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병원 재단의 유체이탈화법(?) 사과문..."장기자랑서 심한 노출 물의 송구"

[라포르시안] 재단 행사에 간호사를 동원해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강요한 것과 관련해 학교법인일송학원이 공식 사과문을 냈다.

그러나 사과문 내용을 보면 재단이 좋은 취지로 마련한 행사에서 간호사들이 선정적인 춤을 춰 논란이 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을 썼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간호사들의 선정적인 춤이 아니라 성심병원에서 재단 행사를 위해 간호사들을 강압적으로 동원하고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강요하는 인권침해 행위를 했다는 데 있다. 일송학원이 낸 사과문에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일송학원 윤대원 이사장은 14일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이번 사회적 물의에 대해 깊은 사과와 송구스러운 마음을 표한다"며 "모든 기관 구성원 간의 친목과 단합 그리고 그 해의 결실을 축하하기 위한 좋은 행사의 계획에도 불구하고 장기자랑에서 보여준 심한 노출이나 여러 모습이 선정적으로 비추어졌고 사회적인 지탄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 먼저 재단 책임자로서 부족함과 관리감독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간호사들이 왜 장기자랑에서 심한 노출을 하고 선정적인 춤을 출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언급이 없다 보니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이번 논란의 일차적인 책임이 마치 간호사들에게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유체이탈식 화법으로 들릴 수도 있다.

특히 최우선적으로 사과해야 할 상대는 재단 행사 때문에 인권침해를 당한 간호사들임에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도 유감 표명이 없었다.

윤 이사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는 이러한 사회적 물의가 재발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 속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국민여러분과 관계기관 여러분께 이러한 사태로 인해 깊은 걱정을 끼쳐 드린 것에 대해 무엇이라 송구스러운 마음을 다 할지 모르겠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윤 이사장은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음을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한편 일송학원 산하 5개 성심병원에서는 간호사에게 선정적인 춤을 강요한 것 외에도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하고 특정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내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5개 성심병원의 임금체불 의혹에 대해 내사를 진행 중이다. <관련 기사: 노동부, 한림대의료원 산하 5개 병원 임금체불 의혹 내사>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처럼 원치 않는 병원 장기자랑 행사에 간호사가 강제 동원되고 선정적인 옷차림까지 강요받은 것은 지금까지 가져왔던 모든 간호사의 소명의식과 자긍심을 한꺼번에 무너뜨린 중대한 사건"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