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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디테일에 있다"...'善한 원격의료'라는 착각[뉴스&뷰] 문 대통령 "의료취약지 환자 위한 원격의료는 선한 기능" 규제완화 필요성 언급..."원격의료는 공공의료 확충 수단" 朴정부 주장과 같아
기업 수익창출 등 의료영리화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 높아

[라포르시안] "원격 의료 도입은 도서벽지 같은 의료 취약지에 거주하는 분들과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과 장애인들이 처한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해 주려는 것이다. "

"도서벽지에 있는 의료혜택이 닿기 어려운 환자를 원격의료로 (진료)하는 것은 선한 기능이다. 지나치게 의료민영화로 가지 않고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정도 하에서 원격진료도 가능한 것이다."

위의 두 발언 중 전자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3월 8일 서비스산업 관계자 간담회에서 박 전 대통령이 한 모두발언 중 일부이다.

후자는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혁신 필요성을 언급하며 한 발언이라고 한다.

원격의료, 좀 더 명확하게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가 도서벽지 등 취약지 거주자의 의료이용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선한 기능'이라고 표현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집요하게 추진되던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활성화 정책 추진이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하고 있다. <관련 기사: 창조경제의 상징 ‘원격의료’…박근혜, 얼마나 자주 언급했나 확인해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공약을 통해 재벌에게 특혜를 주고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의료영리화 정책을 저지하겠다고 강조하며 원격의료는 의료인-의료인 사이의 진료 효율화를 위한 수단으로 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야당 시절에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법개정에 반대해 왔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원격의료 활성화 정책 추진이 동력을 잃고 폐기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 않았다. 이 정부에서도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활성화 정책 추진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박근혜 정부 때처럼 경제계 단체가 원격의료 허용 등의 규제완화를 건의하자 기획재정부가 이를 검토하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 필요성을 설파하는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6월 기재부에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등의 '혁신성장 규제 개혁 과제'를 건의했다. <관련 기사: '최순실 게이트' 이후 잠잠하더니...다시 의료영리화 요구하는 경제계>

이후 기재부를 중심으로 한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원격의료를 핵심 규제혁신 리스트에 포함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필요성을 언급하고 모양새가 박근혜 정부 때 익히 보아온 모습이다

원격의료를 의료인-의료인 사이의 진료 효율화 수단으로 한정하겠다고 공약까지 했던 문 대통령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필요성을 언급하며 왜 말을 바꿨는지 모르겠다.

문 대통령은 의료취약지 주민을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가 필요하며, 이런 선한 기능을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활용하면 된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정말로 의료취약지 주민의 의료이용 접근성 향상을 위해 필요한 게 원격의료일까.

앞서부터 농어촌과 섬지역 등 의료취약지 주민들의 의료접근성 향상을 위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관련 기사: 뻔한 거짓말 뻔뻔한 홍보…장애인·노인을 위한 원격의료는 없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고혈압·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 중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혈압과 혈당 등을 자가 측정해 주기적으로 의료기관에 전송하고, 의사가 이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면서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 상담을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는 무용지물이다. 오히려 수술이 필요한 응급환자가 생겼을 때 육지의 큰 병원으로 신속하게 옮길 수 있는 환자이송 체계가 더 절실하다.

섬 지역에서 공보의로 근무했던 한 의사는 "섬지역 보건소나 보건지소에 공보의가 근무하고 있지만 수술이 필요한 위급한 환자가 생겼을 때 육지의 큰 병원으로 신속하게 옮길 수 있는 환자이송 체계가 정말로 중요하다"며 "성인은 물론 영유아 응급환자 발생시 해경의 협조도 구하고 응급헬기가 뜨기는 하지만 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헬기는 기상 조건에 따라 출동에 많은 제한을 받는다. 지금 도서지역에 정말로 필요한 건 원격의료 시스템이 아니라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벽지 지역에 거주하는 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를 위해서라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가 아니라 전화상담만으로도 충분하다.

게다가 현행 의료법 내에서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도서벽지 지역에서는 보건지소와 의료기관 간 원격의료를 통해 충분히 의료이용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굳이 도서·벽지 주민의 의료이용 접근성 향상을 위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지속하는 건 다른 의도가 있음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의심해 봐야 할 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가 정말로 '선한 기능'의 목적으로만 활용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2016년 8월 4일 오후 요양시설 원격의료 시범사업 기관인 충남 서산시 서산효담요양원을 방문, 요양 어르신에 대한 원격의료 시연을 참관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에서도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가 의료취약지나 사회적 취약층의 의료접근성을 향상할 수 있는 일종의 공공의료 인프라로써 '선한 기능'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듯하다.

하지만 공공의료 인프라가 취약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은 상황에서 신의료기술이나 원격의료 서비스가 과연 노인나 장애인, 도서벽지 주민 등 사회적 취약층의 의료접근성 향상에 기여할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노인·장애인, 도서·벽지 주민의 상당수는 정보화 소외계층으로 PC와 스마트폰 기반의 원격의료 서비스에 이용에 있어서 경제적-기술적 접근성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명확하다.

특히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병원 비율이 5~6% 불과하기 때문에 결국 민간병원 중심의 원격의료 활성화가 추진될 수밖에 없다. 외국의 사례처럼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취약지 대상의 원격의료 활성화가 아니라 민간병원 중심의 원격의료를 활성화할 경우 의료영리화를 심화시킬 게 자명하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가 허용되고 그 이후에 지속적으로 관련 규제완화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기업의 수익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다.

더욱이 경제계 단체의 잇따른 규제 완화 요구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의 투자·경영 활동에 대한 규제혁신 정책 추진이 요란한 가운데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활성화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이미 삼성을 비롯한 여러 대기업이 박근혜 정부 때부터 원격의료 기반의 새로운 헬스케어 사업 추진을 적극 모색해 왔다. <관련 기사: '원격의료 확대’ 삼성은 이미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

이미지 출처: 제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중에서

이런 상황에서 과연 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원격의료의 선한 기능만이 구현될 수 있을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어떤 방식으로 구현하느냐에 따라 의료전달체계 왜곡을 심화하고, 의료영리화를 가속화해 의료취약지 주민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층의 의료접근성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도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나치게 의료민영화로 가지 않고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정도 하에서 원격진료도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도 원격의료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격의료가 의료취약지 주민을 위한 공공의료의 기능을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책 추진을 밀어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야당이나 시민단체, 의료계가 반대한 것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이 구현되는 과정에서 의료영리화를 위한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을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원격의료를 의료인-의료인 사이의 진료 효율화를 위한 수단으로 한정하겠다'고 공약한 것도 '디테일 속에 숨겨져 있을 악마'를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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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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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DGFG123 2018-08-20 09:17:07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게 당연해도 원칙이 바뀌어선 안되는 법. 지금 문 정부의 정책은 의료공공성 강화하는 기본 원칙을 흔들고 있다   삭제

    • 변화는필수 2018-08-17 23:07:21

      모든 것은 세월이 흐르면서 바뀌는 것이 세상 이치.
      세상의 변화가 두려운 자들은 결국 도태되는 법.
      무릇 국민을 책임지는 국가는 말해서 뭐할까?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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