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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주민들에겐 원격의료가 아니라 응급의료가 절실하다정부, 도서지역 의료접근성 향상 위해 의사-환자 원격의료 허용 추진
섬 주민들 "원격의료가 아니라 공공의료 확충과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선 시급"

[라포르시안] 정부가 도서지역 등 의료취약지 주민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박근혜 정부 때처럼 의료영리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원칙적으로 현행법상 허용되고 있는 의사-의료인 간 원격협진의 활성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해 의료접근성·효과성 강화를 모색하고, 예외적으로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격오지 군부대 장병, 원양선박 선원, 교정시설 재소자 및 도서·벽지 주민 등 대면진료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곤란한 경우에 국한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제한적인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은 박정혜 정부에서 관련 정책을 추진하면서 제시했던 주장과 거의 동일하다.

박근혜 정부 때도 복지부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도서벽지 주민, 군 장병, 원양선박 선원 등 취약계층의 의료복지를 실현하고 공공의료를 보완하기 위해 원격의료 확대를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에는 허용 대상에서 노인과 장애인을 제외하고 보다 제한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지난 2010년 추산한 원격진료 대상자를 보면 도서벽지 등 의료취약지 거주자 86만명, 의료기관 이용 제한자 63만명, 거동 불편자 93만8,000명, 관찰치료가 필요한자 203만명 등으로 총 446만명에 달했다.

이 추산대로라면 격오지 군부대 장병, 원양선박 선원, 교정시설 재소자 및 도서·벽지 주민 등의 원격의료 적용 대상자는 약 150만명에 달한다.

제한적인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대상에서 가장 핵심은 바로 80만명이 넘는 도서벽지 주민의 의료접근성 향상이다.

국토교통부가 발간한 '2016년 지적통계연보'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으로 지적공부에 등록된 섬은 모두 3677개에 달하며, 이 중 유인섬이 486개로 집계됐다.

유인섬에 설치된 병의원 전국 의료기관의 1% 정도 불과  

전국의 유인섬에 설치된 의료기관은 얼마나 될까.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2015년 말 펴 낸 '도서 미래발전을 위한 효율적 관리방안'이란 보고서를 보면 2010년 기준으로 전국 도서지역에 설치된 병의원 수는 493개에 불과했다. 보건소는 17개. 보건지소 99개, 보건진료소 177개였다. 전국의 인구 1,000명당 병·의원 개수가 0.92개인 반면 도서는 0.59개로 64.4%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전국 도서지역의 최근 의료인프라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정책자료를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그만큼 정부 차원에서 도서지역 보건의료 인프라 확충에 대한 정책 추진이 드물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도서지역 거주자의 의료접근성이 크게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을 통해 도서벽지 주민의 의료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정작 도서벽지 등 의료취약지 주민들에게 절실한 건 원격의료가 아니다. 바로 응급의료 서비스와 응급환자 이송체계다.

지난 2015년 3월 전남 신안군 속한 가거도 인근 해상에서 급성 충수염(맹장염)으로 긴급 이송이 필요한 소아환자를 후소항기 위해 출동한 해양경비안전본부 헬기가 바다로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가거도에는 공중보건의사가 근무하는 보건지소가 설치돼 있지만 응급수술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발생할 경우 육지의 큰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할 수밖에 없다. <관련 기사: 만재도보다 먼 가거도…그 섬에 필요한건 원격의료 아닌 공공의료>

이런 곳에 의사-환자간 원격의료가 도입된다면 상황이 나아질까.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섬지역에서 공보의로 근무했던 한 의사는 "어차피 대면진료를 하고 검사를 해야 정확한 환자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며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원격의료를 통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환자의 증상이 조금만 다르거나 하면 결국 육지의 병원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ytn 관련 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가거도 헬기 추락 사고 이후 전남도가 섬 지역 응급의료 체계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역민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했을 때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가 아니었다. 섬지역에도 공공보건기관을 확충하고, 응급환자 발생시 신속하고 안전한 이송을 위한 응급의료 이송체계 개선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전남도가 작성한 '섬 지역 응급의료 체계 개선방안 온라인 정책토론 결과' 보고서를 보면 도민들은 ▲섬 지역 특수성과 차별성을 감안해 의료자원의 배분을 법률로 명시한 '도서보건의료지원법' 제정 ▲섬 지역 공공보건기관의 인력, 시설·장비 등 확충 및 지원 ▲섬 응급환자의 신속하고 안전한 이송을 위한 응급의료 이송체계 개선 ▲섬 지역 병원·보건기관과 도시지역 대형 병원간 원격협진 시스템 구축 등이었다.

