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원, 감염병 대응 기간 진료기능 훼손..."하반기 임금체불 불가피"
일부 병의원, 비대면 진료로 매출 급증...불법 PG업체 등 통해서 탈루 드러나

[라포르시안] 지역거점공공병원 역할을 하는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중에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확진자 치료를 전담하다시피했다. 코로나 유행이 끝나고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을 했던 이들 지방의료원은 극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공공병원이 극심한 코로나19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과 달리 일부 병의원은 팬데믹 기간에 비대면 진료로 호황을 누리고, 탈세까지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의료진·환자 떠나고 임금체불 위기 지방의료원 = 앞서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은 2020년 2월부터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하면서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속속 지정됐다. 이후 코로나 유행이 안정화되고 작년 5월부터 전담병원 지정 해제와 함께 외래진료 확대, 일반 입원병상 전환 등 진료 정상화에 팔을 걷었다. 

대부분의 지방의료원은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지정 해제된 이후에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병상가동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방의료원은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지정 해제된 이후에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병상가동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의료원 대다수는 코로나 이전 일상의료 체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확진자 치료에 전념하면서 내보낸 일반 환자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 확진자 치료에 헌신하며 '코로나 영웅'으로 불리던 의료진은 공공병원을 떠나고 있다.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2017년부터 2023년 상반기(1월∼6월까지)까지 35개 지방의료원 연인원환자수 변동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전담병원 해지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코로나19 이전 시기였던 2019년에 비해 1/3~2/3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 해제 이후 일상 진료체계로 전환했지만 발길을 끓은 지역환자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다. 35개 지방의료원의 2019년 평균 병상이용율은 78.4%였지만 2023년 8월 현재 병상이용률율은 평균 53%에 그쳤다. 심지어 충주의료원과 안동의료원, 남원의료원 등은 올해 8월 병상이용률이 30%대에 불과했다.  

환자가 줄면서 경영손실도 심각하다.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의 2019년 결산상 당기순이익 총계가 약 292억 7천만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해제된 이후 2023년 상반기(1월∼6월)까지 경영실적을 기초로 2023년 경영실적을 추산했을 때 올해 약 2,938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방의료원 한 곳당 올 한 해에 평균 약 92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35개 지방의료원별 현금이월액 현황 및 이후 전망을 살펴보면 현금이월액이 마이너스 상황에 이른 의료원이 속출하고 있다. 악화된 자금사정을 해소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기채(起債)를 발행하거나 약재비 등 대금 지급시기를 미루고 있다. 이대로 가면 지방의료원 중 상당수가 올해 11월 또는 12월부터 임금 체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2일 국회 앞에서 감염병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기간 및 규모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지방의료원 관계자는 "공공병원의 위기를 책임져야 하는 중앙정부는 회복기에 필요한 지원을 중단하고 각자도생하라 한다. 지방정부는 지금 공공병원들이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이 방만 경영에 있다며 임금인상 억제를 요구하고 있다"며 "의료원은 적자가 심각하다며 다음달이면 임금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코로나19와 묵묵히 싸워온 대가를 이제는 임금체불로 돌려받아야 하나”고 성토했다. 

비대면 진료로 호황 누리고 탈세까지 일삼은 병의원 =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전담했던 공공병원이 극심한 코로나19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과 달리 팬데믹 기간 중 비대면 진료로 호황을 누리고 탈세까지 일삼은 병원도 있었다.  

국세청은 최근 민생침해 탈세 대상으로 집중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해 9월까지 246명에 대해서 탈루한 세금 총 2,200여억원을 추징했다고 지난 30일 밝혔다. 국세청 세무조사로 드러난 주요 탈루유형 중에는 코로나 유행 기간에 호황을 누리면서 탈세를 일삼은 병·의원 및 가담 업체도 포함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감염병 재난으로 국가 전체가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비대면 진료 등으로 호황을 누리고 갖가지 지능적 방법을 활용해 '페이백 탈세'를 일삼은 병·의원과 탈세를 부추긴 가담 업체가 적발됐다. 

불법 PG업체, 미술품 대여업체, 온라인 교육기관 등을 통해 페이백 받아 탈루한 병・의원. 이미지 출처: 국세청
불법 PG업체, 미술품 대여업체, 온라인 교육기관 등을 통해 페이백 받아 탈루한 병・의원. 이미지 출처: 국세청

이번에 탈세가 적발된 A병원은 코로나19 기간에 비대면 진료로 매매출이 급증하자 불법 영업대행 PG업체의 탈세영업에 가담해 통상보다 높은 결제대행수수료를 과다 지급하고, 수수료는 병·의원 경비처리하면서 지급 수수료 중 일부는 원장 가족이 현금 페이백으로 돌려받았다. 

뿐만 아니라 미술품 대여업체로부터 미술품을 대여하면서 렌탈료는 병·의원 경비로 처리하고, 대여기간 종료 후 미술품을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위장해 원장 가족이 현금 페이백으로 수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 교육기관 C사의 탈세영업에도 가담해 병원 직원 직무교육을 계약한 뒤 교육비 전체를 경비처리하고, 정부로부터 받은 직무교육 지원금 중 일부는 C사로부터 배우자 명의로 현금으로 돌려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국세청은 "현금 페이백을 통해 탈루한 병·의원과 불법 PG업체, 미술품 대여업체 등에 대해서 엄정 조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관련 진료비 부당청구가 성행했다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건강보험공단이 전국 12개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진료비 부당 청구 표본조사' 결과 조사대상 12곳 전부에서 코로나19 진료비 부당 청구 사실이 드러났다.

표본조사에서 확인된 코로나19 진료비 부당 청구 유형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당일 진찰료 청구 ▲재택치료 환자관리료 청구 적용기준 위반 ▲출국 전 진단서 발급 목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 후 별도 검사비 청구 등이다. 특히 재택치료 환자관리료 적용기간(2021년 9월 1일부터 2022년 6월 30일까지)에 코로나19 비대면 진료를 하면서 재택치료 환자와 전화상담도 하지 않고 전화상담 관리료 명목으로 급여비를 부당 청구한 행위도 적발됐다.

건보공단은 표본조사 결과를 근거로 내년 6월까지 전국 의료기관 8,423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료비 부당 청구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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