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병원 기간 의료진.일반환자 이탈로 적자 쌓이며 임금체불 위기
정부, 전담병원 회복기 손실지원금 6개월로 제한
"영웅으로 치켜세우더니 토사구팽...7월 1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

[라포르시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방역 최일선에 나섰던 공공병원들이 지정 해제 이후 의료진과 일반환자 이탈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제한적이고, 다시 일상 의료체계로 회복은 요원한 채 직원들은 임금체불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는 27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공공의료 확충, 회복기 지원 확대, 감염병전담병원 보건의료노조 결의대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일반환자를 전원하고 확진자 치료에 전념해온 지방의료원을 비롯한 공공병원은 전담병원에서 해제된 이후 의료진 및 일반환자 이탈로 적자가 쌓여가는 상황이다.
이날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정부가 공공병원을 ‘토사구팽’하고 있다고 규탄하며 결의문을 통해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공공병원의 공익적 비용 및 회복기 지원 확대 ▲공공병원의 회복기 지원을 위한 필요예산을 2024년 정부 예산에 반영 ▲공공의료 기능 강화를 위한 의료진 확충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결의문에서 "지난 3년간 펜데믹으로 인해 고군분투했던 공공병원은 현재까지도 병상가동율 40%를 밑돌며 의료기관의 존폐가 우려될 정도로 심각한 경영적 위기에 처해 있다"며 "2020년 2월부터 가장 먼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인력․시설․장비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조건에서도 3년이 가깝도록 코로나19 대응 최일선에서 헌신해 온 결과"라고 울분을 토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 해제 이후 공공병원에 대한 지원이 부실해 경영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지난해 5월부터 단계적으로 감염병전담병원에 대한 지정 해제가 시작되고, 감염병전담병원에 대한 회복기 손실보상이 진행되고 있으나 회복기간을 최대 6개월로 제한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대부분의 공공병원들은 일상회복은 요원할뿐더러 당장의 경영적 어려움조차 타개할 방법을 찾지 못한채 임금체불 등 위기에 빠져 있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는 감염병전담병원에 대해 코로나19 환자 진료로 인해 붕괴된 의료기관의 기능을 안정적으로 그리고 단계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충분한 회복기간을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며 "감염병 대응 뿐만 아니라, 필수의료 제공에서, 취약계층 의료지원에서, 공공의료를 제공하는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공공병원의 공익적 비용에 대한 해소 방안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공공병원이 처한 위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는 증언도 쏟아졌다.
서해용 천안의료원지부장은 “코로나 초기 공공병원을 비우라고 강요하던 정부는 공공의료에 투자할 의지가 없는지 2024년 예산에 지방의료원의 회복기 지원 예산은 단 한 푼도 배정하지 않았다”며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는 공공의료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서울시 서남병원지부장은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일반병원으로 전환한지 벌써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병상 가동률은 40%대에 머물러 있다"며 "정부는 회복기 손실지원금을 6개월 밖에 주지 않겠다고 했고, 우리 병원은 지난 4월 지원이 끊겼다”고 병원이 처한 상황을 전했다.
김 지부장은 "전담병원 지정 기간동안 의사들이 이직해 새로운 의사를 고용하는데 임금은 40%나 올려주었고, 한달에 20억씩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며 “이것이 우리의 잘못인가, 코로나 전담병원을 안했다면 우리가 이 지경이 되었겠는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5월 3일부터 진행해온 산별중앙교섭과 현장 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오늘(27일)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할 예정이다.
조정신청 이후에는 오는 28일부터 7월 5일까지 지부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15일간의 조정 기간에도 협상을 지속할 예정이다. 다만 조정기간에도 노사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7월 12일 전야제를 진행하고 13일부터 무기한 산별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지난 3년 4개월 동안 코로나와 맞서 싸우며 최선의 역할을 다한 감염병전담병원이 지금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며 “코로나 영웅이라고 칭송받았던 노동자들은 임금체불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토사구팽’"이라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코로나 초기에 공공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빨리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키라고 그렇게 강력하게 지침을 내렸던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그 누구하나 이 위기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다”며 "더 이상은 이대로는 안된다. 지난 3개월간 교섭을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40여개 감염병 전담병원들은 오늘 노동쟁의 조정신청서를 접수했다.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면 7월 1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 코로나 후유증 시달리는 공공병원들..."의사·환자 떠나고 적자만 쌓여"
- 보건의료노조 "산별교섭 미타결시 7월 1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
- 서울의료원, 엔데믹 맞았지만 환자수 반토막..."공공병원 적자 지속"
- 노동력 쥐어짜기로 소진되거나 못 버티거나...보건의료노동자들 총파업
- "하반기부터 임금체불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어느 지방의료원장
- 코로나 전담병원 이후...의사·환자 떠나고 임금체불 위기 지방의료원
- 극심한 '코로나 후유증' 공공병원...'코로나 호황'에 탈세 일삼은 병원도
- 코로나 이후 '토사구팽', 재확산 하자 '공공병원 중심'...염치없는 尹정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