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거세지자 "공공병원 중심으로 여유 병상 확보"
팬데믹 때 전담병원 역할했던 지방의료원들, 엔데믹 이후 경영난 내몰려
"코로나 전쟁 치른 공공병원 노동자들, 임금체불 걱정하며 살아"

[라포르시안] "도대체 왜 코로나 전쟁을 치른 공공병원 노동자들이 한달 한달 임금체불 위기와 고용불안 속에서 삶을 살아가야 합니까..."

"많은 지방의료원이 상여금이 미지급되거나 작년 연차수당이 미지급 되기도 합니다. 또 각종 수당이 미지급되어 임금의 50%밖에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에게 임금은 생존권입니다. 한달 벌어 한 달 살아가는데 임금이 체불되면 마이너스 통장에 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전담병원으로 울면서 일했던 우리 공공병원노동자에게 이래도 되는 것입니까?"

2020년부터 3년이 넘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근무하며 이를 악물고 버텨낸 공공병원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쏟아내는 하소연이다. 

지역거점공공병원 역할을 하는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은 코로나19 유행 때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확진 환자 치료를 도맡았다. 이 기간에 일반환자 감소에 따른 경영난과 의사와 간호사 인력 유출에 따른 이중고를 겪었다. 다행히 2023년부터 코로나19 유행이 급감하고 일상회복으로 전환하면서 지방의료원도 일상 의료체계 회복에 팔을 걷었다.

장기간의 감염병전담병원 운영에 따른 회복기 손실보상 지원은 고작 6개 월에 그쳤다. 전담병원 운영 기간에 빠져나간 의료진을 확충하지 못하면서 지방의료원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직원들은 매달 임금체불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심지어 권고사직과 해고 등 구조조정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2023년도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전체 운영병상수는 6% 감소했고, 외래환자수는 13.9% 감소했다. 2023년도 병상이용율은 42.9%로 코로나19 이전(81%)과 비교해 반토막 수준이다. 

환자가 급감하면서 진료수익 감소에 따른 자금난도 심각하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35개 지방의료원 당기순이익 총계는 292.7억의 흑자였지만, 2023년에는 3,15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의료손실은 5,770.8억원으로 기관당 123.8억원 규모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운영되는 기간에 의사와 간호사 등이 병원을 떠나면서 의료진이 부족해 필수 진료과를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의사 한 명 구하려면 엄청난 인건비를 부담해 경영난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의료원에 ‘경영혁신’, ‘책임경영’을 앞세워 자체적으로 수익 증대와 비용 절감에 나설 것을 강요하고 있다. 강원도에 있는 원주, 삼척, 영월, 속초, 강릉의료원 등 5개 의료원이 처한 상황이 대표적이다.  

강원도내 5개 의료원 종사자들은 경영개선을 위해 2010년부터 5년 동안 임금동결에하는데 합의하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2019년 말 5개 의료원이 대부분 흑자로 전환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유행으로 감염병 재난 상황이 벌어지자 3년 여에 걸쳐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을 수행했다. 

감염병 전담병원은 해제된 이후 환자가 떠나가고 의료진이 빠져나가면서 코로나 대응에 헌신한 대가는 참혹한 경영난으로 돌아왔다.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을 지시한 정부와 강원도는 회복기 지원 예산 요구를 외면하고 책임을 회피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개최한 '전국 지방의료원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해제된 지 만 2년이 되어가지만, 지방의료원을 비롯한 공공병원은 회복되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는 처참한 현실이다. 떠나간 환자와 의사들은 돌아오지 않는데 적자라는 이유로 임금이 체불되고 있다"며 "코로나 시기에 전담병원으로 울면서 일했던 공공병원노동자에게 이래도 되는 것"이라고 했다. 

최 위원장은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19년 코로나가 있었다. 4~5년 간격으로 감염병이 있었고, 그때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반짝 공공병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공병원에 대한 지원을 약속해왔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정부는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지자체는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공공병원은 붕괴되고 있다"며 "이렇게 해놓고 또다른 감염병이 왔을 때 공공병원에 또다시 전담병원을 해달라고 할 수 있겠냐"고 따져물었다. 

보건의료노조가 2023년 6월 27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개최한 '공공의료 확충, 회복기 지원 확대, 감염병전담병원 보건의료노조 결의대회' 를 개최한 후 행진하는 모습
보건의료노조가 2023년 6월 27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개최한 '공공의료 확충, 회복기 지원 확대, 감염병전담병원 보건의료노조 결의대회' 를 개최한 후 행진하는 모습

설마했지만 우려가 현실이 됐다. 최근 들어 코로니19 재확산세가 거세지자 정부는 또다시 공공병원에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을 요구할 태세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환자 증가에 대비해 중증도에 따라 적시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대응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과거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운영되었던 공공병원 등을 중심으로 여유 병상을 확보해 코로나19 환자 입원을 위해 협조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안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공공병원 야간·주말 발열클리닉을 운영토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교육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 연석 청문회에서 “여름철에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추세가 반복됐기 때문에 9월까지는 계속 환자가 증가할 것”이라며 "코로나19 대응 사례를 경험 삼아서 공공병원 중심으로 여유 병상을 확보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감염병 유행기간에만 공공병원을 치켜세우고 엔데믹 이후에는 '토사구팽'하는 모습을 보였으면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공공병원을 앞세우는 염치없는 짓을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공공병원에 대한 지원은 외면하면서 감염병 유행 때처럼 급할 때만 손을 벌린다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최근 코로나19 유행에 대비해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병상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염치도 없다"며 "공공병원들은 지난 기간 정부의 요청에 따라 팬데믹 대응에 헌신하다 토사구팽 당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코로나19 환자진료를 전담하다가 환자도 의료진도 떠나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예산을 삭감해 고사시키고 있다"며 "코로나19는 위기 상황에 결국 정부가 믿고 의지할 병원은 단 5%밖에 안 되는 공공병원이라는 걸 계속해서 보여준다. 의료공공성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감염병 유행마다 병상대란은 반복될 것이므로 정부는 공공병원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설립과 지원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