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본원 800병상 규모 건립" 작년에 발표했던 내용도 뒤집어
시민사회단체 "윤정부, 부자 감세 추진하면서 공공의료에 쓸 돈은 없다고 해"

국립중앙의료원 전경.
국립중앙의료원 전경.

[라포르시안] 정부가 국립중앙의료원(NMC)과 중앙감염병병원 신축·이전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쪽으로 수정하면서 의료원 안팎에서 반발이 거세다.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 축소는 공공의료 말살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기재부는 최근 국립중앙의료원에 신축‧이전 관련해 본원은 526병상으로, 중앙감염병병원은 134병상으로, 중앙외상센터는 100병상 등 총 760병상 규모로 총사업비 조정 결과를 통보했다. 

당초 국립중앙의료원과 보건복지부가 요구한 신축·이전사업 규모는 본원 800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1050병상 규모였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5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논의한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과 운영방안에 대해 브리핑하면서 "기존 규모에 비해 1.5배 정도 넓은 부지로서 국립중앙의료원은 이전 시에 800병상 규모로 건립되고,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의 병상도 감염병 위기대응에 충분한 수준으로 협의하고 있는 중"이라며 "삼성에서 7,000억 원 기부금이 전달되면서 당초 감염병전문병원을 100병상 정도 규모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기부자의 뜻에 따라서 최소 150병상 규모로 늘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기재부가 조정한 신축·이전사업 규모는 당초 계획했던 국립중앙의료원 본원 규모(800병상)에도 훨씬 못 미치는 총 760병상 규모로 축소됐다. 

국립중앙의료원 안팎에서는 기재부 결정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당장 국립중앙의료원 측에서 지난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병상 축소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예고한 지 반나절 만에 돌연 이를 취소했다. 

긴급 기자회견에서 신축·이전사업 축소에 대한 문제 제기가 예상됐다. 의료원 측이 뚜렷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기자회견을 취소하면서 그 배경을 둘러싼 의구심을 낳고 있다. 

대신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 16일자로 신축·이전 축소를 강력히 비판한 의료원 총동문회 명의 입장문을 배포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총동문회는 이번 입장문을 통해서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이전사업이 당초 정부가 약속했던 내용에서 후퇴해 병상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는 언론보도에 실망을 넘어 분노와 배신감을 감추지 못한다"며 "예산당국이 ‘신축‧이전 공동추진단’이 수립한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총사업비를 조정해 사업규모를 대폭 축소한 것은 경제논리만 앞세운 결정으로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총동문회는 "국립중앙의료원이 3차 공공의료기관으로서 필수의료 중앙센터의 역할과 국가에서 부여한 제반 공공의료 서비스 기능을 다하면서 경쟁력을 갖추고, 운영전반의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선 규모의 적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보건복지부, 국립중앙의료원, 질병관리청 등 3자로 구성된 ‘공동 추진단’에서 마련한 신축이전 기본계획대로 본원 800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이상을 확보해 줄 것"을 촉구했다. 

특히 총동문회는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강력한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신축·이전사업 축소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와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 축소는 공공의료 파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기재부는 '수도권이 과잉병상'이라며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계획을 축소했으나 그 과잉병상들이 코로나19 상황에 무슨 소용이 있었나"라고 반문하며 "대형민간병원들이 감염병 환자를 기피하고 돈벌이에 매진해,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한 공공병원들이 팬데믹 대응을 도맡았다. 감염병 같은 재난의료는 시장에 맡겨두면 실패할 수밖에 없고 공공병원을 늘려야 한다는 사실은 지난 3년 간 충분히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이전사업 축소 계획은 의료취약층의 치료기회를 박탈하는 처사로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의 목숨과 건강을 빼앗는 짓'이라고 성토했다. 

두 단체는 "국립중앙의료원은 저소득층, 노숙인, 이주민, HIV감염인 같은 약자들에게도 생명과 건강의 최후의 보루다. 돈이 안 되는 진료를 민간병원들이 꺼리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국립중앙의료원이 감염병 치료를 전담하느라 이런 환자들은 밀려나 입원 중 강제로 쫓겨나기도 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축소 계획은 이런 취약한 환자들의 치료기회를 박탈하는 냉혹한 처사"라고 했다. 

필수의료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에서 공공병원을 축소하는 건 완전한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두 단체는 "대형병원이 몰려있는 서울도 적절한 치료를 받았으면 살릴 수 있는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고 응급의료 공백도 크다."며 "인구당 병상이 OECD 평균의 3배인 나라의 수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까닭은 필수의료 역시 민간이 기피하는 ‘시장실패’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필수의료를 바로 세우려면 공공의료를 살리고 확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이전사업 축소 추진은 윤석열 정부가 민간 중심 의료체계를 공고히 하려는 철저한 시장주의 정부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두 단체는 "팬데믹으로 수만 명이 희생되고도 공공의료를 더 축소하는 정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 것"이라며 "부자들을 위한 법인세, 종부세, 소득세 감면으로 수십 조를 깎아주겠다면서 공공의료에 쓸 돈은 없다는 정부라면 왜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공공의료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국립중앙의료원을 제대로 확장 이전해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신축 사업 최근까지 진행경과>

