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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와 갑질, 성심병원·을지대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현장 노동자들 "대한민국 모든 병원서 공통되는 문제" 증언...'좋은 일자리' 만들기 제도개선 시급

[라포르시안] 국회 차원에서 병원내 인권유린과 각종 갑질문화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책을 찾기 위한 논의에 착수한다.

이 문제가 일부 병원에 국한하지 않고 병원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환자 안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오늘(21일) 오전 10시부터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병원내 ‘갑(甲)질’문화 현장증언 및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긴급대책회의에는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강병원 의원(환경노동위원회), 남인순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유은혜 의원(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학영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이수진 노동위원회 위원장,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심병원과 을지대병원에서 각각 1명의 내부 증언자가 참석해 현장에서 벌어지는 갑질 행태를 증언한다.

보건의료노조는 "최근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병원 내 각종 갑질문화와 관련, 국회 차원의 대응과 논의가 필요한 만큼, 해당 현장 사례에 대한 증언을 청취하고 이와 관련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보건의료노조와 서형수 민주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 공동 주최로 병원내 갑질문화를 근절하고 보건의료 분야에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 시작에 앞서 춘천성심병원과 장기파업 중인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노동조합 관계자가 직접 참석해 병원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유린과 부당노동행위를 증언했다.

토론회에서 김광근 춘천성심병원 노조 지부장은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갑질 실태를 증언했다.

김 지부장에 따르면 춘천성심병원에서는 만성적인 간호인력 부족 상태에서 간호사들에게 정당한 대가 지급도 없이 관행적으로 부당노동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김 지부장은 "병원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인력만 배치하므로 간호사 한 명이, 예를 들어 한 병동의 경우 환자 54명을 데이에는 6명, 이브닝에는 4명, 나이트에는 3명의 간호사가 환자를 돌본다"며 "보조인력이 1명 있지만(오전 8시~오후 5시) 다른 일로 부재 중일때는 간호사가 침대를 끌고 환자이송, 검체접수, 환의교환, 침상정리등을 하다보니 환자를 직접 가서 돌보는 '직접간호' 시간이 현저히 줄어 들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한테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간호인력이 부족해 나이트 근무가 4~5일 연속으로 배치되기도 하고, 간호부 외 2교대 근무자들도 3일간 나이트 근무를 하거나 단 하루 쉬고 다시 3일간 나이트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 하루 쉬는 날 다른 간호사가 휴가를 가면 7일 연속 나이트 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증언했다.

모성보호도 상당히 취약했다.

김 지부장은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임산부에게 야간-휴일근로를 강요하고, 임산부 근로시간 단축까지 불허하는 사례가 성심재단 산하 병원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연차유급휴가 마저 내가 원하는 시기에 쓸 수 없고, 근무표에서 나오는대로 쉬어야 한다. 병원은 연차유급휴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연차유급휴가를 다 소진하라고 하지만 연차유급휴가를 다 사용했다가는 업무운영이 안 돼 쉬지 못하지만 미사용 연차유급휴가 수당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경력직 간호사들이 잇따라 병원을 떠나고 있지만 신규 간호사로 인력공백이 메워지면서 근무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김 지부장은 "열악한 근무환경, 고된 노동강도, 낮은 임금으로 인해 그나마 버티던 경력간호사들 마저 떠나게 한다"며 "인력부족으로 교육 후 다시 근무를 위해 출근을 한다던지 병원에서 추진하는 각종발표(화상회의, 신성장동력,QI 등), 교육, 행사(체육대회, 의료기관인증평가)로 근무자뿐 아니라 오프, 휴가자들까지 두세달전부터 동원돼 준비를 하지만 시간외 수당은 전혀없고 쉬는 시간마저 부당하게 빼앗겨 노동의 강도는 거의 노예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병원을 그만두는 간호사가 잇따르는 악순환 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환자다.

업무 숙력도가 낮은 신규 간호사로 인한 환자안전 우려와 함께 인력부족으로 입·퇴원시 환자에게 제공해야 할 병동생활이나 질환 관리 교육도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김 지부장은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환자들은 입원부터 퇴원의 과정을 거치면서 간호사로부터 본인의 질병에 교육(인슐린주사, 뇌졸증환자 낙상주의, 심장질환자 흉통시 처치 등)이나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지만 간호인력이 부족해 이런 환자 기본교육이나 정보 설명이 소홀해지거나 누락돼 (질병 악화로 인한)재입원 등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10일부터 40일 넘는 장기파업이 벌어지고 있는 을지재단 소속 을지대병원과 을지대학교 을지병원에서도 각종 갑질과 부당노동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을지병원 소속 K간호사는 현장실태 증언을 통해 인력부족으로 간호사가 근무 중 식사시간은 물론 화장실조차 갈 수 없을 만큼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받고 있으며, 몸이 아파도 병가를 쓰기 힘든 정도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K 간호사는 "3년차 어느 간호사는 체온이 39도에 임박하는 고열로 급성 임파선염을 진단받고 입원을 권유받았으나 이미 병가를 들어간 간호사가 있고 다들 바쁜 상황에서 병가를 받을 수 없어 말도 꺼내지 못한 채 근무를 계속했다"며 "뒷꿈치 골절로 거동이 불편하던 한 간호사는 실제 근무에 지장이 있었으나 인력부족으로 인해 주임간호사 선에서 병동에서 병가를 허용하지 않고 근무를 계속하게 했다"고 증언했다.

