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대상 확대 방안 실시
의료취약지서도 비대면진료 초진 가능
의사 판단 따라 '대면진료 권고'하더라도 '진료거부' 해당 안돼

[라포르시안] 오늘(15일)부터 야간이나 휴일 시간대, 응급의료 취약지 거주자는 대면진료 이력이 없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초진부터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는 '재진' 기준도 완화해 동일 질환이 아니더라도 최근 6개월 내 방문한 적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다른 질환으로도 비대면진료가 허용된다. 

정부와 의료계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을 논의하면서 '대면진료 원칙, 비대면 진료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대원칙에 합의했다. 이번에 허용 대상을 대폭 확대하면서 대면진료가 비대면진료를 위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는 지난 1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시범사업 지침을 개정해 1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복지부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지침을 개정해 '대면진료 경험자' 기준을 완화했다. 그동안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비대면진료를 받는 경우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 그 외 질환자는 30일 이내 ▲동일 의료기관에서, 동일 질환에 대해 대면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어야 가능했다. ‘만성질환’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관리료 산정이 가능한 11개 질환으로 국한했다. 

그러나 만성질환 1년 이내 기준이 너무 길고, 그 외 질환은 30일 이내로 짧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6개월 이내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에 대해선 다니던 의료기관의 의사가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질환에 관계없이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조정했다.  

비대면진료가 가능한 의료취약지역도 확대한다. 개정 시범사업 지침은 보건복지부는 의료 기반시설(인프라)이 부족해 비대면진료가 필요한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비대면진료의 예외적 허용 대상인 의료취약지 범위에 응급의료 취약지역 98개 시군구를 추가했다. 

- 비대면진료는 동일 의료기관에서 동일 환자에게 한 달(월)에 최대 2회까지 시행할 수 있다. 

- 오남용 우려가 큰 의약품 관리 및 처방전 위변조를 방지하기 위해 처방전은 의사가 환자와 협의해 팩스 또는 이메일 등 처방전 전송 방식을 결정한 후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으로 의료기관에서 직접 처방전을 전송해야 한다. 환자가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우 플랫폼에서 처방전을 다운로드받을 수 없다. 

- 비대면진료를 통해 약제를 처방하는 경우 마약류와 오·남용 우려 의약품, 사후피임약은 처방할 수 없다.  

휴일 및 야간 시간에 비대면진료 예외적 허용을 확대하는 것도 보완방안에 포함했다. 

연휴 기간, 공휴일, 야간에는 의원급 의료기관 대부분이 문을 닫기 때문에 진료를 받기가 어려워 개선 요구가 많았다는 점을 반영해  휴일 및 야간(평일 오후 6시(토요일은 오후 1시)부터 익일 오전 9시) 시간대에 비대면진료 예외적 허용 기준을 현행 '18세 미만 소아'에서 전체 연령으로 확대했다. 

이번 보완으로 모든 연령대의 환자가 휴일 및 야간에는 초진이더라도 비대면으로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처방된 의약품은 약국 방문수령 원칙이 유지되며, 재택수령 대상자도 현행 지침대로 제한된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대상 확대를 두고 의약계 모두 반발하는 분위기다. 

특히 휴일·약간과 응급의료 취약지에 대해서 비대면진료 예외적 허용을 확대하는 건 '재진 중심, 비대면 진료는 보조 수단'이란 비대면진료 원칙을 깨는 것이라면 반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광훈 대한 약사회 회장.
사진 왼쪽부터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광훈 대한 약사회 회장.

앞서 지난 14일 최광훈 대한약사회 회장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만남을 갖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 방안에 대해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약사회와 의협은 정부와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과정에 있어 ‘비대면 진료 자문단 회의’를 비롯한 제도권 내의 논의에 적극 참여해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한 전문적 의견을 개진해 온 점을 강조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과 최광후 약사회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보건복지부가 그 동안의 논의과정에서 논의한 내용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추진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양 단체장은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현 방안대로 강행할 경우 이후 비대면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 및 약물 오남용 등의 제도의 해악으로 인해 발생한 모든 결과의 책임은 대한민국 정부에 있음을 경고한다"며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의료제도 논의에 있어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의약계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의학적, 과학적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의료계에서는 비대면진료 대상 확대를 반대하는 가운데 이번에 지침을 개정하면서 '대면진료 요구권 명확화'한 부분을 이용해 적극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지침을 개정하면서 비대면진료 시 의사가 의학적 판단으로 비대면진료가 부적합한 환자를 진료하지 않더라도 의료법상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했다. 

개정 지침에 따르면 시범의료기관의 의사는 환자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비대면진료가 안전하지 않거나 검사·처치 등 대면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의료기관을 내원해 대면진료할 것을 권고하도록 했다. 이럴 경우 의료법 제15조제1항에 따른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으며, 시범사업 지침에 따라 진찰 등이 실시된 경우 진료가 이뤄진 것으로 인정한다. 

의협은 지난 11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개정 관련 대회원 안내를 통해서 "협회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 및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자체에 대한 무조건적인 부정이 아닌, 12월 15일 부터 강행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 방안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회원들의 자율적인 참여로 운영되는 말 그대로 시범사업이며, 시범사업 참여 여부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며 "비대면 진료는 대면진료의 보조적 진료방법으로 대면진료 이력이 있는 환자에 한해 의사가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실시하는 것이 대원칙으로, 의학적 판단에 따라 비대면 진료가 부적합한 환자를 진료하지 않아도 의료법상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 '대면진료 요구권 명확화'가 마련된 점을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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