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 공개..."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실시해야"

지난 10월 24일, 대전에 있는 을지대병원 앞에서 대전지역시민사회단체가 을지대병원 파업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보건의료노조 대전충남지역본부
지난 10월 24일, 대전에 있는 을지대병원 앞에서 대전지역시민사회단체가 을지대병원 파업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보건의료노조 대전충남지역본부

[라포르시안]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을지재단 소속 을지대병원(대전)과 을지대학교 을지병원(서울) 노조의 파업이 오늘(25일)로 16일째에 접어들었다.

앞서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 노사 양측은 지난 7월부터 올해 임단협 교섭을 벌여왔다.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노조 측은 임금인상 총액 7.4% 인상과 타 사립대병원과의 격차 해소분 7.6%를 요구했다. 반면 병원 사용자 측은 총액 5% 인상을 고수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이후 노사 양측은 2차 사후조정회의까지 가졌지만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이 근로기준법과 모성보호 관련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등의 노동관계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25일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 조합원 5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양 병원의 노동관계법 위반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에서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제대로 된 설명없이 작성하게 하는 등 직원 입사시점부터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

연장근무를 시키고도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휴게시간조차 제대로 주지 않고 있으며, 신규간호사는 기본 1시간 연장근로 이후부터 연장근무 신청을 인정하고 경력자는 기본 30분 연장근로 이후부터 연장근무 신청을 인정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낮번 근무와 밤번 근무자가 연장근무수당을 신청하면 '연장근무는 개인역량 부족 때문'이라는 이유로 수당을 인정해주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휴게시간이 없어 식사도 못 한 채 근무하거나 장부상으로는 휴게시간을 명시해놓았지만 인력부족으로 휴식을 취할 수가 없는데도 거짓으로 작성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식의 연장근무수당 미지급과 휴게시간 미부여는 모두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한다.

연차휴가 사용에 있어서도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상당수 파악됐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설문조사 참가자들은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에서는 근무표를 작성할 때 파트장이 임의로 연차휴가를 강제 배정하거나 강제 서명을 요구하고, 근무 오프(off)를 임의로 연차휴가로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인력부족 등으로 연차휴가를 쓰지 못하고 근무해도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퇴직자에게 연차휴가수당을 주지 않다가 이의를 제기하면 그때서야 당사자에게만 지급하는 사례에 관한 증언도 있었다. 

여성 노동자가 많은 병원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모성보호에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근로기준법상 규정된 생리휴가 불허  ▲출산휴가를 신청했는데도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제때 휴가를 부여하지 않아 개인휴가 사용 ▲임산부가 법적으로 보장된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했음에도 불허  ▲법에 보장된 태아검진시간을 인정하지 않아 개인휴가 사용 등의 사례가 확인됐다. 

이밖에 ▲임산부에게 시간외근로나 주말근무, 당직근무 강요 ▲분만예정자가 많을 경우 출산휴가 순서를 정해주는 '출산휴가 순번제' 등의 사례도 설문조사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답변을 통해 파악됐다.

병원 사측이 직원들의 노조 가입을 방해하거나 탈퇴를 종용하는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을지재병원과 을지병원에서는 입사 시점부터 노조가입을 하지 말라고 강요하거나 노조가입 여부를 확인하는가 하면 부서장이 1대 1 개별면담을 통해 노조를 탈퇴하라고 종용하는 일이 있었다.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배치전환하거나 승진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한 사례도 있었다.

병원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직원 개인에게 전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주사바늘찔림 사고를 당한 환자와 직원에 대한 감염검사를 병원이 부담하지 않고 개인에게 부담시킨 사례도 있었고, 신규직원의 채용검진비(6만 1,920원)를 본인이 부담토록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두 병원에서는 근무복과 간호화를 2년에 1번만 지급해 부족할 경우 개인이 직접 구입해 쓰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체온계가 고장나면 간호사가 개인 사비로 구입하거나 병동 회비로 구입 ▲병동별 간호사 회비로 병동 환경미화 실시 ▲간호사와 정규직은 월 5천원, 파견직과 계약직은 월 2천원 회비 납부해 필요한 사무용품 구입 등의 사례도 나왔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조사결과는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이 노동법과, 모성보호, 노동조건 사각지대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각종 노동법 위반과 열악한 근로조건은  16일째 계속되고 있는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 파업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노동부가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의 각종 노동법 위반과 부당노동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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