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사도 떠나고, 직원들 월급 걱정" 존폐 위기
복지부, 내년도 예산안에 감염병 전담병원 지원 예산 삭감
복지위서 정부 삭감한 지원 예산 2770억 증액..."지원 예산 반드시 편성해야"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11월 29일 오전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의실에서 지방의료원장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 출처: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11월 29일 오전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의실에서 지방의료원장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 출처: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라포르시안] "올해 5월 3년 4개월 만에 반가운 ‘엔데믹’이 선언됐지만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헌신한 지방의료원들은 지금 존폐를 고민해야 하는 참담한 현실을 맞게 됐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확진자 치료를 전담했던 전국 지방의료원들이 최악의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 해제 이후 정부로부터 회복기 지원마저 끊기면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서 직원들 월급을 지급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렸다. 지방의료원과 노동계 등에서는 2024년도 예산에 감염병 전담병원 지원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이중 '감염병 대응 지원체계 구축 및 운영' 예산은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공공병원의 손실을 보상하는 '의료기관 등 손실보상' 예산 등이 포함된 항목이다. 적십자병원 등 공공병원은 2년 넘게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지역 일반환자들의 발길이 끊겼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을 했던 공공병원이 진료 역량 등을 회복하도록 손실보상을 추진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2024년 예산안에서는 코로나19 회복기 예산이 2023년 대비 98% 삭감된 수준으로 편성됐다. 

2023년도 '감염병 대응 지원체계 구축 및 운영' 예산은 9530억 원에 달했고, 이중 의료기관 등 손실보상 예산은 6935억 원이었다. 하지만 복지부가 편성한 2024년도 예산안에서 '감염병 대응 지원체계 구축 및 운영' 예산은 전년대비 98.7% 축소한 126억 원에 그쳤다. 그나마 의료기관 손실 보상에 대한 금액으로 편성한 것이다. 

다행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예산안 예비심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을 했던 지방의료원 등의 손실보상 명목으로 2896억원을 증액하기로 했다. 증액된 예산안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확정된다. 

이런 가운데 노동계는 코로나19 대응에 헌신한 지방의료원을 지키기 위해서는 감염병 전담병원 지원 예산을 반드시 편성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11월 8일 국회 앞에서 '공공의료 강화!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결의대회'를 열고 감염병 전담 공공병원에 대한 회복기 지원 예산 반영을 강력히 촉구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코로나나 이전에 흑자였던 공공병원들이 전담병원으로 헌신하다 올해에만 3,500억 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해 붕괴 직전에 있는데도 정부는 공공병원에 대한 지원 예산은 아예 편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 국회 예결위원장과 50명의 예결위원들은 코로나 영웅들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아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지부장은 “파주병원은 전담병원에서 해지되고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파주병원은 매달 인건비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인건비 말고 약제비, 퇴직적립금 다 밀렸다"며 "다른 지방의료원에 비하면 파주병원은 의사가 부족하지도 않다. 여전히 외래진료와 응급센터, 수술 등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전담병원 운영기간 동안 떠나간 환자의 자리는 고스란히 병원 재정 악화로 이어져 매달 '이달은 얼마나 임금이 부족할까'를 걱정하고 있다. 2024년 예산에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금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방의료원 경영진도 정부를 상대로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조승연 회장(인천광역시의료원장)을 비롯한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장은 11월 9일 열린 ‘공공보건의료CEO포럼’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과 간담회를 갖고 지방의료원이 코로나19 이후 존폐위기에 놓인 어려움을 호소하며, ‘지방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공동 호소문’을 전달했다.

지방의료원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35개 지방의료원의 병상이용률은 평균 49.5%로, 코로나19 이전 80.9% 이상을 유지한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방의료원은 코로나19 대응 기간 동안 일반 진료를 거의 하지 못해 단골 환자들이 타 병원으로 떠났고, 전담병원 지정 해제 이후에도 환자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의사를 포함한 많은 의료인력이 이탈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의료원 정상화를 위해 우선 전담병원 지정 해제 이후 회복기간에 대한 정확한 추계를 통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2024년도 예산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35개 지방의료원장들은 "지방의료원의 불투명한 미래로 인해 의사도 없고, 환자도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다. 국가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며 "지방의료원 정상화를 위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하고 제도를 개선해줄 것을 국회와 정부에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과 감염병 전담병원 지부장 등 29명은 오는 4일부터 감염병 전담병원 지원 예산이 편성될 때까지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 명령으로 입원환자를 모두 내보내고 전체 코로나19 환자의 80% 이상을 치료하고 돌본 공공병원에 떠나간 환자들이 돌아오지 않고 의료진마저 병원을 떠나면서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며 "경영 상황이 심각하게 나빠진 병원은 일부 임금체불이 시작됐고, 임금체불을 막기 위해 은행에서 수십억의 신용대출을 끌어다 쓰고 약제비 지급을 미루고 있지만 위기가 길어지면 결국 존폐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며 감염병 전담병원 지원 예산을 편성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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