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15일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대상 확대
응급의료 취약지 지정된 98개 시군구서 비대면진료로 초진 가능
의료계 "응급의료 취약지로 비대면진료 확대는 전혀 납득할 수 없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2월 1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출처: 보건복지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2월 1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출처: 보건복지부

[라포르시안] 오는 15일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대상 확대를 앞두고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과 약국에 적용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지침' 개정안을 마련했다. 앞서 발표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에 따라 진료 이력과 무관하게 야간이나 휴일에는 초진이더라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비대면진료 예외적 허용 대상인 의료취약지 범위에 응급의료 취약지역을 추가했다. 

복지부가 이번에 마련한 시범사업 보완 방안에서 이해하기 힘들고 반발을 사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응급의료 취약지를 비대면진료 예외적 허용 대상에 포함한 것이다. 

응급의료 취약지역이란 '지역응급의료센터로 30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하거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1시간 이내 도달 불가능한 인구가 지역 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0% 이상인 시·군·구를 가리킨다. 전국 98개 시·군·구가 여기에 포함된다. 

복지부가 비대면진료가 가능한 취약지역에 응급의료 취약지를 포함하면서 전국 시군구 기준(현재 250개)으로 약 40% 지역에서 대면진료 경험이 없어도 비대면진료 초진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지침 주요 개정 내용. 표 출처" 보건복지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지침 주요 개정 내용. 표 출처" 보건복지부 

문제는 응급의료 취약지가 섬‧벽지 지역처럼 비대면진료를 예외적으료 허용할 정도로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 '응급의료분야 의료취약지 지정 고시'를 개정해 기존 군(郡) 지역 및 인구 15만 미만의 도농복합시에서 지역응급의료센터로 30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하거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1시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한 인구가 지역 내 30% 이상인 지역으로 지정 기준을 변경했다. 

이는 응급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수술 등이 가능한 최종치료병원에 도달이 가능하게 한다는 취지다. 

응급의료 취약지는 의료기관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없는 지역에서 만성질환자 중심으로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건강관리 등을 제공하는 비대면진료가 필요한 지역과 개념 자체가 다르다. 

권역이나 지역응급의료센터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응급의료 취약지라도 규모가 큰 종합병원이 없을 뿐이지 병의원급 인프라는 충분한 곳이 대다수다. 그런데 정부는 규모가 큰 종합병원이 없는 전국의 모든 지역을 비대면진료로 초진이 가능한 대상에 포함시켰다.

응급의료 취약지로 지정된 충주시만 하더라도 건국대 충주병원과 충주의료원 등 종합병원급 의료기관 2곳이 있으며, 병의원급 의료기관 수도 100개가 넘는다. 이런 곳을 섬‧벽지 지역과 마찬가지로 비대면진료가 필요한 의료취약지에 포함한 건 이해하기 힘들다.  

복지부가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발표하면서 예로 든 신안군 임자도 주민처럼 수술 등이 필요한 응급의료 취약지 주민에게 비대면진료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이런 식으로 비대면진료 대상을 확대하는 건 정부가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제시한 '대면 진료의 보조수단, 재진 중심'이란 원칙에도 어긋난다. 

이미지 출처: 보건복지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 시행' 보도자료 중에서
이미지 출처: 보건복지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 시행' 보도자료 중에서

의료계에선 응급의료 취약지를 비대면진료 대상에 추가한 부분을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비대면진료의 예외적 허용 대상인 의료취약지역 확대는 전혀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라며 "의료취약지와 응급의료 취약지의 정의와 개념이 엄연하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근거 없이 의료취약지역에 응급의료 취약지를 추가한 부분은 정부의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응급의료 취약지에 있는 환자들의 응급의료 접근성을 높이고자 한다면 불안전하고 취약한 비대면 진료의 방식이 아닌 응급의료 환경 자체를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올바른 정책적 방향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응급의료 취약지를 비대면진료 대상에 포함한 것은 대도시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비대면진료로 초진까지 가능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지난 12일 "응급의료 취약지역 중에는 권역 및 지역 응급의료기관까지 거리 때문에 응급의료 취약지역이 된 것일 뿐, 실제로는 지역 내에 1,2차 의료 인프라가 넘치는 곳이 상당하다"며 "응급의료는 비대면으로 수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정부가 무리하게 응급의료 취약지역을 비대면진료의 예외적 허용 지역에 포함시킨 이유는 사실상 대도시를 제외한 전국을 무제한 비대면진료 가능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크게 우려되는 부분은 응급의료 취약지를 비대면진료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대면진료가 필수적인 응급환자도 비대면진료를 받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현재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 중에는 응급이 아닌 경우도 있지만,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라면 응급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에 대면진료는 필수적"이라며 "정부의 발표만 보면 환자들은 실제 응급 상황이 발생했어도 비대면진료를 받으면 되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늘어날 우려가 있고, 이 과정에서 응급 환자의 비대면진료로 인한 사고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환자단체도 응급의료 취약지를 비대면진료 대상에 포함한 것을 놓고 그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은 지난 6일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의 (시범사업 보완방안) 발표로 12월 15일부터는 전국 98개 시군구 응급의료 취약지로 비대면진료 초진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이렇게 되면 기초자치단체 기준으로 전국의 약 40% 지역에서, 인구 기준으로 전 국민의 약 10% 국민에게 비대면 초진이 허용된다"며 "비대면 초진을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섬·벽지 범위에 대해선 시범사업 기간 동안 지역적 형평성 논란이 있어서 확대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전국 98개 시군구 응급의료 취약지로 크게 확대하는 것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응급의료 취약지 문제는 지역의 인구구조와 질병 특성, 의료인프라 등을 감안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비대면진료로 응급의료 취약지를 개선할 수 있는 것처럼 왜곡할 경우 지역완결적 응급의료체계 구축에도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최근 라포르시안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가 너무 조급하게 완전히 헛다리 짚고 있다"며 "(응급의료 취약지라도) 의료기관이 많은 동네가 있고 부족한 동네가 있다. 의료기관이 부족한 곳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접근을 할 것이냐에 대해서 정말 많은 노력과 사업이 필요한데 그런 것들에 대한 아무런 고민없이 비대면진료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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