열악한 근무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사직하는 간호사가 잇따르자 인력공백을 메우려고 신규 간호사를 제대로 교육시키지도 않고 업무에 투입하는 일이 다반사라는 증언도 했다.

K 간호사는 "신규 간호사는 2~4주 정도의 교육기간이 필요하지만 이를 담당할 프리셉터 간호사 인력부족으로 신규간호사를 교육하지 못했다"며 "갑작스런 사직 또는 병가가 있어 인력충원이 불가능할 때 교육을 채 마치지 못한 신규간호사를 독립적으로 일하게끔  배치했다. 이런 점은 환자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수차례 문제제기를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근무를 편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인력 부족 문제는 비단 을지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그는 "여러 매체에서 나왔듯이 을지병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병원에서 공통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간호대 졸업자가 많아지면서 신규 간호사들은 계속해서 병원에 취업할 것이고, 그로 인해 더 힘들어지는 경력직 간호사들은 계속 사직을 고민할 것이고, 그 자리는 또 다른 신규 간호사들이 채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병원의 노력과 함께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11월 20일 오전 10시부터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보건의료산업의 좋은 일자리 의미와 그 실현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제공: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 분야에서 '좋은 일자리'란?

병원 노사와 정부가 보건의료산업의 일자리 창출에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중요한 건 '일자리의 질'이다. 병원에서 저질 일자리를 양산해 내면 환자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게 간호인력 문제에서 여실히 확인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산업의 좋은 일자리 지표 개발과 실현방안을 모색 중이다. 지난 20일 열린 토론회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됐다.

이종선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은 '보건의료산업의 좋은 일자리 지표 개발 및 실현 방안'이란 발표를 통해 "좋은 일자리 개념 정의의 기초는 ILO의 '좋은 일자리' 개념에 기초해 일자리가 안정되고 미래 전망이 밝고 일과 생활간의 균형을 보이는 것"이라며 "보건의료분야 좋은 일자리 실현을 위한 정책과제로는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제정, 일자리 위원회 산하 보건의료특위 내실화, 초기업 단위 산별교섭의 제도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건의료산업에서 좋은 일자리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스웨덴과 독일에서 시행 중인 '연대임금제'가 지목됐다. 

장재규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는 '보건의료산업 임금실태 및 격차해소 방안 연구'를 통해 보건의료노조 산하 20개 지부병원의 임금 실태를 조사하고, 임금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다.

연구결과를 보면 민간중소병원과 국립대병원을 비교했을 때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직종의 20년차 급여 수준이 2배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수도권 사립대학병원 간에도 임금격차가 컸다.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에 기반한 연대임금제가 병원간 임금격차를 줄이고 일자리 질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연대임금은 노동자가 고용된 산업이나 기업의 수익성 및 임금지불능력수준에 관계없이 동일노동에 대해서는 동일 임금이 지급되도록 하는 임금정책"이라며 "노사가 중앙교섭을 통해 동일산업 내에서의 저임금 기업의 임금상승을 촉진하고 고임금 기업의 임금상승을 억제하여 노동자간 임금격차를 줄이는 제도로, 독일과 스웨덴 사례를 볼 때 사회연대를 통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대임금제는 고수익 부문 노동자의 양보와 희생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다. 이런 문제 때문에 스웨덴에서도 연대임금제를 도입하기까지 50년이 걸렸다.

장 교수는 "보건의료노조의 산별연대임금제 추진시 산별노조의 중앙집권적인 교섭력 강화를 통한 위상 강화, 산별교섭 사용자단체 구성, 공감대 형성, 정부의 역할 등이 준비되어야 가능하다"며 "따라서 중장기적 방안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했다.

연대임금제 제안은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건의료산업은 고령화 등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로 성장추세 산업임에도 종사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심각한 노동강도, 감정노동 등 전근대적인 노동조건에 놓여 있다"며 "보건의료산업의 좋은 일자리 지표 개발 및 실현방안, 연대임금제는 보건의료산업서 지향해야 할 ‘일자리 질’에 관한 종합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하태길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서기관은 "일자리위원회에서는 보건의료분야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책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관련 로드맵도 나와 있다"고 반겼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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