한 도민은 "섬지역의 경우 응급환자가 발생이 되면 배편을 이용하던지 응급헬기 나 소방헬기, 해경헬기 등을 이용해 육지로 나올 수 있지만 야간일 경우 헬기가 오더라도 앉을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하고, 더 시급한건 등화시설이 안 돼 있어서 어디가 헬기가 않는 곳인지, 또 안전하게 내릴 수 있는 곳인지 구분하기 쉽지가 않다. 헬기 착륙장이나 인계점에 등화시설을 설치해 야간에도 안전하게 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또다른 도민은 "육지까지 가서 큰 병원을 이용하고 싶지만 나갈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가까운 보건소나 보건진료소에 가게 되는데 24시간 진료가 어렵다. 섬 지역에 있는 보건소나 보건진료소만이라도 24시간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사나 간호사 등의 전문 의료인력을 추가적으로 많이 배치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도시에 비해 섬지역에 주민하는 주민은 의료이용 접근성 등에 있어서 차별을 받고 있지만 정부가 공공의료 확충 등을 통해 적극 개선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도민은 "도서지역의 응급의료취약성이 오래 전부터 거론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어보여 씁쓸하다. 간단한 검사나 수술은 현지에서 이뤄질수 있도록 도서지역에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도서지역의 의료인프라 확충을 위한 관련 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응급환자 발생시 대형병원이 없어 시설, 장비, 인력도 없는 보건지소에서 환자를 볼 수 밖에 없다. 보건지소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한정 돼 있으므로 섬지역 의료를 위한 지원법을 제정해 섬지역도 좋은 의료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한 도민의견도 있었다.

원격의료에 관한 요구도 있었다. 그러나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가 아니라 의사-의료인 간, 보건기관과 도시지역의 병원 간 원격의료에 대한 요구가 컸다. 

한 도민은 "의료인력이 부족한 섬 지역은 대부분의 의료기관에 전문의가 없어 전문적인 치료가 어려워 육지로 나와 치료를 받아야하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도시병원 전문의 진료가 가능한 원격진료 시스템이 섬 지역의 병원과 보건지소 등에 설치되고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만 허용? 의약품 원격조제·배송은?

게다가 도서지역의 경우 인구고령화가 상당히 심각한 편이다. 젊은층은 빠져나가고 노인층만 남은 도서지역도 적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노인환자가 원격화상을 통해 의료인과 진료상담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관련 기사: 요양시설 입소 노인·장애인·섬주민이 정말로 원격의료 수혜자들일까?>

원격화상진료 시스템을 시범운영한 섬지역 보건진료소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노인들이 원격화상진료 시스템을 혼자서 이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라며 “주민 대부분 노인이다보니 원격화상을 통해 병원 의료진에게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고 의료인 역시 대면진료와 달리 환자를 제대로 살필 수 없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노인환자의 원격의료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원격의료를 이용하기 전 기본적인 생체신호를 측정하고, 원격화상 상담을 받기까지 최소한 20~30분이 걸린다고 한다. 게다가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원격의료 허용 방안에는 의약품 원격조제와 배송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약을 처방 받으려면 육지로 나와야 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가 허용되더라도 도서지역 주민의 의료접근성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다.

정말로 도서지역 주민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고, 도시지역과의 의료형평성 격차를 줄이려면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의료진이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려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 

"극심한 통증을 참아가며 육지로 나가는 배편을 기다리고, 해무가 가득한 상황에서 응급헬기를 기다리는 심정은 섬 사람들만 이해하고 느끼는 차별이라 생각이 든다"며 "모든 섬에 의료기관이 들어설 수 없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다. 응급 상황에서 지체없이 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지길 바란다"는 섬지역 주민의 호소를 새겨들어야 한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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