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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원죄'...참여정부서 문재인 정부로 의료영리화 정책 계승?[뉴스&뷰] 노무현 정부서 영리병원 허용·민간의보 활성화 등 영리화 모색..."의료산업화 추진한 원조 정치세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19일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의료기기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라포르시안]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진 게 없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지만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여전히 지난 정부 때 논란이 됐던 각종 의료영리화 정책이 그대로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비롯해 외국 영리병원 허용, 보건의료산업 분야의 각종 규제 완화 정책이 추진이 시나브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사안에 따라 박근혜 정부 때보다 훨씬 더 영악하게 밀어붙이고 있어 시민사회와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우선 원격의료 활성화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잠잠하더니 최근 들어 다시 재연되고 있다. 심지어 정책 추진의 패턴도 박근혜 정부 때와 판박이다. <관련 기사: 대통령 공약 폐기하고 의사-환자 원격의료 허용 추진하나>

지난 6월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기획재정부에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등의 '혁신성장 규제 개혁 과제'를 건의한 것을 신호탄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원격의료 허용 필요성을 언급하고, 청와대에서 의료취약지 주민을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관련 기사: 영리병원 허용하고 원격의료 규제 풀면 일자리 늘어난다?…뻔한 거짓말>

문재인 대통령이 원격의료를 의료인-의료인 사이의 진료 효율화 수단으로 한정하겠다고 공약까지 제시했지만 돌연 입장을 바꾼 모양새다. 최근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경제지를 중심으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해 새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미지 출처: 제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중에서

제주도에 중국 자본으로 건립된 국내 첫 외국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제주도는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도입되는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놓고 벌써 수년째 도내 시민단체와 지역민 사이에서 찬반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의료영리화를 모색한 박근혜 정부에서 의료공공성을 중요시 하는 문재인 정부로 바뀌면서 녹지국제병원 개설 논란이 종료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제주도와 보건복지부가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둘러싼 논란을 놓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는 신고리 원전 5·6호기처럼 공론조사 방식을 통해 녹지국제병원의 최종 허가 여부 여부를 결정짓겠다며 도민공론조사를 진행 중이다. <관련 기사: 제주 영리병원 공론조사, 어떤 결론 낼까?>

박근혜 정부에서 새 일자리 창출과 의료관광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추진한 녹지국제병원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의 진료과를 둔 47병상 규모의 작은 병원으로, 여기에서 근무하는 의료진과 직원도 130여명에 불과하다. 이 정도 규모의 병원으로 새 일자리 창출과 의료관광산업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 높다.

게다가 녹지국제병원이 문을 열 경우 국내 병원과의 차별화 논란이 일 게 뻔하고, 이를 계기로 영리병원 허용 주장을 촉발한 게 뻔하지만 정부는 제주도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수수방관하는 모양새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된 보건의료 분야의 규제완화 정책도 '규제혁신'으로 간판을 바꾼 채 변함없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의료기기 분야의 규제혁신 방안은 '4차 산업혁명'과 '규제혁신'으로 아젠다를 바뀌었을 뿐 박근혜 정부 때 '창조경제'와 '규제완화'라는 명분으로 추진된 각종 규제완화 정책을 짜깁기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관련 기사: 文 정부 '의료기기 규제혁신' 대책, 박근혜 정부 규제완화 짜깁기했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의 핵심은 개발 이후 시장 진입까지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게끔 신의료기술평가나 보험등재 심사 등의 시간을 단축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내용을 뜯어보면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1월 열린 제4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발표된 '바이오헬스산업 규제개혁 및 활성화 방안'과 닮은꼴이다.

