조항만 무수히 나열해 놓았을 뿐 의사들의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는 미흡하다"며 "해당부처는 입원의 통지가 국립병원장의 공문으로 결정되므로 2차 진단의사는 법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작년 경기북부 여러 정신병원의 전문의에 대한 검찰수사와 함께 최근 한 병원에서 발생한 자의입원 환자에 대한 서식미비에 대해 해당부처는 당시 병원장과 주치의를 고발하는 상황에 비춰 볼 때 2차진단에 참여하는 전문의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학회는 정신건강복지법이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에 따른 인권침해 해소와 '탈원화'라는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보건복지부를 향해 요구해 왔다. 

학회는 "2차 진단 의사가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에 실질적으로 소속돼 활동하도록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명시함으로써 공정하고 독립된 심사기구의 심의에 의해 비자의입원 환자의 인권을 보호토록 해야 한다"며 "또한 개정법 시행 후 최단기간에 2차 진단 의사를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에 소속시키는 최소한의 법안 재개정을, 중장기적으로는 사법입원·준사법입원을 골간으로 하는 법안의 전면재개정을 공동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정신보건의료정책 및 제도개선을 위한 공동위원회를 결성해 환자들의 인권 보장과 치료 환경 개선 및 지역사회복귀를 위해 공동 노력할 것과 2차 진단 전담 전문의를 최단기간 내 확보할 청사진과 이행계획을 밝힐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또한 민간의료기관의 진료 공백을 유발하는 2차 진단 실시지역의 무리한 확대 계획을 중지하고 민간병원의 2차 진단 참여를 위한 부당한 압력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학회는 "복지부가 이러한 요구 사항에 신뢰할만한 응답과 대안을 제시하면 이에 대한 논의와 함께 학회의 참여 거부방안에 대한 재검토를 위해 임시대의원회 등의 적절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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