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원 65.7%서 의사 부재로 37개과 휴진..."의료공백 심각"
최근 2년간 국립대병원 퇴사 간호사 4600명 넘어...59% 입사 2년 미만
"정부, 공공병원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 방치...대책 마련 시급"

[라포르시안]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이 의사와 간호사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방의료원은 의사를 구하지 못해 휴진하는 진료과가 속출하고 있으며, 국립대병원에서는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가 줄을 잇는다. 만성적인 의료인력 부족은 가뜩이나 취약한 공공의료 인프라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지역거점공공병원 역할을 하는 지방의료원 10곳 중 6곳은 의사가 없어 30여 개 이상 진료과 문을 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때 가장 적극적으로 방역 대응에 나서 환자를 돌보던 공공병원에서 의료진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마련한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가로막혀 인력증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력부족으로 업무부담이 커지면서 의사와 간호사 사퇴가 줄을 잇는다. 이는 업무부담을 가중해 공공병원의 의료인력 부족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이대로 두면 공공(公共)병원이 아니라 빈껍데기만 남는 공공(空空)병원이 될 판이다.

최근 전국 지자체 및 공공기관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한테 제출한 자료를 보면 9월 1일 기준으로 지방의료원 등 전국 공공의료기관 222곳 중 44곳(19.8%)이 의사를 확보하지 못해 67개 진료과를 휴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공의료기관 중에서 지방의료원 상황이 특히나 심각했다. 지방의료원 35곳 중 23곳(65.7%)에서 의료진을 구하지 못해 피부과, 소아청소년과, 외과 등 37개 과를 휴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 남원의료원에선 2005년 7월부터 의사 부재로 휴진을 시작한 진단검사의학과 진료공백이 올해까지 18년째 이어지고 있다. 의사 부재로 인한 진료과 휴진은 2017년 1곳에서 2018년 4곳, 2020년 12곳, 2022년 16개에 이어 올해 휴진을 선언한 27개까지 최근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공공의료기관 중 휴진한 진료과가 가장 많은 곳은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로 5개 과(마취통증의학과·신경과·소아청소년과·가정의학과·결핵과)에 달했다. 다음으로 ▲국립재활원(시각재활과·정신건강의학과·영상의학과) ▲강원도 삼척의료원(피부과·성형외과·호흡기내과) ▲전북 남원의료원(안과·진단검사의학과·이비인후과) ▲충남 서산의료원(정신건강의학과·성형외과·이비인후과) ▲서울특별시 서북병원(소청과·재활의학과·진단검사의학과) 등이 각각 3개 과 휴진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경찰병원과 국방부 소속 해군해양의료원, 공군항공우주의료원, 서울적십자병원, 통영적십자병원, 상주적십자병원, 근로복지공단 소속 태백병원 및 대전병원 등 12개 의료기관도 의사가 없어 휴진한 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춘숙 의원은 "의료공백 문제는 공공의료기관 모두에 해당하는 문제지만, 특히 지방의료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의료공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공공병원은 공보의가 진료를 보는 경우가 많아 이들이 소집해제되면 휴진 병원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의료전달체계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루빨리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입학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 부재로 휴진하는 진료과가 느는 문제와 함께 국립대병원에서는 의료현장을 떠나는 간호사가 빠르고 있어 가뜩이나 심각한 간호인력난이 악화되고 있다. 게다가 국립대병원의 간호사 인력증원 요청이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막히면서 간호인력 이탈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등 전국 15개 국립대병원한테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이들 국립대병원에서 퇴사한 간호사가 총 4,638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 입사 후 2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한 간호사는 2,736명으로 전체 퇴사자의 59.0%였다. 특히 입사 후 1년 안에 병원을 그만둔 간호사도 1,971명에 달했다. 

병원별로 2년 이내 퇴사한 비율을 보면 부산대병원 본원과 경북대병원 칠곡분원이 각각 74.2%로 가장 높았다. 경북대병원 본원도 2년도 채우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둔 간호사 비율이 70.8%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반면 제주대병원(14.3%), 서울대병원 본원(29.9%) 등은 상대적으로 입사 2년 이내 퇴사율이 낮았다. 

국립대병원에서 입사 후 짧은 기간에 간호사 퇴사율이 높은 이유로는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따른 업무부담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국립대병원에서 인력 부족을 이유로 매년 간호사 증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가 승인하는 규모는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2021년 국립대병원 15곳에서 간호사 총 1,905명 증원을 요청했으나 정부 승인 규모는 1,338명로 승인율 70.2%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15곳에서 간호사 총 3,488명 증원을 요청했지만 정부 승인 규모는 1,810명(52.4%)에 그쳤다. 올해는 299명 증원 요청에 정브 승인 규모는 118명(39.5%)에 불과했다. 

서동용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간호법을 거부하기만 했지 의료현장의 과도한 업무를 경감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다"며 "적정 간호인력 재설정과 처우개선 등 의료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및 보건의료노조 산하 13개 국립대병원 노동조합이 모여있는 '국립대병원 공동투쟁 연대체'는 지난달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지난 2년의 시간을 인력 증원 없이 버터왔지만 인내심의 한계에 봉착했다. 국립대병원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재부는 국립대병원의 인력요청에 답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립대병원의 인력증원 승인권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과도하게 인력 통제를 가해 공공의료 인프라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정부의 총액인건비제도로 인한 임금통제 때문에 민간병원과 임금 격차가 벌어지면서 숙련된 의료인력 이탈과 의료 질 저하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재범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국립대병원 공동투쟁 연대체 공동대표)은 “교육부는 인력증원 문제는 기재부의 권한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기재부는 노조와 면담조차 거부하면서 국립대병원의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면서 “국립대병원의 인건비는 국민의 세금이 아닌, 자체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재부는 책임지지 않는 권한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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