▲ 국립의료원의 ‘국가중앙병원’으로 확대개편 계획 수립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 국가중앙의료원의 상징성을 고려해 서울지역에 설립

▲ 이전 부지로 서초구 원지동 부각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 화장장 건립 추진에 따른 서초구 인근 주민 설득 방안으로 제시

▲ 이전 대상 부지 재검토, 행정중심복합도시 (2006년, 당시 유시민 복지부장관)
 - 서초구 원지동은 개발제한구역 해제목적에 위반(당시 건설교통부 입장)
 - 국립의료원의 구조조정 및 신축 이전방안 원점에서 재검토
 - 국가 전략적 의료정책 수행기관으로 육성하기 위해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전 제시

▲ 서초구 원지동 이전 재추진 (2007~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원지동 이전 재추진 건의

▲ 서울추모공원 부지 내 국립의료원 신축 이전에 관한 협약 (2010년 2월)
 - 당시 국립의료원 강재규 원장, 서울시장 오세훈 간 MOU

▲ 국립중앙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공포(2010년 4월)
 - 국립중앙의료원으로 특수법인화, 현 을지로 본원 소유권은 복지부 잔류

▲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사업 추진을 위한 보건복지부와 서울특별시간 업무협약(2014년 12월)
 - 현 을지로 부지는 서울의료원 분원(200병상 규모) 설립 후 서울시에 기부채납 조건으로 민간 매각, 개발
 - 당시 복지부장관 문형표, 서울시장 박원순 간 MOU (국립중앙의료원장은 공석)

▲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에 따른 중앙감염병병원 설치 결정 (2017년 2월)
 -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을 조건으로 원지동 추가부지 확보 검토

▲ 중앙감염병병원 건립 반대에 따른 서초구 주민공청회 실시 (2회, 2018년 11월 27일, 2019년 2월 13일)
 - 서초구 주민들의 이명박 시장 재임 당시 인근 용도지역 종상향 약속 이행 민원 제기

▲ 전략환경영향평가 중 소음환경기준 부적합 판정 (2019년 6월)
 - 방음벽은 물론이고 방음터널 설치 시에도 주야간 모두 소음환경기준 초과
 - 12차선 경부고속도로 위 방음터널 설치 불가 의견(도로공사, 2019년 5월) 

▲ 박원순 서울시장, 국립중앙의료원을 미군공병단 부지로 신축 이전 제안 (2020년 4월 28일)

▲ 서울시와 보건복지부, 국립중앙의료원을 ‘미 공병단 부지’로 신축·이전하기로 하는 업무협약 체결(2020년 7월 1일)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공식 브리핑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을 800병상 규모로 확대해  서울시 중구 방산동 미군 공병단부지로 이전·신축한다고 발표 (2022년 5월 27일).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기획재정부 의뢰로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이전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통해  의료원 본원은 496병상 규모 또는 596병상 규모로 설립하고,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134병상 규모로 건립하는 방안 제시. (2022년 8월) 

▲ 기획재정부, 국립중앙의료원 본원은 526병상으로, 중앙감염병병원은 134병상으로, 중앙외상센터는 100병상 등 총 760병상 규모로 추진하는 신축·이전사업 총사업비 조정 결과 통보(2023년 1월 4일)

보건의료노조는 오늘(17일) 오전 10시30분부터 국립중앙의료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축‧이전 축소 추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앞서 성명을 통해 국립중앙의료원 모병원을 상급종합병원 수준으로 확충해 질적 수준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국가중앙병원으로서 공공보건의료체계의 중추적 역할은 불가능하며 필수의료 공백과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국가적 과제도 심각한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국립중앙의료원 모병원을 상급종합병원 규모로 확충하지 않고서는 필수의료 제공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고 자생력을 갖출 수 없다"며 "기재부 결정대로 신축․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국립중앙의료원을 고사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윤석열 정부는 당장 기재부 총사업비 축소 결정을 폐기하고, 국립중앙의료원 모병원을 최소 1000병상 이상 상급종합병원 수준으로 확충하고, 이건희 회장 유족과 약정대로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을 150병상 이상으로 확충하라"며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공공의료 강화에 역행한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국민의 건강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범국민적 투쟁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 관련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병상수요·공공의료기능 등을 고려해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수행하고 2개 방안을 도출한 것은 토대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기재부 의뢰로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이전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통해 의료원 본원은 496병상 규모 또는 596병상 규모로 설립하는 2가지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134병상 규모로 건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조세재정연구원 연구결과를 토대로 진료권 내 병상 초과공급 현황, 국립중앙의료원의 낮은 병상이용률, 공공의료확충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526병상을 본원 적정 병상 수로 정했다"며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이 운영 중인 496병상에는 외상센터 70병상이 포함돼 있어, 이와 별도로 신축 건립 예정인 중앙외상센터 100병상을 추가 건립 시 현재보다 70개 여유병상이 발생하며, 여기에 30병상을 추가 건립할 계획이므로 실질적으로는 현재 병상규모(496병상)보다 100병상이 증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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