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 이달 15일부터 시행
야간·휴일에는 초진 전면 허용
비대면진료 허용 재진 기준 완화…6개월 이내 '다른 질환 진료 이력'도 인정

[라포르시안] 정부가 의료접근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서 진료 이력과 무관하게 야간이나 휴일에는 초진이더라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 또 6개월 이내 대면진료 경험이 있으면 누구나 질환에 관계 없이 진료받았던 병원에서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다.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이며, 대면진료가 원칙'이라는 방침이 무색할 정도로 대상 기준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6월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단계가 ‘경계’로 하향되면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한시적 비대면진료는 종료하고, '보건의료기본법' 관련 규정을 근거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시행해 왔다. 

이번 보완방안은 시범사업 시행 6개월을 맞아 국정과제 이행 차원에서 그간 제기된 현장 의견 등을 바탕으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논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각 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보완방안을 보면 우선 대면진료 경험자 기준을 조정했다. 그동안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비대면진료를 받는 경우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 그 외 질환자는 30일 이내 ▲동일 의료기관에서, 동일 질환에 대해 대면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어야 가능했다. ‘만성질환’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관리료 산정이 가능한 11개 질환으로 국한했다. 

이에 대해 비대면진료 실시 의사가 환자의 증상이 동일 질환 때문인지 진료 전에 판단하기 곤란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만성질환 1년 이내 기준이 너무 길고, 그 외 질환은 30일 이내로 짧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6개월 이내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에 대해서는 다니던 의료기관의 의사가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질환에 관계없이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조정하기로 했다.  

비대면진료가 가능한 의료취약지역도 확대한다. 

현행 '보험료 경감 고시'에 규정된 섬과 벽지 지역이 협소하게 규정돼 같은 지자체 내에서 의료취약 정도 차이가 크지 않음에도 대상환자 해당여부가 달라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 기반시설(인프라)이 부족해 비대면진료가 필요한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비대면진료의 예외적 허용 대상인 의료취약지 범위에 응급의료 취약지역 98개 시군구를 추가해 의료 접근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휴일 및 야간 시간에 비대면진료 예외적 허용을 확대하는 것도 보완방안에 포함했다. 

연휴 기간, 공휴일, 야간에는 의원급 의료기관 대부분이 문을 닫기 때문에 진료를 받기가 어려워 개선 요구가 많았다는 이유에서다 .

보건복지부는 의료취약 시간대 수요를 고려해 휴일 및 야간(오후 6시 이후) 시간대에 비대면진료 예외적 허용 기준을 현행 '18세 미만 소아'에서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 보완으로 모든 연령대의 환자가 휴일 및 야간에는 초진이더라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면 허용된다. 다만, 처방된 의약품은 약국 방문수령 원칙이 유지되며, 재택수령 대상자도 현행 지침대로 제한된다.

이번 보완방안에서는 의료접근성 제고를 위한 대상환자 범위 조정과 함께 환자가 안전하게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면진료 요구권을 명확하게 규정했다. 

비대면진료 시 의사가 의학적 판단으로 비대면진료가 부적합한 환자를 진료하지 않아도 의료법상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 점을 지침에 명시했다. 대면진료를 위한 의료기관 방문 권유, 비대면진료 후 처방 여부 등은 전적으로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며, 환자의 요구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제시한 것이다.

안전한 비대면진료를 위해 지켜야 할 사항도 지침에 추가했다. 비대면진료를 받더라도 대면진료와 연계할 수 있도록 가까운 의료기관을 우선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으며,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비대면진료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의사가 진료 후 내원을 권유할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의약품 오남용 예방을 위해 비대면 진료시 처방 불가 의약품에 마약류와 오남용 의약품(23개 성분·290 품목) 외에 '사후피임약'도 추가하기로 했다. 사후피임약은 고용량의 호르몬을 포함하고 있어 부작용이 크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정확한 용법을 지켜 복용해야 하지만, 남성이 처방받는 등 부적절한 처방 사례가 있어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탈모, 여드름, 다이어트 의약품 등 비대면 진료를 통한 처방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의약품에 대해서도 과학적 근거, 해외 사례 등을 살펴 제한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처방전 위·변조를 통한 의약품 오·남용 방지를 위해 처방전은 의료기관에서 약국으로 직접 전송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앱을 이용해 처방전을 전달할 경우 환자가 원본 처방전(PDF 등 이미지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없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처방전 위·변조 문제는 근본적인 처방정보 전달방식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약계, 앱 업계, 전문가 등과 함께 중장기 개선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번 보완방안은 12월 15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의료현장에서 혼선이 없도록 기존 시범사업 내용 대비 변경된 사항을 집중적으로 안내할 계획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번 보완방안은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대비해 시범사업을 통한 적절한 진료 모형과 실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국민의 편의성 증진과 안전성 강화를 목표로 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국민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의료진 판단에 근거한 비대면진료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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