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벽지 등 취약지 제한적 허용..."대기업 수익 창출 수단으로 전락할 것" 우려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을 위해 의료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의료사각지대에만 한정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법에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을 못 박으면 향후 법이 허용하는 범위가 손쉽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복지부는 23일 원격의료와 관련한 보건의료 정책방향에 대한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복지부는 "원칙적으로 현행법상 허용되고 있는 의사-의료인 간 원격협진의 활성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해 의료접근성과 효과성 강화를 모색하고, 예외적으로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격오지 군부대 장병, 원양선박 선원, 교정시설 재소자, 도서·벽지 주민 등 대면진료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곤란한 경우에 국한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의료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위해 필요한 의료법 개정에 대해서는 국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진하고, 기술적·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지속적인 대면 진료를 근간으로 방문 진료의 활성화와 원격의료의 보조적 활용 등을 병행함으로써 의료전달체계 전체의 기능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료사각지대 해소가 아닌 일반 환자 대상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善한 원격의료'라는 착각>

복지부는 "정부는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원격의료의 활용은 '국민건강 증진'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말씀드린다"면서 "앞으로도 원격의료의 활용이 국민의 의료서비스 접근성 강화, 의료사각지대 해소와 편의 증진, 질환의 지속적 관리 등 의료의 본질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측면에서 검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2일 복지부에 따르면 당·정·청은 지난주 비공개회의를 열고 군인과 도서벽지 등을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실시하는 방향으로 의료법 개정을 합의했다"면서 "청와대 관계자도 원격의료 허용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최근 경제 상황과 일자리 대란 등으로 위기를 맞은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은 포기하고 원격의료 기반을 만들어주며 대기업에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원격의료 허용은 의료영리화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김 의원은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병원 비율이 5~6%에 불과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외국의 사례처럼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취약지 대상의 원격의료 활성화가 아니라 민간병원 중심의 원격의료가 활성화되리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라며 "대기업이 호시탐탐 의료영리화를 노리는 상황에서 원격의료가 기업의 수익 창출 수단으로 전락해 결국 의료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정책 집행 과정에서 의료전달체계 왜곡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높다"면서 "아무리 제한적이라 할지라도 한 번 틈이 생기면 이 틈으로 대기업은 결국 의료영리화를 가속화해 의료취약지 주민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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