시민단체와 노동계, 진보적인 보건의료 관련 단체가 참여하는 '의료민 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최근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부의 추진 전략은 박근혜 정부가 내놓았던 의료민영화를 위한 투자활성화 방안과 동일하다"며 "박근혜 정권 심판을 통해 탄생한 새 정부가 14개월 만에 부정· 부패 정권의 적폐정책을 재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에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강력히 성토했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법 등 의료영리화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는 각종 법개정 논의는 되레 탄력이 붙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개 교섭단체가 참여한 '민생경제법안 태스크포스(TF)'는 지난 7일 3차 회의를 열고 규제혁신 5법과 규제프리존법 등 규제개혁 관련 법안을 해당 상임위에서 병합심사키로 합의를 봤다.

서비스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은 박근혜 정부에서 새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밀어붙인 법안으로, 의료법 등에 우선해 보건의료산업 육성을 위한 특례규정 등을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민사회와 의료계는 서비스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이 원격의료, 건강관리서비스 등 각종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도구라며 지속적으로 입법을 반대해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이던 박근혜 정부 때는 두 법안이 "재벌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청와대와 경제부처에서 규제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나서자 법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변화가 감지되는 분위기다.

의료영리화 정책 추진 원조는 참여정부

왜 이런 걸까.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전 정부의 몰락 과정을 직접 지켜봤고,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내세운 각종 규제완화 정책이 실상은 재벌 대기업의 민원 해결용이었다는 의구심을 강하게 받고 있다는 것을 모를리 없을 텐데 말이다.

사실 지금의 의료영리화 정책 논란의 배경을 따져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원조나 마찬가지다. 

이미지 출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활동백서 중에서

노무현 정부 때 의료산업 육성은 핵심 국정과제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2월 취임 2주년 국정연설에서 "의료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여 돈이 들어오게 하고 일자리도 창출토록 하며, 공공의료 서비스 수준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2005년 10월에는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한 총리직속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조직해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당시 의료산업선진화위에서 영리의료법인 허용,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을 정책과제로 검토했고, 의약품과 의료기기 분야의 규제완화 정책도 수립했다.

참여정부 때 국무조정실 의료산업발전기획단이 작성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활동백서를 보면  의료서비스 산업 분야의 발전목표로 의료기관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환자 적극적 유치 ▲영리법인 의료기관 허용 문제 검토 등을, 선진 의료서비스 구현을 위해 ▲의료관련 기술혁신 활성화 ▲공보험의 경쟁력 강화 및 민간의료보험과 합리적 역할 설정 등으로 정했다. 원격의료서비스 개발· 활성화도 주요 의제로 포함했다.

의료산업선진화위 산하 의료제도개선소위원회에서는  의료법인제도 개선방안(영리의료법인 도입허용), 의료기관 수익사업 확대, 회계 투명성 강화, 의료기관 채권제도 등을 정책과제로 논의했다.

이미지 출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활동백서 중에서

지금처럼 민간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활성화는 참여정부 때인 2005년 8월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상품의 출시가 가능해진 것이 계기가 됐다.

이명박 정부 이후 수립된 각종 규제완화 정책과 의료산업화 정책 중 상당수가 참여정부 때 의료산업선진화위에서 마련한 정책을 참고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의료영리화 정책 추진의 원조가 참여정부라며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민주당이 참여정부 시절 지금보다 더한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했으면서 뒤늦게 말바꾸기를 한다는 비난을 제기했다.  <관련 기사: 與 “참여정부도 의료영리화 추진”…김용익 “누가 했건 나쁜 정책”>

2014년 1월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2006년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 직속 의료산업선진화 위원회가 작성한 의료산업선진화 전략 보고서가 있다"며 "2006년 7월 11일자로 작성된 이 자료에는 '의료법인의 사업다각화를 위한 수익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과 'IT를 활용한 보건의료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원격진료 시범 실시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참여정부 보고서 내용은 의료분야를 아예 영리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 되어 있는 것"이라고 주장해 야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 보건의료 전문가는 "지금의 집권당인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 때 의료산업화 논리를 입안환 정치세력"이라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각종 의료영리화 정책 중 상당수가 당시 참여정부 때 만든 의료산업 육성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은 고려하면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것과 비슷한 규제완화 정책을 밀어붙이는 게 크게 이상하진 않다"고 꼬집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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