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공동투쟁 연대체, 대통령실 앞에서 인력 정원 확대 요구
"2여년간 의료인력 증원 막아...국민의 생명과 안전 외면하는 정부"

[라포르시안] 코로나19 유행 당시 가장 적극적으로 방역 대응에 나서고 환자를 돌보던 국립대병원이 의료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앞세워 국립대병원 정원동결을 추진하면서 간호인력 중심으로 인력부족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급기야 국립대병원 소속 노동자들이 2여년간 의료인력 증원없이 버텨온 국립대병원의 인력 부족과 이로 인해 악화된 노동 실태를 폭로하기에 나섰다. 매년 반복되어 온 기획재정부의 인력증원 불승인에 맞서 총파업 총력투쟁에 나설 것을 선포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및 보건의료노조 산하 13개 국립대병원 노동조합이 모여있는 '국립대병원 공동투쟁 연대체'(이하 연대체)는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연대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즉각적인 인력충원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폐기 ▲환자 안전 위협하는 불법의료 근절 등을 요구하며 기재부를 규탄하고, 주무부처인 교육부의 책임있는 역할도 주문했다.
연대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지난 2년의 시간을 인력 증원 없이 버터왔다. 이제 인내심의 한계에 봉착했다. 국립대병원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당장 기재부는 국립대병원의 인력요청에 답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립대병원의 인력증원 승인권을 쥐고 있는 기재부가 과도하게 인력 통제를 한다며 이는 공공의료 강화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는 처사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정부의 총액인건비제도로 인한 임금통제로 민간병원과의 임금 격차가 누적되고 있어 숙련된 의료인력의 이탈과 의료 질 저하도 초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대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재범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교육부는 인력증원 문제는 기재부의 권한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기재부는 노조와 면담조차 거부하면서 국립대병원의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를 방기하고 있다”면서 “국립대병원의 인건비는 국민의 세금이 아닌, 자체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재부는 책임지지 않는 권한만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부위원장은 "정부는 노동자들의 요구에는 묵묵부답이더니 국립대병원장들의 의사 임금 인상, 의사 인력 충원 등 요구에는 즉각 반응해 국립대병원을 기타 공공기관에서 제외하는 논의를 하고 있다”며 “교육부와 기재부가 지금 당장 인력 충원에 나서야 한다”면서 “그것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국립대병원 내 인력부족 실태를 전하는 증언도 나왔다.
홍소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 교섭단장은 “숙련된 간호사들이 부족한 인력으로 코로나19 시기를 버티고 버티다가 이제 줄줄이 사직하면서 환자 안전이 위협받게 됐는데 그 빈 자리를 온전히 신규 간호사가 채우는 위험한 상황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의 중환자실 간호사는 아직도 1인당 환자 수 3명을 돌보고 있고 신생아 중환자실은 최대 5명까지도 보고 있다”면서 “미국, 호주, 일본은 중환자실 간호사 대 환자 수를 1대 2로, 인공호흡기 착용 환자는 1대 1로 규정하고 있다. 인력이 충원되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간호사들을 잃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고은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 교섭위원은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국립대병원의 임금 인상률은 1.7%인데 소비자 물가는 5.1%가 상승했으니 물가를 반영하면 사실상 임금 삭감인 꼴”이라며 “민간병원에서는 받지 않는 중증, 난치, 희귀질환 환자를 국립대병원이 모두 받고 있지만, 갈수록 민간병원과의 임금 격차는 극명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늘어나는 환자들과 쌓여가는 업무량에 너무나도 지친다. 공공병원이라는 사명감 하나로 버텨왔지만,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다”면서 “안정적인 인력 확보와 환자 안전을 위해 임금 가이드라인은 반드시 폐지돼야 하며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공공의료수당 제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서정관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 수석부지부장은 “2022년 부산대병원 본원의 경우 병원이 요청한 인력은 153명인데 기재부가 승인한 인력은 불과 43명으로 승인 비율이 28.1%밖에 되지 않는다. 양산분원의 경우 병원에서 요청한 인력은 166명인데 기재부 승인 인력은 59명으로 35.5%만 충원이 됐다. 기재부의 일방적이고 기준이 없는 인력 승인으로 지금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는 원내의 문제를 넘어 환자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4천여명의 조합원이 전면 파업을 전개하면서 인력 충원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 공공기관 인력을 줄이라고 하는데, 우리 병원만 늘릴 수 없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면서 “국립대병원 인력을 노사 자율에 맡겼다면 이번 파업은 없을 수도 있었다. 이제라도 정부는 국립대병원에 대한 과도한 인력 통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