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뷰] 복지부 "비대위가 밝힌 대정부 요구사항 진지하게 협의" 응답...향후 행보에 주목

지난 12월 10일 덕수궁 대한문 앞 광장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 '문재인 케어' 반대 궐기대회에서 이필수 비대위 위원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지난 12월 10일 덕수궁 대한문 앞 광장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 '문재인 케어' 반대 궐기대회에서 이필수 비대위 위원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라포르시안] 비록 동원 목표인 3만명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의사들의 '반 문재인 케어' 정서를 알리기에는 충분했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0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전국 각지에서 1만명 가량(경찰 추산·주최 측 추산 3만명)의 회원이 참가해 문재인 케어 반대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반대를 외쳤다. 예비 의사인 의대생과 전공의도 많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대위는 이날 집회에서 ▲급여 정상화 ▲비급여의 급여화와 예비급여 원점 재검토 ▲한의사 의과 의료기기 사용 불가 ▲소신 진료를 위한 심사평가체계 및 건보공단 개혁 등 4개 분야 16개 항목의 대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이어 청와대 인근 효자동 치안센터까지 2.5km가량 행진한 후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문재인 케어를 강행하면 제2, 제3의 집회를 열 것"이라고 경고했다.

집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비대위 구성원들의 자신감도 높아졌다. 

비대위 안치현 대변인은 "오늘 집회는 시작이다. 지금까지 잘못되어 온 의료제도에 대한 이야기의 시작이고, 억눌려왔던 회원들이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투쟁과 협상'의 전권을 가진 조직으로써 존재감도 확실히 각인시켰다. 앞으로 진행될 정부와의 대화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여기에 더해 제2, 제3의 궐기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경험과 동력도 확보했다. 

의료계 한편에서는 이날 궐기대회를 끝으로 비대위의 존재감이 유명무실해지면서 주도권을 다시 의협 집행부가 쥐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오후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비대위와 조속히 만나 진지하게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오늘 비대위가 밝힌 대정부 요구사항에 대해 의료계와 조속히 만나 진지하게 대화와 협의를 하겠다"면서 "지난 1일 권덕철 차관과 이필수 비대위원장 간 면담에서 밝혔듯 의료계와 정부 간 대화 창구는 항상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국민건강을 위해 더 좋은 해법을 모색할 수 있게 의료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복지부의 태도로 볼 때 이달 중순으로 예고된 보장성강화 대책 이행계획 발표 시점도 다소간 조정이 예상된다.  

복지부의 대화 제의에 비대위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안치현 비대위 대변인은 "복지부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안 대변인은 "(복지부와의 대화는) 단순히 의료체계 왜곡을 바로잡아달라는 의료계의 주장을 들어주겠다고 해서 끝낼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국민과 합의가 필요하고 행정부 내에서의 합의도 필요하다. 그런 부분에 대해 대화를 시작하고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세버스를 타고 올라온 충남도의사회 회원들이 청와대로 행진하는 모습.
전세버스를 타고 올라온 충남도의사회 회원들이 청와대로 행진하는 모습.

그러나 비대위에는 남은 과제도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절한 시점에 제2, 제3의 투쟁을 준비하느냐다. 때를 놓치면 달아오른 분위기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특히 정부와의 협상 전략도 제대로 세워야 한다. 비대위와 협상에서 복지부가 내세울 카드가 '수가 정상화와 제도 개선 약속' 이외에는 거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대위가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협상을 이어갈 경우 투쟁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의협 회장선거 바람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벌써부터 이번 궐기대회가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단 한 번의 집회로 안팎으로 칼자루를 쥐게 된 비대위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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