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씨(29세, 경기도에 위치한 모 의료기기업체 전직 영업사원)
“근무했던 회사는 골절 부위에 심는 철심을 병원에 판매하거나 임대하는 업체였다. 영업사원이다 보니 제품을 병원에 판매하거나 임대해주는 일이 주된 업무였다. 병원 측에서는 모든 제품을 구비하고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회사에 주문하는 방식이다”
- 수술실에 함께 들어간 경우도 있었나.
“입사한지 3일째 되던 날 주문한 제품을 납품하러 갔더니 의사가 함께 수술실에 들어갈 것을 요청했다. 의료기기 제품이 워낙 다양해 의사도 사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수술실에 동행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 수술에도 참여했나.
“의료기기 제품이 다양하기 때문에 의사가 사용법을 모를 때가 있다. 그럴 경우 의사가 수술을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 주로 골절을 입은 부위에 뼈 대신 철심을 심는 수술을 함께 했다. 의사가 환부를 절개하고 위치를 확인하면 나는 철심을 환부에 갖다 대고 위치를 조정했다. 의사는 위치가 적당하다고 판단되면 환부를 봉합했다”
- 영업사원이 수술에 참여하는게 흔한 일인가.
“영업사원으로서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제품에 대한 정보는 의사보다 더 많이 아는 것이 사실이다. 보통 1년 이상 근무한 영업사원 중 상당수는 수술실에 들어가 의사를 보조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수술실 출입이 문제된 적은 없었나.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의사하고 같이 수술 준비를 하고 똑같은 수술복을 입는다. 그리고 수술실에 동시에 입장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당연히 의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 불법 의료행위를 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나 불안한 마음은 없었나.
“의료진도 아닌데 같이 수술실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만이었다. 어느 병원에서는 철심의 위치를 조정할 때 의사한테 맞은 적도 있었다.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의사에게 회사의 제품을 사용해줘서 고맙다는 표시로 매번 금일봉을 제품 상자에 넣어 전달했다. 리베이트 명목이었다. 필요에 의해 사용하는 제품인데 왜 그래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1년 반 정도 근무하면서 수술실에 들어가 절개된 환부를 볼 때마다 너무 힘들었다. 매번 수술실에 들어갔다 나오면 구토를 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회사를 그만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