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또 무면허자 수술 집도 적발...업계 관계자 "의료기기 영업사원, 정형외과 수술 중 상주하거나 관여할 때 많아"

[라포르시안] 병원 수술실에서 의사의 지시로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이 무면허 불법시술을 하다가 환자가 뇌사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정형외과의원이다. 앞서부터 정형외과를 중심으로 의료기기 영업사원이나 간호조무사 등에 의한 무면허 불법시술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7일 부산 영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월 부산 영도구의 한 정형외과에서 원장 A씨가 환자의 어깨 부위 수술을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과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에게 대신하게 한 혐의로 적발됐다. 특히 대리수술을 받은 환자는 이후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뇌사판정을 받았다.

사고 이후 병원의 대응은 황당한 수준이다. 병원 원무부장은 환자에게 수술 전 동의서를 받지 않은 사실을 숨기려고 환자의 서명을 위조해 동의서에 입력했고, 간호조무사는 진료기록 조작까지 했다.

경찰이 이 병원의 CCTV를 분석한 결과 환자가 수술실에 들어가기 10분 전쯤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 B씨가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수술실에 들어갔고, 원장은 수술 중간에 사복 차림으로 나타났다가 수술과정만 지켜보다 퇴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영업사업 B씨가 이 병원에서 여러 차례 대리수술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이나 간호조무사 등이 병원장의 지시로 불법 무면허 시술을 하다가 적발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실제 김해의 J종합병원에서 이뤄진 불법의료행위 현장 모습.<사진 제공 : 부산지방경찰청>
실제 김해의 J종합병원에서 이뤄진 불법의료행위 현장 모습.<사진 제공 : 부산지방경찰청>

지난 2013년에는 경남 김해의 한 종합병원에서 의료장비를 납품하는 업체의 영업사원이 의사를 대신해 대리수술을 하다가 적발된 적이 있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적발된 병원에서는 의사 대신 의료기기 판매직원과 간호조무사가 1,000여 차례에 걸쳐 불법으로 맹장, 무릎 관절, 허리 디스크 수술 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 김해에서는 2014년에도 남자 간호조무사에게 관절염 환자 등을 상대로 무릎절개, 수술부위 봉합 등의 수술을 하도록 지시한 병원장이 적발되기도 했다. 남자 간호조무사가 실시한 불법 수술 횟수는 800회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5년 5월에도 부산의 한 정형외과 원장이 의료기기 납품업체 직원과 간호조무사, 간호조무사 실습생을 수술에 참여시켰다가 경찰에 적발되는 사건도 있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작발된 정형외과 원장은 인공관절 수술 등을 집도하면서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의료기기업체 직원과 간호조무사, 간호조무사 실습생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했다.

서울에서도 2016년에는 강남의 한 정형외과에서 의료기기 판매업체 직원들이 의사를 대신해 불법 무면허 수술을 하다가 적발된 일이 있었다.

수술실 내에서의 무면허 의료행위가 잇따르고 있지만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전신마취제로 환자의 의식이 완전히 없는 상태에서 의사의 지시로 이뤄지는 불법 행위를 적발하는 건 쉽지 않다.

이번 경우처럼 의료사고가 발생해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거나 내부자의 고발이 있어야만 혐의를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정형외과 등의 수술 관련해 의료기기 조작법을 잘 아는 영업사원이 수술 준비나 수술실에서 수술 과정에 관여하는 일이 흔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in터뷰] “수술실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구토…잘 못한다고 맞은 적도”>

한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정형외과 수술 중 수술실에 상주하며 의사가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필요한 의료기기 준비돼 있는지 확인하는 등 수술과 관련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때가 많다"며 "의료기기 영업직원이 수술실에서 외과의사에게 의료기기 사용 관련해 팁을 주거나 직접 관여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환자단체 "수술실 CCTV 의무화 해야"

환자단체 등에서는 의료기기 납품업체 직원을 이용한 정형외과 병의원의 무면허 불법시술 관행에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소비자시민모임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 참여하는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는 수술실에 영상정보처리기기(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할 것으로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정형외과 병의원의 유령수술은 외부와 차단된 수술실과 전신마취약을 이용한 신종사기이자 반인륜범죄"라며 "특히 의료기기 납품업체 직원을 수술에 참여시키는 행위는 의사면허제도의 권위를 추락시켜 의사에 대한 환자의 불신을 가중시킨다"고 비난했다.

정형외과 병의원의 수술실 내 무면허 불법시술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CCTV 설치 의무화를 촉구했다. 지난 19대 때 당시 최동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관련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최동익 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수술 등의 경우 의료인은 환자의 동의를 얻어 수술 장면을 CCTV로 촬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CCTV 촬영에 대한 환자의 별도 요청이 있을 경우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회기만료로 폐기 처분됐다.

의료계는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다는 것은 의사들을 예비 범죄자로 보고 감시하겠다는 것"이라며 "여성 환자의 외과수술이나 비뇨기과 수술 장면 등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인권 침해도 우려되고 실효성도 없을 것"이라며 법개정 추진에 강력히 반발했다.

환자단체는 "20대 국회는 수술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거나 유령수술 의사의 형사처벌 강화 또는 의사면허 제한 등을 내용으로 하는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이를 근원적으로 근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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