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조합원 상대로 갑질·인권유린·노동권 침해 등 실태조사...병원측 "노조서 근거없는 흠집내기"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1월 16일 오전 10시 30분 청와대 앞, 11시 30분 국가인권위 앞에서 병원내 갑질문화, 인권유린, 노동권, 생활권 침해 근절 촉구 기자회견을 잇다라 열었다. 사진 제공: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1월 16일 오전 10시 30분 청와대 앞, 11시 30분 국가인권위 앞에서 병원내 갑질문화, 인권유린, 노동권, 생활권 침해 근절 촉구 기자회견을 잇다라 열었다. 사진 제공: 보건의료노조

[라포르시안] 을지재단 소속 을지대병원(대전)과 을지대학교 을지병원(서울) 노동조합의 파업 사태가 내일(18일)이면 40일째에 접어든다. 그러나 파업 이후 노사간 자율교섭이 지지부진하면서 파업사태의 해결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림대의료원 산하 5개 성심병원 못지 않게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에서도 직원을 상대로 인권유린에 가까운 갑질과 부당노동행위가 성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관련 기사: 수없이 많은 대한민국의 '성심병원'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6일 오전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의 '10대 갑질문화 근절'을 촉구했다.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지난달 21일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 조합원 570여명을 대상으로 노동법 위반, 의료법 위반, 부정행위 사례를 조사한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병원내 인권유린과 갑질문화 실태를 조사했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 병원에서 각종 갑질문화와 직원 인권유린, 모성보호 위반, 노동권 위반, 생활권 침해, 의료법 위반, 장기파업 유도행위 등의 사례가 드러났다.

병원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직원 개인에게 부담시킨 행위는 심각했다.

보건의료노조와 양 병원 노조에 따르면 ▲근무복을 2년에 1번만 지급해 부족한 경우 개인이 직접 구입해 사용 ▲간호화를 제공하지 않아 개인이 구매하는 사례 ▲체온계가 고장나면 간호사가 개인 사비로 구입하거나 병동 회비로 구입 ▲병동별 간호사 회비로 병동 환경미화 실시 ▲정수기 렌탈료를 병동회비로 납부 ▲수술용 가위와 드레싱 용품 등 의료용품을 개인 사비로 구입 ▲ 휠체어를 개인이 구입 ▲주사바늘찔림 사고를 당한 환자와 직원에 대한 감염검사를 병원이 부담하지 않고 개인에게 부담시킨 사례 등이 실태조사에서 확인됐다.

직원 본인의 의사를 무시한 채 고유업무와 무관한 각종 잡무를 시킨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태조사에서는 ▲본인 휴가 사용해 평창올림픽 사전대회 참가 강제 ▲근무연차 순으로 국회의원 정치 기부금 10만원 강제 납부,
▲병원바자회 물건과 식권 강매 ▲연말 송년회에 강제 참가 및 장기자랑에 참가하게 한 사례에 관한 증언이 나왔다.

노조는 "성심병원 못지 않게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에도 병원바자회 물건과 식권 강매, 연말 송년회 강제 참가 및 장기자랑 참가, 장례식날 직원 동원, 의료사고시 남자직원 동원, 과 회식 때 막내부터 순서대로 교수에게 술따르게 하기 등의 갑질문화가 있다"며 "직원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자긍심을 짓밟고, 자기결정권을 박탈하는 갑질문화를 뿌리뽑기 위해 투쟁한다"고 선언했다.

병원은 여성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여성사업장이지만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은 모성보호 사각지대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생리휴가 청구 불허, 출산휴가 불허로 개인휴가 사용, 임산부 근로시간 단축 신청 불허, 태아검진시간 불인정, 육아휴직 후 타 부서로 강제 배치전환, 임산부에게 시간외근로 및 주말근무·당직근무 강요, 임신순번제와 출산휴가 순번제 등 여성을 위한 모성보호제도를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비정상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투쟁한다"고 했다.

실태조사에서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하는 행위도 상당수 파악됐다.

