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전 진료역량 회복 안돼...병상가동률 반토막
회복기 지원 벌써 끊겨...손실보상 개산급 정산 후 환수 통보까지
"정부 명령대로 전담병원 나섰는데 모든 짐 떠넘겨" 맹성토

[라포르시안]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확진자 치료를 위한 전담병원으로 감염병 대응 최일선에 나섰던 공공병원들이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 해제 이후 코로나19 유행 이전의 일상 의료체계를 회복하지 못한 채 환자와 의료진 이탈 속에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 등 공공병원은 2년 넘게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지역 일반환자들 발길이 끊겼다. 작년 5월 이후 전담병원에서 지정 해제된 이후에도 발길을 돌린 지역 환자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지방의료원 중에서 병상가동률은 50%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2017년부터 2023년 상반기(1월∼6월까지)까지 35개 지방의료원 연인원환자수 변동 추이를 분석한 결과, 35개 지방의료원의 2019년 평균 병상이용율은 78.4%였지만 2023년 8월 현재 병상이용률율은 평균 53%에 그쳤다. 충주의료원과 안동의료원, 남원의료원 등은 올해 8월 병상이용률이 30%대를 기록했다. 

환자가 급감하면서 경영손실도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의 2019년 결산상 당기순이익 총계가 약 292억 7천만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해제된 이후 2023년 상반기(1월∼6월)까지 경영실적을 기초로 2023년 경영실적을 추산했을 때 올해 약 2,938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운영됐던 공공병원이 다시 기존 역량을 회복하는 데 3~4년이 걸릴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지방의료원 등이 코로나 유행 이전이었던 2019년 수준 진료실적을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분석한 결과 입원환자 수 기준 3.6년, 외래환자 수 기준 4.2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지역거점공공병원들은 2년 여에 걸친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기간 동안 진료 및 수술건수, 의사 인력, 필수진료과 개설 등 병원 경영 전반에 걸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 유행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해 2020년에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수술건수는 43.5% 감소했고, 7개 필수진료과 개설률은 2019년 3월 85.3%에서 2022년 8월 80.6%로 떨어졌다. 

정부가 지급한 손실보상금은 이들 공공병원이 입은 실제적인 피해를 보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중수본의 회복기간 손실보상 기준에 따르면 병상소개율과 운영일수 등을 고려해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만 손실보상금을 지급한다. 이 기준을 적용해 대부분의 감염병 전담병원에 대한 회복기 지원이 종료된 상태다.

코로나 이전 진료 역량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환자는 급감하고, 정부 지원도 끊기자 이미 많은 공공병원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심지어 일부 병원은 정부로부터 코로나19 손실보상으로 지원했던 개산급을 정산해 환수한다는 통보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다못한 공공병원 소속 보건의료노동자들이 국회 앞으로 몰려와 지원을 촉구하고, 내년도 정부 예산에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을 반영하도록 요구하는 농성에 돌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8일 국회 앞에서 열린 '공공의료 강화!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결의대회'를 열고 감염병 전담 공공병원에 대한 회복기 지원 예산 반영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코로나나 이전에 흑자였던 공공병원들이 전담병원으로 헌신하다 올해에만 3,500억 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해 붕괴 직전에 있는데도 정부는 공공병원에 대한 지원 예산은 아예 편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 국회 예결위원장과 50명의 예결위원들은 코로나 영웅들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병원에서 일하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증언도 쏟아졌다. 

김정아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지부장은 “파주병원은 2019년까지 경기도의료원을 넘어 모든 지방의료원의 모범이 될 정도로 운영이 잘 되던 병원"이라며 "전담병원에서 해지되고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파주병원은 매달 인건비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인건비 말고 약제비, 퇴직적립금 다 밀렸다"고 했다. 

김 지부장은 "다른 지방의료원에 비하면 파주병원은 의사가 부족하지도 않다. 여전히 외래진료와 응급센터, 수술 등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전담병원 운영기간 동안 떠나간 환자의 자리는 고스란히 병원 재정 악화로 이어져 매달 '이달은 얼마나 임금이 부족할까'를 걱정하고 있다"며 2024년 예산에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금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로부터 감염병 전담병원 운영 기간 중 받았던 손실보상금을 환수한다는 통보를 받은 공공병원도 있다. 

대한적십자사지부 김성철 수석부지부장은 “통영적십자병원은 지난 9월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로부터 손실보상 정산 결과 2억5천만 원이 초과 지급됐다며 환수통지서를 받았다"며 "올해 9월까지 적자가 이미 코로나 시기 3년간 누적된 적자보다 2배가 넘는데 지원금을 환수한다고 하니 정부는 공공공병원 정상화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수석부지부장은 "정부는 추가적인 손실보상금 지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코로나 시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의료기관에 개산급 정산을 추진하고 있다"며 "코로나 이후 누적되는 적자로 내외부에서 병원운영자금을 차입하지 않으면 임금체불을 걱정해야만 했던 공공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 대상으로 기존에 지원했던 개산급을 정산해 환수한다고 하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적자가 쌓이면서 급기야 은행 대출로 직원 임금을 지불하는 공공병원도 나오고 있다. 

서해용 천안의료원지부장은 “천안의료원은 은행 차입금으로 월급을 지급하고 있고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공공병원은 정부 명령대로 감염병 전담병원을 한 것뿐인데, 모든 짐을 지라는 정부는 어이가 없다"고 성토했다. 

서 지부장은 "정부가 작년까지 민간의료기관에 지급한 손실보상금 7,218억 원이면 대전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을 26개나 지을 수 있다"며 "감염병 사태 때마다 돈으로 민간병원의 병상을 사들이는 비용의 10%만 공공병원에 지원해도 공공병원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정부의 회복기 지원 예산 반영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오늘(9일)부터 국회 앞에서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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