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환자 이탈로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 해제 이후 경영난 심각
"지방의료원 병상가동률 40~50% 그쳐...회복기 지원 중단되면 버티기 힘들어"

[라포르시안] 지방 공공병원이 경영난에 신음하고 있다. 이들 공공병원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자 기존 입원환자를 퇴원시키거나 전원 조치하고, 확진자 치료에 발벗고 나섰다. 

감염병 재난상황 극복을 위해 방역 최일선에 나섰던 공공병원들은 지금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가라앉고 전담병원에서 지정 해제된 이후 의료진과 일반환자 이탈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제한적이고, 다시 일상 의료체계로 회복은 요원한 채 직원들은 임금체불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남인순, 이상헌, 이용빈 의원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 주최로 '윤석열 정부 공공의료 후퇴 규탄 및 공공병원 강화 및 확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서는 특히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지정 해제된 지방의료원 회복기 지원과 공공병원 확충 요구가 쏟아졌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시기 입원한 환자를 모두 내보내며 코로나19 진료에 전담했던 공공병원은 지금 고사직전의 위기에 처했다"며 "공공병원이 부족한 현실에서 정부는 모든 지방의료원의 전 병동을 코로나19로 전환시키는 정책을 폈으며 이는 어떻게 보면 공공병원을 모두 문닫게 한 것과 다름이 없다. 이 피해는 물론 오롯이 시민들에게 전가됐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지방의료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여기를 주로 이용하던 의료급여 환자, 홈리스 등 민간의료에서 배제된 사회적 취약계층은 오갈데가 없어졌다. 살고 있는 지역에 공공병원이 없는 코로나19 환자는 먼거리의 타지역 공공병원으로 원정입원을 가기도 했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확진자 치료에 전념해온 지방의료원을 비롯한 공공병원은 전담병원에서 해제된 이후 의료진 및 일반환자 이탈로 어려움에 겪고 있다. 지방의료원들이 전담병원 지정 해제와 함께 외래 진료 확대 및 일반 입원병상 전환 등 진료 정상화에 팔을 걷고 나섰지만 2년 넘게 끊긴 환자들의 발길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전담병원 지정 기간에 의사 이탈이 심해지면서 새로운 의사를 고용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당수 공공병원은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일반병원으로 전환한 이후 1년 6개월이 지났음에도 병상 가동률이 40~50%대에 머물러 있으며, 정부로부터 회복기 손실지원금 지원도 끊겨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했다. 올 하반기에도 이런 사정이 지속되면 임금체불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기 이전부터 한국 공공병원들은 수익성을 우려한 정부의 소극적인 지원과 투자로 인력부족 등 만성적인 위기상황에 처해 있었다. 코로나19는 이 위기상황을 최고로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코로나19에 모든 것을 쏟아 붓고 더욱 악화된 공공의료의 현실을 외면함으로써 공공병원들이 아예 문을 닫으라고 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총동원됐던 공공병원의 회복기 지원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공병원은 현재 병상가동률이 점차 회복되어 겨우 약 50% 수준인데 여기서 회복기 지원이 중단되면 공공병원들은 인력 회복 등 지역사회 거점병원 기능 수행에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를 입을 것이 불을 보듯 명확하다"며 "공공의료가 이렇게 고사되는 것을 더 이상 두고볼수는 없다. 정부는 당장 지방공공병원에 대한 회복기 지원을 충분히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지방의료원이 처한 경영위기 상황에 대한 생생한 증언도 이어졌다.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 백남순 병원장은 "코로나 19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포천병원은 일반진료를 포기해야 했다. 그렇게 2년 반이 지났고 주민들은 고통을 고스란히 감당해왔다"며 "2022년 5월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해제됐고, 1년이 조금 지난 2023년 8월 현재 포천병원의 병상 가동율은 40% 내외로, 하루 평균 700명이 넘던 외래 환자수는 400명을 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 병원장은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지난 1년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한번 떠난 지역주민들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았다"며 "한 달 평균 적자분이 10억 원을 훌쩍 넘고 있다. 다행히 경기도 지자체 지원금으로 지금까지 버텨왔지만, 이마저도 예산 부족으로 인해 하반기 임금체불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공공병원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 의료인력 확충 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백 병원장은 "의료취약지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지난 세월 동안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왔던 지역주민들을 위해 과감한 시설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며 "또한 취약지에 위치한 공공병원은 의사 인력 구인난이 재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사 인력의 국가 및 국립대병원 책임제가 시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인구가 적어서 수요는 적지만 지역에 반드시 필요한 의료서비스에 대해서는 손실금을 전액 지원해 줘야한다"며 "포천병원은 포천, 가평, 연천, 동두천 통틀어서 유일하게 24시간 분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로 인한 적자가 직접비만 계산해도 연 9억에 달한다. 24시간 지역 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는데도 엄청난 적자가 발생한다. 이른바 필수의료에 대한 ‘착한적자’는 전액 보전돼야 한다"고 했다. 

언제 또다시 찾아올 지 모를 감염병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선 공공병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정상화 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건의료노조 이선희 부위원장은 "코로나19 감염병 펜데믹의 국가적 위기속 최일선에서 싸웠던 공공병원은 현재 그 기능이 훼손되고 의사부족과 재정난으로 붕괴 위기에 처해있다"며 "코로나와 전쟁을 치른 3여년 동안 코로나 치료와 관련없는 의사들은 병원을 떠나갔고 의사 연봉을 30~40% 올려 공고를 다시 내도 채워지지 않고 있다. 일반병원으로 기능을 전환한지 1년이 넘어도 의료기관 시스템이 붕괴돼 공공병원의 일상회복은 더 지체되고 있으며 의료기관으로서 기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 지방의료원들이 처한 상황은 환자를 다시 채우는 단순한 문제를 넘어 의료기관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공공병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시켰던 2021년 정부는 의료기관의 충분한 손실 보상을 약속한 바 있으나 코로나 위기가 잦아든 지금 정부의 회복기 지원은 미흡할 뿐이다. 코로나19 감염병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인 공공의료 인력들이 최소한 임금 걱정은 하지 않고 일할수 있어야 한다"며 "또다시 도래할 감염병으로 인한 사회적 재앙에 대비하려면 공공병원을 고사시킬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정상화 시켜야 한다. 공공병원 운영 정상화를 위해 회복기 손실 보상 기간을 연장하고 추경 편성 및 2024년 예산에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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