노조에 따르면 근로계약서 미작성, 장시간근무 강제하면서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휴게시간 미부여, 장부 허위 기재, 연차 강제 사용, 연차휴가수당 미지급, 조기출근 강요 등에 관한 직원들의 증언이 나왔다.

노조는 "조기출근을 강제하면서 늦으면 지각비를 걷거나 업무 도중 이동식 밥차에 부딪쳐 코뼈 골절 수술을 받았으나 산재처리를 거부한 사례, 출근 도중에 갑자기 휴일을 부여해 출근을 취소시키거나 근무도중에 강제로 퇴근시킨 사례, 인증평가 받기 위해 근무가 아닌 날에 출근시켜 병동청소와 환경미화를 강요한 사례 등 노동기본권을 침해하고, 노동인권과 생활권을 침해하는 비정상적인 갑질행위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병원내 비정상적인 갑질문화를 정상화 하기 위한 투쟁을 예고했다.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 노조는 "성실교섭으로 일관하면서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내몰며 장기파업을 유도하는 행위는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노동존중사회 만들기에 역행하는 비정상 중의 비정상"이라며 "우리는 조속한 파업 해결과 함께 병원내 비정상의 정상화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차봉은 을지병원 지부장은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병원의 부당노동행위나 갑질문화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실태 파악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병원의 불법적인 갑질문화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6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 정부를 향해 ▲병원내 10대 갑질문화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전면 조사와 특별 근로감독 실시,  ▲보건의료인력 전담기구 설치와 보건의료인력법 제정 ▲병원을 여성인권의 모범사업장으로 만들기 위한 종합정책 마련 ▲을지재단의 갑질횡포 근절과 특별근로감독 실시 등을 요구했다.

병원측 "노조 요구 관철하려고 막가파식 흠집내기"
간호사 병동회비로 의료물품 구입 사례는 인정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 측은 노조의 주장이 근거없는 병원 흠집내기라고 반박했다.

양 병원은 지난 16일 해명자료를 내고 "국회의원 정치기부금을 강제 납부토록 한 사실이 없으며, 노조가 사실과 아닌 것을 유포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향후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노조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양 병원은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보장된 만큼 병원에서 강제할 방법이 없다”면서 “현재 을지병원 22명, 을지대학교병원 28명이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개인 휴가를 사용하여 평창올림픽 사전대회에 참가하도록 강제했다는 노조의 주장과 달리 일부 직원이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 교육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의 교육비(30만원)를 받고 자발적 의사에 따라 참가한 것으로, 강제적으로 참가토록 한 사실은 없다”면서 “노조는 병원과 아무런 상관없는 사항까지 을지병원의 갑질문화인 양 둔갑시킨 것으로, 이번 폭로가 얼마나 무책임하게 진행된 것인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휠체어를 개인 구입한 사례 ▲병원바자회 물건과 식권을 강매한 사례  ▲임신순번제와 출산휴가 순번제 사례 등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병원 측은 "장례식 날 직원 동원, 의료사고 시 남자직원 동원 등은  파악하기조차 힘든 극히 일부이거나 일회성 사례를 마치 병원에서 지시한 것처럼 일반화해 ‘갑질문화’라고 왜곡했다"며 "이는 최근 여론에 편승하여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고 보자는 막가파식 병원 흠집내기"라고 지적했다.

다만 노조가 주장한 내용 중 물품구입 등에서 병원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직원 개인에게 부담시킨 일부 행위가 자체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을지병원은 "병동의 자체 회계장부를 받아 조사한 결과 3년 사이 100여만 원 상당의 의료물품을 부서공동비용으로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물품을 신청해 공급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망실 등으로 인해 재신청할 경우 소명절차로 공급이 늦어지거나 또는 소명절차 등이 귀찮다는 이유로 일부 간호사가 부서공동비용으로 물품을 자체 구입하는 사례들이 발견되었다”고 말했다.

을지병원은 “앞으로 절차 간소화 등 시스템을 보완, 개선해 이 같은 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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